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원 “WBC 다녀와서 구속 1~2km 저하? 걱정 마세요, 마라톤처럼 완주할 겁니다.” [MK인터뷰]
두산 베어스 투수들 가운데 주먹을 불끈 쥐는 위기 탈출 세리모니가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남자가 있을까. 거기에 포수 양의지와 함께 보이는 ‘베어스 신인왕 케미’는 두산 팬들의 낭만 야구를 현실로 이뤄지게 하는 장면이다.
사실 올 시즌을 앞두고 정철원을 향한 우려는 분명히 있었다. 지난해 많은 이닝(72.2이닝)을 소화한 데다 WBC 대표팀에 합류해 몸을 빨리 끌어 올려야 했던 까닭이다. 시즌 초반 정철원의 1구 1구에 두산 팬들의 촉각이 곤두서는 것도 이해가 가는 분위기다. 2022시즌(평균 149.5km/h)보다 2023시즌 초반(평균 148.1km/h) 속구 구속이 약간 떨어진 점도 얘기가 나오는 분위기다.
하지만, 정철원은 이런 우려에 “너무 멀리 간 걱정”이라며 고갤 내저었다. 몸 상태에 전혀 문제가 없는 데다 자신의 구상대로 투구 페이스를 끌어 올리는 단계가 순조롭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즌 초반 등판 결과도 큰 문제는 없다. 정철원은 4월 17일 기준으로 7경기 등판(8.2이닝) 2승 3홀드 평균자책 2.08 9탈삼진 3볼넷을 기록했다.
팀 동료 양석환 선수가 최근 혼자서 영웅놀이를 하려고 한다고 저격(?)했던데(웃음).
아무래도 나나 (양)석환이 형이나 둘 다 영웅 같은 스타일을 좋아해서 통하는 게 있지 않나 싶다(웃음). 나보단 석환이 형이 더 영웅 같다. 안타를 많이 치는데 홈런까지 잘 치지 않나. 벤치에서 나도 팬심으로 석환이 형을 열심히 응원하고 있다.
시즌 초반 쉽지 않은 위기 상황도 잘 넘기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위기 상황을 넘기는 게 너무 재밌다. 어려운 상황이 되더라도 점수를 최대한 안 주려고 마음을 먹고 던진다. 최대한 팀이 지지 않는 상황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WBC 대표팀을 다녀온 투수들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큰 것도 사실이다.
두산 팬들의 우려나 걱정의 시선이 느껴지긴 한다. 그래도 WBC 다녀와서 몸에 큰 이상이 있거나 변화가 있는 건 아니다. 전혀 문제가 없다. 그런 걱정은 너무 멀리 간 걱정이 아닐까 싶다. 아프고 싶어서 아픈 투수는 없고, 못하고 싶어서 못하는 투수도 없다. 안 아프고 성적을 잘 낼 자신이 있다.
그런 상황에선 구속 숫자에 예민해지기도 하나.
아직 내 몸 컨디션을 100%까지 올린 건 아니다. 마라톤 선수가 처음부터 100% 페이스로 뛰는 건 아니지 않나. 풀타임 시즌을 완주하기 위해 내 계획대로 끌어 올리고 있다. WBC 대회를 다녀와서 구속이 1~2km/h 느려졌다는 말도 나오는데 누구보다 내 몸 상태를 잘 알고 있는 구단에서도 전혀 걱정 안 하고 있다. 팬들도 그런 걱정은 전혀 하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마라톤을 하듯 풀타임 시즌을 건강히 완주하겠다.
스프링캠프와 WBC 대표팀, 그리고 두산에서도 양의지와 배터리 호흡을 계속 맞추고 있다. ‘베어스 신인왕 출신’ 배터리의 케미스트리도 화제가 됐다.
(양)의지 선배가 계속 내 세리모니를 가지고 놀리시더라(웃음). 볼 배합이 조금 다른 부분은 느껴진다. 그래도 지금보다 더 많은 경기에서 호흡을 맞춰봐야 더 정확히 달라진 부분을 알 듯싶다. 지금까지는 서로 잘 맞춰가면서 경기를 하고 있다.
선두 타자에게 볼넷을 내줘도 곧바로 다음 타자와 공격적인 승부에 바로 집중하는 편이다. 안타를 맞더라도 연속 안타를 안 맞으려고 더 힘 있게 던진다. 오히려 집중력이 더 올라간다. 지난해 1군 경험이 쌓이면서 올 시즌엔 더 좋은 투구를 보여드릴 수 있을 듯싶다.
