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임차권 등기 1년새 4배 급증…얼어붙은 수도권 빌라·지방 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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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보증금을 받지 못한 세입자들의 신청한 임차권등기명령이 급증하고 있다.
임차권등기명령이란 주택임대차보호법에 규정된 권리로, 임대차계약이 만료 된 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경우 임차인이 단독으로 등기를 할 수 있도록 한 장치다.
이같은 임차권등기명령은 주로 깡통전세와 전세사기가 급증했던 빌라 임대차 시장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은 계약 만료 이전에는 할 수 없고 만료일 이후부터 신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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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은 입주물량 부담에 역전세 우려 커져
#. 내달 전세 만기가 돌아오는 수도권 빌라 거주자 A씨는 몇 달 째 집주인과 연락이 닿지 않아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보증금을 받을 길이 요원한 상황이다. 1억원의 보증금 전부가 은행 대출로, 이자까지 지불해야 하는 A씨는 만기가 되자마자 법원에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할 예정이다. A씨는 “이자가 계속 나가니 보증금을 하루 빨리 받아야 한다”면서 “만기 직후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려고 신청 서류 등을 미리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세보증금을 받지 못한 세입자들의 신청한 임차권등기명령이 급증하고 있다. 임차권등기명령이란 주택임대차보호법에 규정된 권리로, 임대차계약이 만료 된 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경우 임차인이 단독으로 등기를 할 수 있도록 한 장치다. 임차인은 임차권등기명령을 함으로써 이주 시에도 대항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이같은 임차권등기명령은 주로 깡통전세와 전세사기가 급증했던 빌라 임대차 시장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이로 인해 바닥을 점차 다지는 서울 아파트 전세와 달리 수도권 빌라 시장은 여전히 최악의 국면을 지나고 있다. 지방 전세 시장 또한 여전히 입주물량 등의 부담이 크다.
18일 대한민국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신청된 임차권등기명령 건수는 3484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1년 전(851건)과 비교하면 4배나 가량 증가한 수치로 역대 가장 많은 신청 건수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산 갭투자자들이 금리인상과 집값 하락이 동시에 일어나자,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이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달 임차권등기명령은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에서 큰 폭으로 늘었다. 서울의 경우 2월 802건에서 지난달 1083건으로 280여건이 늘었고, 경기도 역시 같은 기간 747건에서 1039건으로 300건 가까이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전체 임차권등기명령에서 수도권(서울·경기·인천)이 차지하는 비율 또한 1년 전 68.3%에서 지난달 82.8%로 커진 상황이다. 대부분이 빌라 임대차 시장에서 벌어진 일이다.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서만 주택 283채를 구입한 뒤 전세 보증금 31억6800만원을 돌려주지 않고 사망한 ‘빌라왕’과 지난 2월 인천과 경기도 등 수도권 일대에 주택 2700여채를 보유한 이른바 ‘미추홀구 건축왕’ 등 사태가 연이어 터지며 전세 보증금을 받지 못한 수도권 세입자들이 법원으로 향한 것으로 보인다.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은 계약 만료 이전에는 할 수 없고 만료일 이후부터 신청할 수 있다. 이사를 원하는 임차인은 임차권등기가 됐는지를 반드시 확인하고 이사를 나가야 한다. 또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안이 통과돼 앞으로는 임대인에게 임차권등기명령 결정이 고지되기 전에도 임차권 등기 절차 개시가 가능해질 예정이다. 이 신설 조항은 개정안 공포 후 6개월 뒤부터 시행된다.
빌라 임대차 시장과 함께 지방 전세 시장은 입주 물량이 부담이다. 매매가가 여전히 낮은 상황에 미분양, 대규모 입주까지 겹치면서 역전세 우려가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대구(3만4638가구), 충남(2만1405가구), 부산(2만155가구) 등 지방 대도시 위주로 입주 예정 물량이 상당수 존재해 지방 역전세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실제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 공개시스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전국 아파트 전세 거래 2만7952건 중 1만7016건(60.88%)이 2년 전과 비교해 더 낮은 가격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이 가운데 대구는 1102건 중 948건(86.03%)이 역전세로 전국 시·도 중 역전세 거래 비율이 가장 높았다. 그 뒤는 ▷세종(76.08%) ▷인천(70.33%) ▷부산(68.57%) 순이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전셋값이 매매가격에 영향을 받으면서 집값이 급락한 지역 위주로 역전세 발생 비율이 높았다”며 “대구의 경우 공급이 많았기 때문에 전세 시세 하락이 더욱 가팔랐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박자연 기자
nature6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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