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뒤바뀐 ‘금리 인하’ 기조...코픽스 반등에 대출시장 혼란

2023. 4. 18.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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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5대 시은 변동금리밴드 4.21~5.77%
4개월 만에 각각 0.03~0.019%포인트 상승
“신규·대환 대출 서둘지 말고 일단 관망을”
서울의 한 시중은행에 붙은 주택담보대출 안내문 [연합]

연 3%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던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변동금리가 예상을 깨고 다시 올랐다. 은행권 주담대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4개월만에 반등한 탓이다. 시장의 예상과는 시장금리가 거꾸로 움직이면서 대출시장에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가산금리 조정에 따라 대출금리가 오르거나, 내리는 등 엇갈리는 모습도 보이는데다, 당분간 시장금리가 박스권에서 오르고 내리길 반복할 것으로 보여 대출자들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주담대 내린다더니...혼돈의 금리, 왜?= 헤럴드경제가 5대 시중은행(국민·농협·신한·우리·하나)의 주담대 신규 코픽스 기준 변동금리를 집계한 결과 18일 기준 금리 밴드는 4.21~5.770%로 형성됐다. 지난 14일 기준 변동금리가 4.18~5.751%에 형성됐던 점을 감안하면, 상하단이 각각 0.03~0.019%포인트씩 올랐다. 게다가, 고정금리 주담대 밴드도 3.64~5.82%로 지난 14일 3.64~5.47%에 비해 상단이 0.35%포인트 올랐다.

불과 이틀전까지만 해도 주담대 금리가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던게 하루사이에 바뀐 셈이다. 이처럼 예상을 깨고 시중은행들의 금리가 오른건 주담대 변동금리 산출기준이 되는 코픽스가 4개월만에 반등했기 때문이다. 17일 전국은행연합회의 발표에 따르면 3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전월대비 0.03%포인트 오른 3.56%를 기록했다. 잔액 기준, 신(新)잔액 기준 코픽스 역시 0.04%포인트, 0.01%포인트씩 상승했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로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상품 금리가 인상 또는 인하될 때 이를 반영해 상승 또는 하락한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3월 중 은행 정기예금 및 은행채 등 금리가 오르다보니 결과적으로 코픽스가 올랐다”면서도 “8개사의 가중평균금리가 적용되다보니 사별로 상황은 다르지만 결과적으로만 놓고보면 은행들의 자금조달 금리가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만기 1년 정기예금의 준거금리로 주로 활용되는 은행채(무보증·AAA) 1년물 금리의 3월 평균치는 3.724%로 전월 평균치에 비해 0.016%포인트 상승한 상태다.

차주들로서는 혼란스러울 수 뿐이 없는 대목이다. 하지만 차주들의 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코픽스는 여러 은행들의 가중평균금리 값인 만큼 각사별로 움직임이 다를 수 있다. 게다가 가산금리 조정에 따라 금리가 내리고 오를 수 있어 일괄적으로 금리 향방 예측이 힘들어지고 있다.

실제, 신규 코픽스가 0.03%포인트 올랐지만, NH농협은행의 경우 오히려 주담대 금리가 내려갔다. 이날 기준 농협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4.21%~5.52%로 전날 4.22~5.53%에 비해 금리 상하단이 0.01%포인트 내려갔다. 이는 NH농협은행이 가산금리 항목을 조정했기 때문이다.

▶간헐적 금리 상승 가능성도...“신규 대출·대환대출 서두르지 말아야”=꺾일 줄 알았던 코픽스가 오르면서 금리 부담 완화를 기대했던 차주들의 실망감도 적지 않다. 그간 은행들이 상생금융을 내세우며 대출금리 인하를 꺼냈으나, 그간의 급격한 금리인상에 따른 부담을 상쇄하기에는 턱도 없는 수준이었다. 금리인하 정책이 취약차주 중심으로 쏠려있다보니 주담대 대출자들이 실질적으로 체감하기도 어려웠다.

다만 시중은행들이 당국으로부터 ‘돈 잔치’ 비판을 받은 뒤 가산금리를 스스로 낮춰왔던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상 사이클이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컨센서스가 형성돼온 만큼 앞으로는 금리 인하가 가시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14일(현지시간) 현지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은행위기로 은행대출이 줄면 연준의 금리인상이 불필요해질 수도 있다고 시사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3월 코픽스는 오차범위 이내의 변동인 만큼 큰 의미를 두긴 어렵다”면서도 “지난해 자금시장이 혼란스럽다보니 기준금리 변동폭 이상으로 시장이 움직였는데, 올해 몇차례 조정 등을 통해 균형점을 찾아간 만큼 앞으로는 큰 폭의 변동이 있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분간 금리가 박스권 흐름을 보일수 있어 신규 대출 타이밍을 잡거나, 대환대출을 하는 것도 섣불리 결정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 인상이 마무리됐다고는 하지만 물가안정목표를 상회하는 인플레이션이 지속된다면 간헐적 금리상승 요인이 될 수 있어서다.

여기에 앞으로 은행들이 자금이탈을 막기 위해 예금 금리를 높이고, 채권 소화를 위해 조달금리를 상승시키다보면 추가 대출 금리 인상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금융당국이 금리인상에 따른 취약차주 부담을 최소화하라는 지침을 내린 만큼 이를 대출금리 인상으로 얼마나 최소화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향후 1~2차례 금리인상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경제침체 우려가 있어 시장금리가 지난해처럼 급등하기 어렵고 감독당국의 관리도 강화돼 금리에 대한 상방 경직성이 강할 것”이라며 “한 두차례 추가인상을 고려한다면 변동금리를 고정금리로 갈아타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지만 (금리 향방이 완전히 잡히지 않은 만큼) 신규 대출자 입장에서 굳이 서두를 필요는 없는 상황”이라고 조언했다.

서정은 기자

lu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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