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병 청년 문섭, ‘긍정의 힘’으로 살다 4명에 생명 주고 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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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사람들은 '마음이 늘 밝고 따뜻한 청년'으로 그를 기억했다.
스스로 걷지 못하고 손가락만 움직일 수 있던 상황에서도 그의 '긍정의 힘'은 주변에 많은 활력과 용기를 불어넣었다.
"초등학교 졸업이 목표"였던 그가 경북대 컴퓨터학부까지 졸업할 수 있던 건 어머니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가능한 일이었다.
가족은 그를 쉽게 보낼 수 없었지만, 오랜 논의 끝에 장기기증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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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사람들은 ‘마음이 늘 밝고 따뜻한 청년’으로 그를 기억했다. 스스로 걷지 못하고 손가락만 움직일 수 있던 상황에서도 그의 ‘긍정의 힘’은 주변에 많은 활력과 용기를 불어넣었다. 20년 넘게 희귀 근육질환을 겪어 온 곽문섭(27)씨는 뇌사 판정 뒤 장기기증으로 4명에게 마지막 선물을 남기고 지난달 24일 세상을 떠났다.
곽씨 어머니인 서경숙(55)씨는 18일 <한겨레>에 “어릴 때 엄마가 울까 봐 엄마 코만 (코가 빨갛게 됐는지) 살피던 따뜻한 아이였고, 짧은 삶이었지만 누구보다 알찬 삶을 살아낸 아들이었다. 봄날 먼 여행을 떠난 아들이 아프지 않고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곽씨는 한창 걷고 뛸 나이인 여섯 살 무렵부터 걸음이 불안정했고 자주 넘어졌다. 그를 진단한 의사는 근이양증 소견을 냈다. 근이양증은 골격근이 점차 퇴화하면서 근육을 쓸 수 없게 되는 희귀 질환이다. 어머니 서씨에겐 “인정하고 싶지 않은” 청천벽력같은 소식이었다.
곽씨는 스스로 학교에 갈 수 없었지만, 어머니는 아들의 학업을 포기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아들이 저학년일 때 업어서 학교에 보냈고, 몸이 커지자 유모차와 휠체어에 태워 등교를 시켰다. 특수학급이 생기기 전에는 수업 종료 때까지 운동장에서 대기하며 쉬는 시간마다 화장실 이용이나 이동학습을 도왔다. “초등학교 졸업이 목표”였던 그가 경북대 컴퓨터학부까지 졸업할 수 있던 건 어머니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가능한 일이었다.
어머니라는 든든한 버팀목 아래에서 곽씨 또한 의젓하고 밝게 자랐다. 어머니가 주변의 편견으로 남몰래 눈물을 훔칠 때마다 그는 “엄마, 나는 괜찮다”거나 “엄마가 나로 인해 너무 힘든 것 같아 미안하고 가슴이 아프다”고 위로할 줄 아는 아들이었다. 평소엔 “긍정적인 생각만 했더니 행운이 따른다”고 주어진 환경에 감사하고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이였다.
대학 졸업 뒤 직장을 다니던 곽씨는 지난달 초부터 몸 상태가 급격하게 나빠졌다. 소화능력이 떨어졌고 호흡이 가빠진 상태가 며칠 동안 이어졌다. 급기야 지난달 10일 오후 재택근무 중 심정지가 왔다. 그는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몇 번의 검사 뒤에 결국 뇌사 판정을 받았다.
가족은 그를 쉽게 보낼 수 없었지만, 오랜 논의 끝에 장기기증을 결정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곽씨가 지난달 24일 대구 영남대학교 병원에서 폐장과 간장, 좌우 신장을 다른 이들에게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고 17일 밝혔다.
장례식엔 생전 곽씨의 따뜻한 마음을 기억하는 친구들로 붐볐다고 한다. 곽씨의 고등학교 친구는 장례식을 찾아 “문섭이로 인해 내가 더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고, 해외에서 직장을 다니는 친구는 “자주 찾아오지 못해 미안하다”며 눈물을 쏟아내기도 했다.
어머니는 여행을 좋아하는 아들이 봄날 행복한 여행을 떠났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문섭이가 지금까지 엄마를 위해 살아준 게 아닌가 너무 고맙고 미안한 마음입니다. 아들이 없는 자리에 꽃이 예뻐서, 음식이 맛있어서 너무 가슴이 아파요. 따뜻하고 예쁜 봄날 먼 여행을 떠난 아들이 엄마 걱정하지 말고 행복하고 즐겁게 지내길 바랍니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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