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고의 없었다"친모 변명에…재판부 "장기방치, 숨질줄 몰랐나?"(종합)

"마지막 방치시간 60시간인데, 예견 가능성이 없다?"…친모 묵묵부답

2살 방치 살해 친모 A씨(24·여)/뉴스1 ⓒ News1 정진욱 기자

(인천=뉴스1) 박아론 기자 = 2살 아들을 무려 1년간 60차례에 걸쳐 홀로 둬 탈수와 영양결핍으로 끝내 숨지게 한 20대 엄마가 첫 공판에서 살인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또 방임혐의도 일부 부인했다.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상 아동학대살해, 아동복지법상 상습아동유기·방임 혐의로 구속기소된 A씨 측(24·여)은 18일 오전 인천지법 제15형사부(재판장 류호중)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아동학대살해 혐의를 전부 부인한다"고 밝혔다.

A씨 측은 "남편이 집을 나간 이후 독박 육아를 하면서 아이가 잠든 틈을 타 PC방에 간 것 뿐"이라며 "생활고로 전기가 끊겨 휴대폰을 충전하려고 PC방에 갔다"고 했다.

또 "예방접종을 받아야 하는 등 영유아검진에 대해 알지 못했다"면서 "이는 국가혜택이기에 이행하지 않았다고 해서 방임 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살인의 고의도 없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전기요금을 못내서 PC방을 간다는게(이해가 가질 않는다)"라고 말하자, A씨 측 법률대리인은 "범행 기간 중 전기가 들어온 때도 있었지만 많은 경우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고, 늦은 시각 아이가 잠든 시간을 이용해서 나간 것이다"고 답했다.

또 재판부가 "생활비를 어떻게 마련했나?"고 묻자 A씨 측 법률대리인은 "주변에 빌렸다"고 했고, 재판부가 "주변에 도와줄 사람은 없었나"고 묻자 A씨 측은 "부모가 이혼했는데 아버지는 연락이 되질 않고 어머니는 재혼해서 도와줄 여력이 되질 않는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A씨 측이 살인의 고의성까지 부인하자 "방치한 시간이 장기간이고 장시간인데,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볼 수 있나"고 A씨 측에 되물었다. 이어 "피고인이 답해봐라"고 말하면서 "아이를 홀로 놔두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전혀 못했나?"고 묻자 A씨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날 법정에는 피해아동의 친부 측 법률대리인도 참석했다. 그는 "피고인은 전기가 끊겼다, 아이가 잘 때 PC방을 갔다면서 이해할 수 없는 변명으로 일관하는데, 생계 유지를 위해 일을 하러 나갔다가 아이가 사망한 것이 아닌, 인터넷에서 알게 된 남자친구와 시간을 보내기 위해 나갔던 것"이라며 "반성하는 지 의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A씨는 이날 허리를 붙잡은 채 얼굴을 찡그리며 법정에 들어섰다. 그는 "어딘가 불편한가"라는 재판부의 물음에 "지난 주 허리를 다쳤다"고 했다. 이로 인해 A씨는 앉은 채로 재판을 받았다.

A씨는 재판 내내 허리를 부여 잡은 채로 얼굴을 연신 찡그린 채로 재판을 받았으나, 혐의에 대한 인정 없이 태연한 모습을 일관했다.

A씨는 1월30일 오후 2시부터 2월2일 오전 2시까지 인천시 미추홀구 자택에서 아들 B군을 홀로 집안에 방치한 채 외출해 탈수와 영양결핍 등으로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지난해 1년간 인천시 미추홀구 자택에서 아들 B군(2)을 총 60여 차례에 걸쳐 총 544시간 상습 방임한 혐의다.

A씨는 지난해 여름 무렵 남편과 별거 후 B군과 함께 다른 동네로 이사해 생활하다가 이같은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B군은 A씨의 장기간 방임 범행으로 탈수와 영양결핍으로 인해 끝내 숨졌다.

검찰은 B군이 2021년 3분기까지 'e아동행복지원사업'에 다른 위기아동관리 대상에 포함됐으나, 2021년 10월 이사 후 전입신고를 하지 않아 관리대상에서 제외된 사실도 확인했다.

이로 인해 B군은 사망 당시 예방접종 미접종, 영유아건강검진 미검진, 가스요금 체납 및 가스 중단 등 4종 이상 위험징후 발견에도, 전입신고를 하지 않은 탓에 관리를 받지 못했다.

aron031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