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골드만삭스 연 4.15% 저축 출시…시중자금 블랙홀 등장 ‘뱅크런’ 우려 ↑

美 은행 평균 저축금리의 10배
대형은행들도 예금유출로 타격

애플이 연 4.15% 이자를 제공하는 저축 계좌를 출시했다. 미국 은행의 평균 이자(0.35%)의 10배 수준으로, 간편결제 서비스인 애플페이의 오프라인 매장 확대 등 애플의 금융 서비스 영역 넓히기의 일환이다. 애플의 공격적인 영업에 은행위기 이후 예금이탈로 고전하는 중소은행들은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17일(현지시간) 연 4.15%의 이자가 붙는 애플 카드 저축계좌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골드만삭스와 협력해 저축계좌를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힌 지 6개월 만이다.

애플은 아이폰의 월렛(지갑) 앱에서 계좌를 만들 수 있고, 계좌 개설에 따른 수수료나 최소 예금 등의 요건은 없다고 설명했다.

계좌를 개설하면 ‘데일리 캐시’ 보상이 저축 계좌로 자동 입금된다. 데일리 캐시는 애플 카드 사용 시 최대 3%까지 제공되는 리워드(보상)다. 애플은 언제든지 ‘데일리 캐시’ 입금 위치를 변경할 수 있으며, 저축 계좌에 은행 계좌의 자금을 추가해 수익을 창출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계좌는 월렛 앱에 나타나는 대시보드를 통해 관리할 수 있고, 자신의 이자 및 계좌 잔액을 추적하거나 자금을 인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방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전국 평균 저축성예금의 연 이자율은 0.35%다. 애플이 이보다 10배 높은 상품을 출시함에 따라 금융권의 긴장감은 커지고 있다. 당장 예금 유출이 걱정이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미국의 대형 금융그룹인 찰스 슈왑, 스테이트 스트리트, M&T 등에서 올해 1분기에 총 600억달러(약 79조2000억원)에 가까운 예금이 빠져 나갔다.

현재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 금리는 4.75~5%로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간 큰 격차가 만들어진 상태여서, 예금주들은 계속해서 금리가 조금이라도 높은 은행 계좌로 돈을 움직이고 있는 추세다.

지난달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과 중소은행의 부동산대출 부실 등으로 JP모건 체이스, 웰스파고, 씨티그룹 등 미국의 대형 은행으로 수십억 달러의 예금이 들어왔는데, 이제는 또다시 금리가 더 높은 애플계좌 등으로 옮겨가면서 금융권 전반에 지각변동이 지속될 전망이다.

신뢰가 중요한 금융 서비스에서 애플의 독보적인 브랜드 인지도는 매우 큰 강점이다. 마 이밍 콜롬비아대 금융학과 교수는 “SVB 파산 이후 은행들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애플의 기존 브랜드 인지도에 파격적인 금리가 더해진 이 상품은 소비자들에게 매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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