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군사전략 '보복 아닌 거부에 의한 억지'로 탈바꿈
기사내용 요약
러군 우크라 만행에 놀란 접경국들
강력한 방어 요구 따라 혁명적 변화
나토 사령부 실질적 전쟁 지휘부 변신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2차 세계 대전 이후 가장 큰 피해를 일으킨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놀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냉전 시대의 강력한 군사 동맹으로 빠르게 다시 태어나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17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다음은 기사 요약.
수십 년 동안 겨울잠을 자면서 자신감을 잃었던 나토가 혁신하고 있다. 나토의 전략이 ‘보복에 의한 억지’에서 ‘거부에 의한 억지’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과거 러시아가 침공할 경우 미국 등 동맹국들이 지원에 나서 보복하고 밀어낼 때까지 버틴다는 전략에서 러시아군의 점령을 절대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폴란드와 발트해 국가 등 러시아 접경 국가들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이 부차, 이프린, 마리우폴, 헤르손 등지에서 저지른 온갖 악행을 목격한 때문이다. 이들 국가들은 침공 며칠 만에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영토의 상당 부분을 점령한 것을 주목하고 있다.
러시아군의 침공을 원천 봉쇄하려면 혁명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러시아 접경에 더 많은 병력을 상주해야 하며, 미국 등 동맹국들의 전쟁 계획을 더 많이 수용해야 하고, 국방비 지출을 늘려야 하며, 동맹국 부대가 특정 기능을 위한 특정 장비를 갖추도록 사전에 계획을 세워야 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나토가 러시아를 포위하고 있다고 불평해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러시아 접경 나토 회원국들이 국경에 더 많은 병력을 배치하도록 만들었다.
나토 군대가 강력해지는 것을 넘어 러시아가 이를 인식하게 만드는 것이 거부에 의한 억지의 핵심 요소가 된다.
국방 투자 담당 나토 사무차장보를 역임하고 유럽연합(EU) 대외관계위원회에서 일하는 카미유 그랑은 “(러시아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국방비를 조절하는 문제는 더 이상 논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유럽 및 동유럽 국가들이 “점령지 탈환 보장은 더 이상 억지 수단이 될 수 없으며 침공 첫 날부터 단 한 치의 땅도 내주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한다고 지적했다. 동맹국 파병까지 몇 달 기다려야 하는 방식이 더 이상 용인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나토가 러시아 접경 나토 회원국들에 파병한 다국적 군대는 대대급 부대 8개다. 나토는 이들을 연대로 확대해 러시아가 침공할 경우 첫 날부터 본격적인 반격에 나서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또 전쟁 발발 때 수천 명의 병력을 즉시 투입하는 방법도 세우고 있다.
나토는 크리스토퍼 캐볼리 유럽 최고사령관 겸 유럽 주둔 미군 사령관 휘하에 더 많은 병력을 배속할 예정이다. 캐볼리 사령관은 냉전 이후 처음으로 미국과 동맹국들의 전쟁 작전 계획을 통합하는 “억지에 의한 방어”를 책임지게 된다.
이에 따라 중·동유럽 국가들에게 냉전 이후 처음으로 각국이 담당할 임무가 배정되고 서방 각국은 자국 군대를 파병할 지역을 배정받게 된다. 과거 아프가니스탄에 헬리콥터 경보병 부대를 파견하는 수준에 그쳤다면 지금은 나토 회원국의 영토를 책임지고 방어해야 하게 된 것이다. 예컨대 영국의 경우 나토 동유럽 지역 방어를 위해 경보병 원정대보다 비용이 훨씬 많이 드는 더 많은 기갑부대를 파견해야 할 수 있다.
나토의 새 작전 계획에 따라 각국에 부여되는 임무가 구체화되고 의무화 된다. 또 각국이 자국의 군사 능력을 세부적으로 나토 사령부에 보고하면 나토 전략가들이 부족한 점을 보강하고 지나친 부분을 줄이도록 지시하게 된다.
과거에도 나토는 2017년 덴마크에 비용이 많이 드는 잠수함 건조를 중단하도록 통보했고 캐나다에는 공중급유기를 갖추도록 통보했다.
프리기트함에 대공방어무기를 장착하면 러시아를 자극할 수 있다며 거부했던 회원국들이 지금은 나토 회원국 전체에 대한 의무로 받아들이고 있다. 또 한 나라의 국방 계획이 부적절하다고 다른 회원국들이 모두 동의하면 “당사자를 제외한 만장일치” 방식에 따른 투표로 회원국의 국방 계획 수정을 결정할 수 있다. 캐나다 공중급유기 보유 통보가 이에 해당하는 사례다.
나토가 회원국들에 미치는 발언권이 갈수록 훨씬 커지고 있다. 2014년 러시아가 크름반도를 침공해 합병한 뒤 나토는 각국의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로 늘리기로 합의했으나 이를 충족한 나라는 31개 회원국 가운데 아직 8개국 뿐이다. 그러나 군사비 지출은 2014년 대비 3500억 달러가 늘었다.
오는 7월 열리는 나토 정상회담은 국방비 지출 2% 요구를 하한선으로 규정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주요국들의 국방비가 GDP 2.5% 이상 3%로 늘어나면 러시아를 억지하는데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2014년 이후 발트해 3국과 폴란드에 1개 대대씩 배치한 나토는 지난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헝가리, 불가리에 등 4개 대대를 추가 배치했다. 현재 이들 8개 대대 병력은 1만232명 수준이다.
나토는 이들 부대를 병력 4~5000명 규모의 여단급으로 늘릴 예정이다. 특히 지난 30년 동안 크게 위축된 대공 방어 능력도 크게 개선할 예정이며 대규모 군사 훈련 횟수도 늘려 러시아에 과시할 계획이다.
과거 스테디패스트 눈(Steadfast Noon) 나토 핵훈련은 비공개로 실시됐으나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 사전에 공개됐다. 러시아의 핵위협에 위축되지 않을 것임을 과시한 것이다.
나토군 최고사령부에 배치된 회원국 병력 수천 명이 과거 연락관 역할에서 회원국들의 작전 계획을 통합하고 회원국 군대를 배치하는 등의 실질적 사령부 역할을 하게 된다. 하이브리드 전쟁에서 국지전, 핵전쟁까지 모두 망라하는 주요 군사 전략 및 전쟁 작전 계획 콘트롤 타워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규정상 나토 사령부는 필요시 4만~5만 병력 규모의 13개 군단을 동원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동원 가능한 병력은 크게 미치지 못한다. 이에 따라 나토 사령부는 회원국들의 대비 태세를 개선해 실제 동원 가능한 병력을 늘려야 한다.
이런 변화에서 중요한 것이 기동성과 보급을 개선하는 일이다. 현재는 모두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폴란드에서 우크라이나에 필요한 물자를 보내는 일조차 아직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보 대들러 시카고 국제관계위원회 회장은 “과거 영토 방위에 진지하지 않았던 나토가 지금은 변하고 있다. 변화의 핵심은 회원국 국민들과 정부들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적응하는지 여부”라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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