비슬산 가득 채운 참꽃향연, 숨이 턱 멎었다
걸그룹 뉴진스 뮤비 찍은 청라언덕
군위군선 한밤 별빛과 돌담길 걷기
안지랑곱창·회무침쌈 별미 체험도
봄의 교향악이 울려퍼지는 청라언덕의 대구가 멋-맛-흥의 ‘삼삼한 여행’을 펼쳐놓았다. 좀 무뚝뚝해 보여 속정만 깊다는 선입견과는 달리, 올해엔 국민들을 맞을 때 대놓고 반가움을 표현하겠다는 마음도 포함돼 있다.
해발 1000m 달성군 비슬산 고원에 30만평 규모로 진분홍 융단을 깔아놓은 참꽃(진달래:Azalea)의 향연은 멋이요, 이제 곧 대구의 일원이 되는 군위군 하늘전망대에서 천촌만락을 발 아래 둔 채 미음완보 흥얼거리는 것은 흥이요, 안지랑 곱창과 푸른회 납작만두쌈의 풍미는 전국에서 두 번째 가라면 서러워 할 대구의 맛이다.
▶붉은 비슬, 푸른 청라=대구사과의 종손나무가 있고, 최근엔 K-팝 그룹 뉴진스가 신곡 뮤직비디오를 찍은 청라언덕은 최근 3.1만세운동 재현 이벤트를 벌인데 이어, 안중근 의사가 강연하기도 했던 계산성당→‘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이상화 거리 등 근대골목→대한민국 경제발전의 진원지 삼성상회터 등을 엮은 인문학투어의 허브가 되고 있다.
‘봄의 교향악이...’라는 동무생각 가사 속 청라언덕이 원래, 대구출신 박태준(작곡)과 마산에 아버지가 세운 학교의 교사이던 이은상(작시)이 함께 아이들을 가르치던 곳, 마산합포였다는 점이 고증되면서, 두 청라언덕이 상생하자는 얘기도 하고 있다.
지난 15~16일 축제는 끝났어도 비슬산 참꽃들은 4월하순 까지 힐링하고픈 국민들을 반갑게 맞을 것이다. 축제 때가 아니어서 더 여유롭겠다.
송해 선생은 북에서 월남해 외롭던 차에 군복무 때 만난 부인의 고향, 달성 기세리를 제2의 고향으로 여기며 사랑한다. 부부의 무덤과 멀지 않은 ‘송해공원’에도 봄꽃과 신록의 하모니가 물 올랐다. 옥연 저수지 일원 4만7300㎡에 송해 둘레길, 백세교, 데크로드, 전망쉼터, 출렁다리, 물레방아 등이 설치돼 부부,연인,썸남썸녀가 산책하기에 좋다. 물레방아를 둔 것은 뜬금 없지만 고개를 끄덕이는 여행자도 있다.
▶군위도 대구다. 화산산성 전망대=붙임성이 부쩍 좋아진 대구광역시 여행에서 떠오르는 신상품은 군위댐 옆 화산(해발 800m) 꼭대기에 만들어진 하늘전망대이다. 일본의 도발을 막기 위해 축성된 화산산성에 전망대를 두었다. 지금은 고랭지 채소를 재배하는 곳으로, 풍력발전기가 돌아가며 운치를 더한다. 일출이 장관이고, 청정지역임을 시위하듯, 밤 별무리가 선명하다. 산성은 조선 숙종 35년(1709) 병마절도사 윤숙이 축성을 지휘한다. 흥예문에서 수구문에 이르는 거리 200m, 높이 4m의 성벽을 구축해놓은 뒤 심한 흉년이 들어 완공을 하지 못했다. 미완성으로 두어, 옛 일을 떠올리는 것도 의미있어 보인다.
화산산성 하늘전망대 아래엔 야트막한 돌담들이 구불구불 4㎞ 정겹게 둘러쳐 있는 한밤마을이 예쁘게 조성돼 있다. 돌 색깔만 다르지, 제주도에 놀러 온 기분이다. 초등학생 키 만한, 작은 낮은 돌담 골목 곳곳에, 정자와 멋진 수목들이 착상해있다. 밤 율 자(栗)를 쓰기도 하지만 밤이 많이 나서가 아니라, 높은 산 아래 깊은 산골 동네라 밤(夜)이 길어 한밤이다.
