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개성공단 가동해 무엇 생산하나…밥솥·교복 등 '민생템' 주력
경제난에 생필품 생산에 집중한 듯…南측 항의에는 묵묵부답
(서울=뉴스1) 이설 기자 = 북한이 개성공단 무단가동을 통해 밥솥, 교복 등 주민들의 생활과 직결된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정황이 지속 포착되고 있어 주목된다. 공단을 가동한 목적이 '생필품' 확보에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18일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이 공단 내 125개 한국 기업 중 전자, 섬유, 봉제 등 업종에서 제품을 생산해 외부로 반출하고 있는 정황이 계속 나타나고 있다. 현재까지 '쿠쿠 밥솥'이나 학생 교복 및 의류 등을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개성공단 내 한국 기업은 섬유공장이 51.6%로 가장 많고 이어 기계금속이 18.5%, 전기전자가 10.5%, 신발이 7.3%를 차지한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2월24일 인공위성에서 촬영한 열적외선 사진을 통해 전자공장 2곳, 섬유공장 1곳, 제조업공장 1곳에서 고열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다양한 시설이 활발하게 가동 중인 것으로 의심된다고 보도했다.
앞서 RFA는 지난 12일 북한 내 소식통을 인용해 한국의 쿠쿠전자 기업이 개성공단에 두고 간 설비, 원자재를 이용해 북한이 전기밥솥을 생산하고 있고 이렇게 생산한 밥솥은 '비음성 압력밥가마'라는 상표를 달고 평양백화점, 상점 등으로 유통돼 판매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렇듯 현재 공장 대부분이 생활소비품 생산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국방력 강화에 주력하는 북한이 군수품 동원을 위해 공단을 가동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지만, 완제품 제작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공단 내 기계 금속, 전기전자 부문 공장 설비 특성상 개성공단에서 군수 관련 활동이 이뤄지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부 역시 공단 내 공장의 가동 정황과 북한 근로자들의 출근 동향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지만, 군 관련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지속적인 핵 미사일 개발로 유엔의 대북제재 강도가 높아지면서 경제난이 계속되자 개성공단을 직접 가동해 생활소비품을 조달한 것으로 보인다.
개성공단은 2016년 2월, 북한이 4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이유로 중단됐으나 이듬해부터 한국 기업인들이 두고 온 완제품을 북한이 외부에 반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우리 측은 지속적으로 북한에 공단 자산의 무단 활용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으나, 북한은 2017년 10월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우리 공화국의 주권이 행사되는 공업지구에서 우리가 무슨 일을 하든 그에 대하여 그 누구도 상관할 바가 없다"라고 반응하거나 아예 '무응답'으로 일관해왔다.
그러다 비핵화 협상 국면이었던 2018년 9월 개성에 남북 공동연락사무소가 개소하면서 북한이 공단을 무단 가동하는 정황도 일시 중지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2020년 6월 북한은 민간단체의 대북전단(삐라) 살포에 대한 남한 당국의 대응을 문제삼아 연락사무소를 폭파했고 이후 본격적으로 공장 가동을 늘린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해 4월엔 개성공단 공장 일부에 화재가 발생했는데, 북한이 전기 설비를 무단 가동하다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되기도 했다.
정부는 북한의 개성공단 무단가동은 남북 사이 투자 보장에 관한 합의서, 북한의 개성공업지구법을 위반하는 행위라고 지적하고 있다.
통일부는 지난 6일 개성공단 무단사용 중단을 촉구하는 대북통지문을 발송하고 11일엔 권영세 통일부 장관 성명을 통해 강력히 규탄했으나 북한은 개성공단과 관련한 통지문 접수를 거부하고 지난 7일부터 남북공동연락사무소와 군 통신선 간 정기통신에 응하지 않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과거보다 많은 북한 근로자들이 (공단에) 출근하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북한이 우리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해 정부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북한에게 필요한 배상을 요구해나가겠다"라고 말했다.
sseo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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