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원전 직권남용 재판서 '고리 1호기' 비교하며 공방

[대전=뉴시스]김도현 기자 =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관련 재판에서 검찰과 피고인 측 변호인들이 고리 1호기 폐쇄 과정과 월성 1호기 폐쇄 과정을 비교하며 공방을 벌였다.

대전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최석진)는 18일 오전 10시 316호 법정에서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업무방해, 경제 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및 방조) 등 혐의로 기소된 백운규(57) 전 산업부 장관과 채희봉(55) 전 청와대 산업정책 비서관, 정재훈(61) 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에 대한 20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검찰은 “고리 1호기가 한수원 심의 의결을 통해 자발적으로 폐쇄 결정이 내려진 반면 월성 1호기의 경우 산업부의 지속적인 압박으로 어쩔 수 없이 조기 폐쇄 의향을 담은 설비현황조사표를 제출한 것”이라며 “월성 1호기가 고리 1호기 폐쇄 의향과 유사한 양식을 기재했다는 이유만으로 위법성이 없다고 평가한 피고인 측의 의견은 부당하다”라고 말했다.

이에 피고인 측 변호인들은 “한수원은 단순한 주식회사가 아니며 공공기관운영법에 따라 지정된 공공기관이고 공공영역에 사업을 갖고 있는 한수원에 정부가 행정 지도를 하는 것은 정당한 것”이라며 “검찰은 월성 원전 1호기 폐쇄 당시 산업부와 한수원 관계자들이 협의하는 과정에서 하지 않은 말과 없었던 일을 있었던 것처럼 꾸며 자발성이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라고 반박했다.

특히 월성 1호기가 노후 원전이며 추후 일부 시설이 파손된 사실 등에 비춰 공소사실에 기재된 것처럼 안전하다고 단언하기 어렵고 정책을 결정하는 입장에서는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보수적으로 정책 결정을 할 수밖에 없으며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역시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고리 1호기의 경우 설계 수명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했지만 월성 1호기는 연장하기로 결정된 상태에서 돌연 가동을 중단해 조기 폐쇄하겠다는 산업부 결정에 한수원은 중간에 폐쇄하는 것은 불가하다고 거부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피고인 측 변호인들은 “계속 운전 시 경제성이 있다고 평가된 고리 1호기와 달리 월성 1호기는 가동 시 적자였고 시나리오가 여러개 있을 정도였으며 행정 지도를 통해 국가가 결정할 수 있다”라며 “고리 1호기에 대해서는 전혀 배임이라고 하지 않고 있다”라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신속한 재판 진행을 위해 양측의 의견을 들은 뒤 월성 원전 1호기 관련 문건을 삭제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8개월, 집유예 2년을 선고받은 서기관 A(46)씨에 대한 증인 신문을 이어갔다.

다음 재판은 오는 25일 오전에 진행될 예정이다.

앞서 백 전 장관과 채 전 비서관은 2017년 11월 한수원에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내용이 담긴 ‘설비현황조사표’를 제출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월성 원전 1호기는 이듬해인 2018년 6월15일 한수원 이사회 의결로 ‘즉시 가동 중단 및 조기 폐쇄’하기로 결정됐다.

당시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손해보전 여부가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이들의 지시로 월성 원전 1호기가 경제성이 없는 것처럼 평가를 조작, 즉시 가동 중단 결정을 내려 한수원에 1481억원 상당의 손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이 과정에서 경제성 평가 용역을 맡은 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는 2018년 5월 월성 원전 1호기 가동 경제성을 약 1700억원에서 한 달 만에 200억원대로 낮춘 최종평가서를 한수원에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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