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사건' 부실대응 징계 정당"…경찰관들 불복소송 1심 패소

기사내용 요약
'정인이 사건' 징계 이후 행정소송 제기
前 양천서장 "여론에 따라 책임 지워"
1심 "신고사건 체계적 관리·감독 못해"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들이 지난해 3월17일 서울 대법원 앞에서 '정인이' 양부모에 대한 엄벌 촉구 진정서를 제출하기 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03.17.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박현준 기자 = 이른바 '정인이 사건'과 관련해 관리자급 경찰관들이 징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 법원은 '징계가 정당했다'고 보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18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부장판사 이정희)는 지난달 28일 당시 서울양천경찰서장 A씨 등 관리자급 경찰관 5명이 각각 경찰청장과 서울경찰청장을 상대로 "징계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모두 원고 패소 판결했다.

견책처분을 받은 A씨는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과 중간 관리자들이 모두 아동학대 혐의를 발견하지 못해 종결한 사안이었다"며 "사회적 반향이 크다고 인정되는 사건임을 알 수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견책처분은 사회적 반향 및 국민 여론에 따라 결과책임을 지운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징계로 인해 감당해야 할 불이익이 너무 과도하다고 항변했다.

또 정직 3개월의 중징계 처분을 받은 과장과 계장 등도 A씨와 같은 취지로 아동학대 여부를 단정할 수 없었다며 신고지 관할 경찰서가 아닌 발생지 관할 경찰서에서 내·수사 의무가 있다고 본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은 A씨 등이 수사지휘나 보고, 소속 경찰관 관리·감독에 소홀히 한 잘못이 있다며 이들에 대한 징계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피해 아동에 대한 신고가 2차례 접수된 것을 보고받았음에도 중요 사건 여부 판단을 실무자에게 미뤘고, 실무자가 중요 사건으로 보고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1·2차 사건이 무혐의로 종결될 때까지 강력 사건에 준하는 수사 지휘를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 아동의 나이가 당시 11~12개월 정도에 불과한 것을 고려해 피해 아동 보호를 위한 더 적극적인 지휘권을 발동할 수 있었다"며 "실무자들이 비중 있게 보고하지 않은 것은 오히려 아동학대 신고사건을 체계적으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A씨의 잘못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봤다.

나아가 다른 경찰관에 대해서도 "학대 정황을 제대로 발견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별도의 내·수사 절차를 밟아 피해 아동의 안전을 도모할 필요가 있었다"며 "양부모의 강력한 항의가 있었더라도 어린이집 원장 또는 의사 등의 진술을 확보해 수사를 진행하는 방법을 강구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정인이 사건은 지난 2020년 10월 서울시 양천구에서 발생한 16개월 입양아 아동학대 및 치사 사건이다. 경찰은 사건이 일어나기 전인 같은 해 5월과 6월, 9월 학대 의심 정황과 관련 신고에 대한 부실 대응 문제로 논란이 됐다.

이후 경찰은 '아동학대 신고 부실 처리 사건' 관련 징계위원회를 열고 당시 양천경찰서 소속 경찰관 9등에 대한 징계를 의결했다. 이 중 일부가 인사혁신처에 소청 심사를 청구했는데 기각결정을 받자 이번 행정소송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16개월 여아 '정인이'를 학대하고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모는 지난해 4월 대법원에서 징역 35년, 아동학대를 방임한 혐의로 기소된 양부는 징역 5년을 확정 받아 현재 복역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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