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작곡가 손목인

2023. 4. 18.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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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평(浮萍) 같은 내 신세가 혼자도 기막혀서/ 창문 열고 바라보니 하늘은 저쪽/ 고향 앞에 버드나무 올봄도 푸르련만/ 버들피리 꺾어 불던 그때는 옛날/ 타향(他鄕)이라 정이 들면 내 고향 되는 것을/ 가도 그만 와도 그만 언제나 타향'.

한국 대중가요 1세대 작곡가 손목인(1913∼1999)이 1934년 발표할 때 제목은 '타향'이던 명곡 '타향살이' 가사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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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논설고문

‘부평(浮萍) 같은 내 신세가 혼자도 기막혀서/ 창문 열고 바라보니 하늘은 저쪽/ 고향 앞에 버드나무 올봄도 푸르련만/ 버들피리 꺾어 불던 그때는 옛날/ 타향(他鄕)이라 정이 들면 내 고향 되는 것을/ 가도 그만 와도 그만 언제나 타향’. 한국 대중가요 1세대 작곡가 손목인(1913∼1999)이 1934년 발표할 때 제목은 ‘타향’이던 명곡 ‘타향살이’ 가사 일부다. 그 음반은 1개월 만에 5만 장 넘게 팔렸다. 당시 기준으로는 밀리언셀러와 다름없다.

그는 이렇게 밝힌 적이 있다. “내가 유학 중이던 일본에서 여름방학을 틈타 일시 귀국했을 때다. OK레코드 사장은 그 회사 문예부장 김능인이 쓴 가사를 들고 와서 곡을 붙여보지 않겠냐고 했다. 내가 대중음악 전공이 아니었지만 겁낼 이유는 없었다. 애수와 한(恨)에 젖은 내 처지와 비슷한 가사를 음미하며 닷새 만에 작곡을 완성했다.” 부를 가수로는 고복수가 선정됐다. 설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국내 상황이어서, 일본에 가서 녹음한 뒤 감격해 서로 부둥켜안고 울었다. 그 노래를 계기로 본격적인 대중가요의 길로 들어선 그의 본명은 손득렬이다. 작곡가, 악단 지휘자, 아코디언 연주자, 재즈가수 등으로 활동하면서 양상포·손안드레·임원 등 다양한 예명을 사용했다. 경남 진주 출신인 그는 세 살 때 부친이 운영하던 한의원(韓醫院)을 서울로 옮기면서, 초·중·고를 서울에서 다녔다.

그가 작곡해 직접 불러서 1937년 내놓은 노래로, ‘등댓불 깜빡거리는 이 한밤도 깊어서/ 무정한 기적 소리 이 내 맘을 울린다’ 하는 김해운 작사 ‘물새 우는 밤’도 있다. 목포 출신인 문일석이 작사하고, 목포가 낳은 걸출한 가수 이난영이 부른 1935년 명곡 ‘목포의 눈물’도 손목인 작곡이다. ‘사공의 뱃노래 가물거리며/ 삼학도 파도 깊이 숨어드는 데/ 부두에 새아씨 아롱 젖은 옷자락’ 하고 시작한다. 그는 일본 방문 중에 숙소에서 심장마비로 갑자기 타계하기까지 평생에 걸쳐 1000곡 넘게 남겼다. ‘휘파람’ ‘청노새 탄식’ ‘짝사랑’ ‘바다의 교향시’ ‘북경의 달밤’ ‘아내의 노래’ ‘슈사인 보이’ ‘모녀 기타’ ‘마도로스 박’ ‘아빠의 청춘’ 등이다. 일본의 유명 가수들이 부른 노래도 적지 않다. 오는 23일이 그의 탄생 110주년인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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