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밤에, 한국은 아침에…북 메시지는 '고객 맞춤형'

김지연 2023. 4. 18.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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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대외용 메시지 발표 시간을 '타깃'에 따라 달리하며 효과를 끌어올리는 전략에 한껏 재미 든 모습이다.

워싱턴DC 시간으로 하루가 시작되는 오전 7시에 맞춰 발표, 미국을 겨냥한 메시지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북한이 늦은 밤 미국을 겨냥한 담화를 기습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북한 외무성은 종종 여러 당국자 명의로 담화를 내고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상황을 규탄하는 입장을 오전 시간대를 전후해 발표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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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현지 출근 시간대 맞춰 발신, 효과 극대화 노려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북한이 대외용 메시지 발표 시간을 '타깃'에 따라 달리하며 효과를 끌어올리는 전략에 한껏 재미 든 모습이다.

메시지 발신 원칙은 현지시간으로 아침 출근 시간대에 맞춰 내보낸다는 것. 그래서 우리와 밤낮이 바뀐 미국을 겨냥한 담화나 성명은 저녁이나 밤에 발표하고, 남측에 할 말이 있으면 이른 아침 시간을 활용하는 식이다.

북한이 과거부터 즐겨 사용해온 패턴이지만 최근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는 평가다.

리병철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17일 오후 8시께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경고 립장(입장)' 발표문을 공개하고 미국을 집중 비난했다.

리 부위원장은 북한의 신형 전략무기 개발은 "미국의 가증되는 군사적 위협과 전망적인 지역의 안전상 우려"로부터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정당화하고 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를 내세워 자국 내정을 간섭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워싱턴DC 시간으로 하루가 시작되는 오전 7시에 맞춰 발표, 미국을 겨냥한 메시지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 입장은 중앙통신을 통해서만 대외에 공개됐고, 다음날 주민들이 보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는 실리지 않았다.

북한이 늦은 밤 미국을 겨냥한 담화를 기습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조철수 외무성 국제기구국장은 지난달 22일 오후 8시가 조금 넘은 시각 담화를 내고,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 대사가 안보리 공개회의에서 북한 인권문제를 제기한 것을 문제 삼았다.

또 박정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 겸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해 11월 2일 오전 0시 5분쯤 한미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을 비판하는 담화를 냈다.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조선중앙TV 화면.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를 보면 타깃에 따라 발표 시간을 달리한다는 패턴이 명확히 확인된다.

김 부부장은 지난 1월 27일 오후 10시 반께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미국의 우크라이나 탱크 지원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남한을 겨냥한 메시지를 전달할 때는 어김없이 아침 시간을 노렸다.

지난 2월 20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에 대한 남측의 평가를 반박하는 내용을 담은 김여정의 담화는 오전 7시쯤 발표됐고, 그 전날 나온 "우리는 여전히 남조선것들을 상대해줄 의향이 없다"는 내용의 담화도 같은 시간대였다.

북한 외무성은 종종 여러 당국자 명의로 담화를 내고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상황을 규탄하는 입장을 오전 시간대를 전후해 발표하곤 했다. 전략자산 전개가 미국뿐 아니라 남측의 의지에 따른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김여정도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가 잦아지던 지난달 7일 오전 6시반쯤 "미국과 남조선은 정세를 더이상 악화시키는 언동을 삼가해야 할것"이라는 내용의 담화를 낸 바 있다.

ki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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