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경기 시간 너무 길지 않습니까? [김양희 기자의 맛있는 야구]

김양희 2023. 4. 18.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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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름, 빠름, 빠름의 시대다.

2023 KBO리그 평균 경기시간은 3시간19분(17일 현재·이하 연장 포함)이다.

메이저리그가 피치 클록 등의 도입으로 경기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인 것과 비교된다.

피치 클록과 수비 시프트 금지만으로도 메이저리그 경기 시간(10일 기준)은 평균 31분(3시간9분→2시간38분)이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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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희 기자의 맛있는 야구]

17일(한국시각) 열린 2023 메이저리그 마이애미 말린스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경기에서 피치 클록이 작동하고 있다. 애리조나가 5-0으로 승리한 이날 경기는 2시간11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마이애미/AP 연합뉴스

빠름, 빠름, 빠름의 시대다. 유튜브 동영상 길이도 짧아야 조회 수가 더 나오고, K팝 노래 또한 3분 내외로 짧아졌다. 그런데, 점점 길어지는 게 있다. 국내 프로야구 경기시간이다.

2023 KBO리그 평균 경기시간은 3시간19분(17일 현재·이하 연장 포함)이다. 2020년(3시간13분), 2021년(3시간16분), 2022년(3시간15분)보다 길어졌다. ‘스피드 업’을 강조하면서 이런저런 변화를 꾀하기는 했는데 효과를 못 보고 있다. 메이저리그가 피치 클록 등의 도입으로 경기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인 것과 비교된다.

메이저리그는 올해 피치 클록, 수비 시프트 금지, 그리고 베이스 크기 조정 등의 변화를 줬다. 투수는 주자가 없을 때는 15초, 주자가 있을 때는 20초 내로 공을 던져야만 한다. 이를 위반하면 자동으로 볼이 선언된다. 작년 월드시리즈 때 휴스턴 애스트로스 마무리 라이언 프레슬리는 마지막 타자를 상대하면서 평균 32.9초마다 공 하나를 던졌는데 피치 클록의 영향을 받았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수도 있다. 타자 또한 8초 이내에 타격 자세를 취하지 않으면 스트라이크 1개가 자동 선언된다.

수비 시프트도 제한됐는데 두 명의 내야수는 반드시 2루 베이스 양쪽에 있어야만 한다.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에 따르면 메이저리그에서 수비 시프트는 2011시즌 동안 총 2357회가 나왔는데 2021년에는 5만9063회까지 폭증했었다. 타자가 나올 때마다 수비 위치 조정 등을 하면서 경기 시간이 늘어난 감이 없지 않았다. 피치 클록과 수비 시프트 금지만으로도 메이저리그 경기 시간(10일 기준)은 평균 31분(3시간9분→2시간38분)이 줄었다. 1984년(2시간35분) 이후 가장 경기가 빨리 진행된다.

경기 시간은 짧아졌는데 경기 자체는 더욱 역동적으로 변했다. 지난 시즌 같은 기간과 비교해 팀 타율(0.233→0.249)은 올랐고 베이스 크기(15제곱인치→18제곱인치)가 커지면서 도루(경기당 평균 1.0개→1.3개)도 늘었다. 빨리 던지고, 빨리 치고, 빨리 달린다.

사실 프로야구는 지금처럼 느리지 않았다. 프로 원년(1982년)부터 1990년까지는 평균 2시간55분이 소요됐다. 2000년까지만 해도 경기 시간(평균 2시간56분)이 3시간을 넘지 않았다. 그런데 2000년대(2001~2010년)에 이르러 평균 3시간13분으로 늘었고, 2010년 이후부터 작년까지는 경기 종료까지 평균 3시간18분이 걸렸다.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 틱톡 등 30초~1분 길이의 숏폼 플랫폼만 찾는 요즘 시대와는 걸맞지 않은, 시대에 역행하는 스포츠가 되어버린 것이다. 롭 맨프레드 메이저리그 커미셔너가 시즌 개막에 앞서 “야구는 그동안 팬들이 좋아하지 않는 방식으로 진화해 왔고, 이제는 우리(사무국)가 개입할 때라고 생각해 (변화를) 결정했다”라고 밝힌 이유다.

KBO리그 또한 수비 시프트 금지까지는 아니더라도 피치 클록만큼은 진지하게 논의할 때가 됐다. 2023 세계야구클래식(WBC) 때 메이저리그 규칙(등판 투수 무조건 3타자 상대, 연장전 승부치기)이 적용됐던 점을 고려하면 차기 대회(2026년) 때는 피치 클록 등도 그대로 도입될 가능성이 짙다. 2024시즌부터 리그에 적용해서 미리 대비하는 것도 WBC 4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을 막는 일이 될 것이다.

어제의 홈런으로 오늘의 경기에서 이길 수 없듯이, 어제의 방식으로 오늘의 팬을 붙잡을 수는 없다. 야구 중계를 함께 보다가 “너무 지루해”라는 말을 반복하는 10대 아들을 보며 드는 생각이다.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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