한밤마을 돌담길 걷기는 주차장을 출발해 성안숲과 대율초교 입구를 지나 대율리 석불입상→마을 돌담길→군위 아미타여래삼존 석굴 순으로 정하면 되겠다. 성안숲 입구에는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돌솟대가 있는데, 풍수학적으로 마을이 배 형세라 돛대의 의미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 마을 남천고택은 지방문화재이다. 고택의 대청이 돌담 옆에 붙어있어 돌담길 여행자에게 말을 건네 듯 내다본다.
군위에서 양조장 예주가를 빼놓을 수 없다. 부계 돼지감자를 활용한 발효주 ‘생뚱딴지 생막걸리’는 이곳 말고 세상 어디에도 없다. ‘아삭’하는 돼지감자의 식감처럼 깔끔한 맛이다. 팔공산 맑은 물로 전통주 빚기, 술빵, 막걸리비누(천연) 만들기, 발효식초, 발효음료 만들기 체험도 한다.
▶목화밭이 먼저 반기는 문익점 마을=고택 중엔 6월 능소화 출사지로 유명한 문익점 선생-문재인 전대통령의 본관 남평문씨 세거지, 달성 인흥마을도 멋진 산책길을 제공한다. 입구에 커다란 문익점 선생의 동상이 있고, 동상과 고택 사이에 널찍한 목화밭이 조성돼 있다.
목조건물의 독특한 조형과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광거당과 수봉정사, 인수문고가 대표적인 전각이다. 광거당, 수백당은 문중 자제들의 교육을 위한 공간으로 학문과 교양을 쌓던 수학 장소로 쓰였고, 입구의 수봉정사는 손님들을 맞기도 하고 모임을 열던 건물로 정원이 아름답게 꾸며져 있다.
집을 지으면서 수백당 마당 한복판에 큰 소나무 두 그루를 그대로 살린 자연친화적 조경, 한국민속촌 것 보다 더 멋진 광거당 대청의 운치, 부귀-왕-품격을 상징하는 모란꽃 화단, 특별한 손재주를 부려야만 열리는 거북이빗장의 대문 등이 ‘지혜의 하모니’를 이룬 곳이다.
품격 있는 유네스코세계유산 도동서원 옆에, 젊음의 상징, 대니산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이 있을 정도로 달성여행은 다채롭다.
▶앞산공원과 안지랑 곱창=대구시 남구, 달서구, 수성구에 걸친 앞산(해발 660m)은 좌우로 산성산과 대덕산을 거느린다. 세 산 줄기의 북쪽 계곡에 조성된 공원이 앞산공원이다.
대구시에서 가장 큰 도시자연공원으로 케이블카, 낙동강승전기념관 등이 있고, 케이블카 정상에서 북쪽으로 180m 더 가면 비파산 정상부에 앞산전망대를 만난다. 대구의 파노라마 풍경이 펼쳐진다.
앞산 해넘이 전망대가 따로 있다. 남구 대명동 빨래터공원의 해넘이 전망대는 높이 13m의 원형 전망타워와 288m 진입경사로로 구성돼 있다. 전망대 내부는 냉난방 설비와 무인안내기를 설치해 시민과 여행자가 쾌적하고 편하게 붉은노을을 감상토록 배려했다.
앞산 전망대 구경과 안지랑 곱창골목이 무슨 상관이냐 하겠지만, 둘은 거의 한 몸이다. 산에서 내려오면 십중육칠은 곱창골목으로 간다. 60여개소의 곱창집이 500m 골목을 따라 양쪽으로 들어서 있는데, 식재료를 공동구매하니 원가절감으로 소비자가격이 싸다.
출향 대구 사람들은 “대구 뭐 볼것, 먹을것 있나?”하지만, 여행자 입장에선 곱창과 납작만두회무침쌈, 달고 매운 돼지갈비구이를 곁들인 대구여행은 마음을 꽉 차게 한다. “이젠 여행자가 출향 대구사람한테 대구를 가르쳐야 하나? 좋아 죽으면서, 모른 척 좀 고마 해라”라고 말하고 싶다. 대구=함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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