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등' 켜진 국가채무, 尹대통령 "지난 정권에서 400조 늘어"
[임경구 기자(hilltop@pressian.com)]
지난해 국가채무가 사상 처음으로 1000조 원을 넘어서 재정 건전성에 비상등이 켜진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은 "방만한 지출로 감내할 수 없는 고통을 미래 세대에 떠넘기는 것은 미래 세대에 대한 착취"라며 "무분별한 현금 살포와 선심성 포퓰리즘은 단호하게 거부해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1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정부수립 이후 70년간 쌓인 국가채무가 약 600조 원이었는데, 지난 정권에서 무려 400조 원이 추가로 늘어났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전 정부의 재정 지출 확대를 국가 채무 증가 원인으로 지목하면서도 현 정부의 대규모 감세 정책으로 인해 예상되는 세수 결손에 대해선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재정건전성 강화는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과 미래세대를 위해 반드시 해야 한다"며 "정부 지출은 국방, 법치와 국가 본질 기능과 약자 보호 등 시장실패를 보완하는 역할, 그리고 미래 성장동력 구축 등 국가 중장기 과제에만 집중돼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저는 지난 대선 당시에도 책임 있는 재정 준칙을 마련해 국가채무를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지난해 국회에 제출된 재정 준칙 법안이 빠른 시일 내에 통과될 수 있도록 국회의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근로시간 유연화 '속도전' 주문
이어 윤 대통령은 입법예고 기간이 전날 종료된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 마련과 관련해선 "속도감 있게 추진해 주기를 당부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정책 추진은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하지만 그 속도 역시 국민들의 바람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40일 간의 입법예고 기간을 거쳐 오는 6~7월께 국회에 입법안을 제출할 예정이었으나, '주 최대 69시간' 논란이 일자 충분한 여론 수렴을 통해 보완책을 마련하겠다며 한 발 물러났다.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정부는 지금 광범위한 여론 수렴을 위해 1대1 대면 조사, FGI, 표본 여론조사 등을 실시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론조사 결과 뿐 아니라 내용도 과정도 모두 공개돼야 한다"며 "특히 표본 여론조사는 표본 설정 체계가 과학적이고 대표성이 객관적인지 제대로 공개돼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질문 내용과 방식도 과학적이고 공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결국은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며 "국민들께 여론조사 과정과 결과를 소상히 알려드리고 이에 따라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노동계에선 정부가 청년층 노조와의 만남에는 적극적이면서도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양대노총과의 대화에 소극적이어서 제대로 된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칠지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단체협약에 장기근속 직원의 자녀에 대한 우선 채용 조항을 유지하고 있는 일부 기업을 겨냥해 "매우 잘못된 관행이다. 고용세습은 우리 헌법 정신에 위배되는 부당한 기득권 세습으로 미래 세대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고 했다.
"전세 사기는 전형적인 약자 상대 범죄"
윤 대통령은 최근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잇달아 숨져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진 데 대해 "전세 사기로 인해 비통한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이 전세 사기는 전형적인 약자 상대 범죄"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피해자 지원을 위한 전세 피해 지원센터의 설치, 저리 자금과 긴급거처 지원을 신설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체결된 전세 계약서에서 피해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 대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또 점검해 달라"며 "피해 신고가 없더라도 지원의 사각지대가 없는지 선제적으로 조사하고, 찾아가는 지원 서비스를 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최근 불거진 마약 밀수 및 유통 사건에 대해 "지난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대한민국은 검찰, 경찰은 물론 해경, 보건당국, 세관 등 많은 기관의 협력과 노력으로 마약 청정국을 유지할 수 있었다"며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정부 당국의 방치로 마약이 국민의 건강과 정신을 황폐화시킬 뿐 아니라 청소년의 꿈과 희망을 파괴하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수사 사법당국과 함께 정부의 총체적 대응이 강력히 요구된다"며 "우리 모두 힘을 합쳐 국가를 좀먹는 마약범죄를 뿌리 뽑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경구 기자(hilltop@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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