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중단 시켜주세요”…전세사기 피해자들 우선매수권 호소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robgud@mk.co.kr) 2023. 4. 18.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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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전세사기 피해자 3명 극단선택
경매 ‘선수’들이 쓸어가 낙찰기회 없어
인천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 [사진 = 연합뉴스]
최근 전세사기 피해자 3명이 잇따라 숨진 가운데 전국 단위 대책위원회가 18일 출범한다.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는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로 확대 출범하고, 이날 오후 주안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피해 주택에 대한 경매를 중단하고, 임차인에게 우선 매수권을 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달 현재 미추홀구에서는 대책위에 가입된 32개 아파트·빌라 1787가구 가운데 1066가구(59.65%)가 경매·공매에 넘어간 상태다.

3명의 피해 사망자를 낳은 이른바 ‘인천 건축왕’은 빌라나 아파트를 짓기 위해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았다. 그는 대출 과정에서 해당 주택들을 금융기관 선순위 근저당으로 잡았다. 건축왕이 대출금을 감당하지 못하면 주택은 경매로 넘어간다.

해당 주택이 저가에 낙찰될 경우 후순위 세입자는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최우선변제액만 받는 상황이 발생한다. 극단적 선택을 한 피해자들은 전세보증금이 8000만원 이하를 살짝 넘어 최우선 변제 대상에 들지 않아 전재산을 잃을 위기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한국자산관리공사(이하 캠코) 등이 피해 주택의 경매가 진행되지 않도록 최근 경매 매각 기일 변경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캠코 인천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 17일 현재 본부가 관리 중인 인천 미추홀구 소재 주택 210건 가운데 3월에 37건, 4월에 14건 등 총 51건의 매각 기일 변경 신청을 했다.

캠코는 금융기관과 약정을 통해 부실채권(NPL)을 매입하는데, 이 가운데 이번 전세사기로 대규모 피해가 발생한 미추홀구 지역에서 근저당권을 설정한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이 포함됐다.

캠코는 지난달 초 정부의 전세사기 피해자 간담회 이후 피해자 지원대책의 일환으로 부실채권을 매입한 전세사기 피해 주택의 경매 기일을 연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캠코 관계자는 “캠코 관리 주택의 경매 피해자에 대해서는 정부 대책이 나올 때까지 경매 매각 기일을 계속해서 연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현재 다른 전세사기 피해자 주택의 권리관계에서 국세나 지방세 등 세금이 선순위인 경우에도 경매 기일을 연기하는 조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잇달아 극단적 선택을 하는 등 문제가 확산되자 추가 지원 대책 마련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경매 절차 연기가 아닌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전세사기 물건이 경매에 나가면 수 차례 유찰돼 가격이 크게 떨어지고, 이 과정에서 ‘선수’로 불리는 경매 업자들이 경매에 참여해 물건을 쓸어가 피해자들이 낙찰받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거주 주택을 경매에서 낙찰받는 것이 그나마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토부 등이 마련 중인 추가 지원책에 경매 절차 중단이라는 요구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요청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경매 중단 요구에 힘을 싣고 있는 모습이다. 유승민 전 의원은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입법에 신속히 나서야 하며, 필요하다면 피해자 구제를 위한 소급 입법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국토부는 전세사기 피해 지원을 위한 긴급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이날 원희룡 장관은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세사기로 인한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여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이원재 국토 1차관에게 인천 미추홀구를 직접 찾아가 피해 현황을 알아보고, 정부가 도울 사항이 없는지 살펴볼 것을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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