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光’ 친일몰이에 기장군 주민들 화났다... “가짜뉴스 사과하라”
부산 기장군 ‘일광’(日光) 친일 지명 논란을 두고 주민들이 논란을 부추긴 유튜브 채널 ‘더 탐사’를 규탄하고 나섰다. 주민들은 “일광이라는 지명을 일본 제국주의 상징과 연결하는 것은 부산에 대한 역사적 무지에서 비롯된 가짜뉴스다”며 “주민에 대한 심각한 명예훼손에 대해 사과하지 않을 시 법적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18일 오전 10시 부산시 기장군청 앞.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일광읍주민자치위원회와 일광읍현안대책위원회, 일광읍발전위원회 등을 주축으로 한 기장군 주민 100여명이 유튜브 채널 ‘더 탐사’를 규탄하며 집회를 가졌다.
이날 주민들은 성명서를 통해 “일광이란 지명은 기장군에서 햇볕이 처음 와 닿는 산인 일광산에서 유래했다”며 “일광산은 1885년 간행된 기장현읍지, 인조6년(서기 1638년)에 지은 기장향교 남루상량문에도 등장한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이 집회를 연 것은 최근 ‘일광’이라는 지명을 두고 친일 논란이 일면서다. 앞서 지난 6일 윤석열 대통령이 부산 해운대구에 있는 ‘일광수산횟집’에서 전국 시·도지사, 장관, 부산 지역구 의원들과 저녁 식사를 한 장면이 알려졌다. 유튜브 채널 ‘더 탐사’는 일광은 일본의 ‘욱일기’를 의미하고, 일광읍이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행정구역이라는 주장을 폈다. 더 탐사 주장이 퍼지면서 해당 횟집은 야권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친일 식당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식당에는 협박전화가 이어졌고, 악성 댓글과 함께 별점 테러도 잇따랐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서는 일광읍 지역과 주민에 대한 일부 조롱도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논란이 커지자 더 탐사 측은 “일광이란 단어가 유독 윤석열 대통령 주변에 자주 등장하는 점을 지적했을 뿐 친일이라는 말은 언급한 적이 없다”며 “일광이 일광산에서 유래했을지는 모르나 일광면 명칭을 지정한 것은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란 점은 변함이 없다”고 지역 주민에 대한 유감 표명 없이 자신들의 주장을 이어갔다.
일광읍 주민들은 이날 집회에서 “이미 이전부터 사용하던 지명을 그대로 사용했을 뿐인데도, 그렇게 주장하는 것은 일광 주민뿐 아니라 국민을 희롱하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한 기장군 주민은 “일제가 새로운 지명을 가져다 행정명으로 쓴 것도 아니고, 과거에도 쓰던 이름인데 왜 자꾸 일제강점기와 일광을 결부시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대통령 비판을 위해서라면 일광을 친일로 만들어야하고, 횟집도 친일 횟집이 돼야 하는 것이냐”고 따졌다.
이윤희 일광읍현안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은 “일광을 친일 지명으로 매도한 거짓 정보와 가짜 뉴스를 즉각 철회하고, 주민 전체에 대한 명예훼손에 대해 사과하라”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법적 대응할 것이다”고 말했다.
앞서 기장군도 지난 10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1919년 3·1 만세운동이 일어난 이후 같은 해 4월 기장읍, 좌천, 일광 등 기장 곳곳에서 만세운동이 이어졌다”며 “일광이라는 명칭을 친일로 연관시키는 것은 일광읍 주민들을 포함한 기장군민 전체에 대한 심각한 명예 훼손이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 지난 17일에는 국민의힘 소속 부산시의원과 기장군의원들도 더 탐사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더 탐사의 사과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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