만약 볼카운트 2볼로 몰린다면 한가운데를 보고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스타일인가.
무조건 한가운데만 보고 던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제구보단 구위에 힘을 더 쓰려고 한다. 스트라이크를 던지더라도 상대 타자가 내 공에 방망이가 밀릴 만큼 더 힘을 쓰는 거다. 그러다가 빠져서 3볼이 되더라도 더 힘 있게 코스로 던져서 풀카운트까진 끌고 가려고 한다. 볼넷이 되면 어쩔 수 없지만, 풀카운트까지만 끌고 가면 내가 이길 자신이 있다. 내 야구는 그런 느낌이 강하다.
양의지 선수도 그런 정철원 선수의 공격적인 스타일의 장점을 인상 깊게 본 듯싶다.
지난 광주 원정 경기 때 등판해서 무사 만루 위기에서 두 차례 삼진을 잡았을 때가 있었다. 다음 타자(한승택)를 상대로 볼 2개를 먼저 던졌는데 이게 뭔가 느낌이 안 좋다고 생각했다. 그때 딱 타이밍 좋게 양의지 선배님이 마운드에 올라오시더라. 의지 선배님이 ‘오늘은 가운데 던져도 못 칠 공이다. 너무 코스로 던지려고 하지 말고 지금은 가운데로 힘 있게 던져봐’라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의지 선배님 말을 믿고 던졌는데 내야 땅볼로 좋은 결과가 나왔던 기억이 난다.
새로 팀에 합류한 박정배 불펜코치는 어떤 스타일인가.
지난해 배영수 코치님은 나 같은 젊은 투수들에게 투구 메커니즘이나 경기 운영 능력을 많이 알려주셨다면 박정배 코치님은 그날 한 경기에 딱 집중할 수 있는 투구 컨디션 관리와 준비 과정에 많이 신경 써주신다. 또 장난을 많이 쳐주시면서 선수들을 편안하게 해주신다. 그날 한 경기에 딱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잘 만들어주셔서 감사드린다.
지난해 160km/h 구속 목표를 얘기했었다. 투수라면 150km/h를 넘기면 당연히 다음 목표는 160km/h라고 생각한다. 최고 구속 154km/h까지 찍어봤는데 언젠가 160km/h 공을 던질 수 있도록 준비를 열심히 하려고 한다.
올해 안에 160km/h 공을 볼 수 있는 건가.
솔직히 올해 안까지는 (160km/h 구속을 던지는 건) 쉽지 않다. 아마도 유희관 선배님이 투수코치로 오기 전까지는 어렵지 않을까(웃음). 그때까진 만들어볼 텐데 지금은 힘들다. 당장 너무 무리해서 욕심을 낼 필요는 없을 듯싶다.
이승엽 감독이 올 시즌 초반 긍정적인 의미로 등판 시점을 가장 고민하게 만드는 투수가 바로 정철원이다. 8회는 기본이고 7회와 6회까지 나와 필승조 마당쇠 역할을 맡는 분위기다.
어떤 이닝에 나가든 좋은 성적을 낼 자신이 있다. 멀티이닝 소화도 그렇다. 꼭 8회가 아니더라도 감독님께서 중요한 순간에 올려주신다면 믿어주시는 만큼 그 믿음을 말보다 행동과 성적으로 보여드리고 싶다. 언제 어떤 상황이든지 나갈 준비가 돼 있다. 감독님께서 나가라고 하면 언제든지 나갈 수 있는 투수가 되겠다.
이제 두산 팬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투수가 된 게 실감이 나나.
솔직히 아직 멀었다고 생각한다. 겨우 지난해 한 시즌만 제대로 소화한 건데 두산 팬들께서 이렇게 좋아해주시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드린다. 하지만, 나는 아직 욕심이 많고 잘하고 싶은 날이 더 많이 남았다. 아직 부족하고 갈 길이 멀었다고 생각한다. ‘잘 던지겠다’라는 말을 너무 많이 뱉어서 말보단 행동으로 보여드리겠다. 두산이 많이 이기는 과정에서 거기에 맞게 도움이 되는 투수가 되고 싶다. 올 시즌 첫 가을야구 경험과 함께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하고 싶은 게 가장 중요한 목표다.
[김근한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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