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바다를 다시 상상하기 : 해양 범죄를 추적하는 이유
이 행성의 3분의 2는 물로 덮여 있고, 대부분 통제되고 있지 않습니다. 인권을 침해하고 환경을 해치는 범죄가 종종 발생하지만, 바다에서 벌어진 것들은 처벌받지 않습니다. 이 바다는 넓게 퍼져 있고 법을 강제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 사람들은 안타깝게도 바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릅니다. 관련 보도도 드뭅니다. 그 결과 대다수는 우리가 바다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 잘 모릅니다. 현재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은 바다로부터 100마일 이내에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이 공간을 밝고 어두운 푸른색의 캔버스로 우리가 가끔 지나가는 물로 가득한 사막처럼 생각할 뿐이죠.
문제는 우리 머릿속에 있습니다. 바다는 일반적으로 해양생물의 서식지로 간주됩니다. 하지만 바다는 그 이상입니다. 바다는 일터이면서 상징이고 탈출구나 감옥, 식료품 가게, 쓰레기통, 무덤, 뜻밖의 횡재, 분쟁의 불씨, 기관지, 교통로, 창고, 창문, 긴급 상황, 그리고 무엇보다도 기회입니다. 우리가 이 사실을 고려하지 않고, 이 공간을 더 넓게 재해석하지 않는 한, 바다를 통제하고 보호하고 이해하는 건 계속 부족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바다는 일터입니다.
5천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바다에서 일합니다. 인류학적으로 이 노동자들은 놀라운 인구통계를 형성합니다. 일시적 디아스포라 부족인 그들은 그들만의 언어, 에티켓, 미신, 사회계층, 규율, 그리고 범죄 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의 세계는 그들 사이에 전승되는 지식이 법만큼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곳입니다. 이들 대부분은 연간 10만 명 이상, 즉 하루에 3백 명 이상 사망자가 발생하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직업인 어업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원양 어선들의 상황은 악명 높게 잔혹합니다. 폭력과 인신매매, 그리고 방치는 흔한 일입니다. 일의 강도, 일하면서 생기는 부상, 노동 시간, 더러운 주변 환경은 끔찍합니다. 거친 날씨에 바다표범들은 선원들의 무릎 아래를 공격하면서 배로 기어오릅니다. 바닷물과 생선 내장은 갑판을 스케이트장처럼 미끄럽게 합니다. 거친 바다와 강풍에 불규칙하게 흔들리는 갑판은 때때로 뾰족한 연장과 회전하는 윈치, 그리고 높게 쌓인 500파운드짜리 그물이 있는 장애물 코스가 됩니다. 감염은 계속해서 발생합니다. 이런 배에서는 상처를 낫게 할 수 있는 항생제도 거의 없습니다. 선장들은 선원들이 더 오래 일할 수 있도록 많은 양의 암페타민만 쌓아둘 뿐이죠.
바다는 상징입니다.
바다는 오랫동안 바다만의 풍족하고 무한한 풍요로움을 내포하고 있었습니다. 헨리 슐테스는 1813년에 “매우 생산적인 토양 외에도 우리를 감싸고 있는 바다는 일 년 내내 경작을 위한 노동, 씨앗이나 비료에 필요한 비용, 그리고 임대료나 세금의 지불 없이 우리에게 무궁무진한 부를 제공합니다.”라고 썼습니다. 호손 다니엘과 프란시스 미노트가 쓴 1954년의 책 <The Inexhaustible Sea>에서도 이런 개념은 이어졌습니다. “우리는 바다가 제공하는 게 우리 상상의 한계를 넘어선다는 걸 이미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즉, 언젠가는 바다가 무한하다는 걸 알게 될 것이라는 거죠.” 이러한 생각들은 수세기 동안 우리의 사고를 지배해 왔습니다. 만약 바다가 그렇게 넓고 파괴될 수 없다면, 그리고 바다가 스스로 무한하게 보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우리는 왜 바다로부터 가져오거나 버리는 걸 통제하려고 할까요?
바다는 피난처입니다.
수세기 동안 바다에서의 삶은 육지에 갇힌 삶으로부터의 피난처, 정부 간섭으로부터 벗어난 것, 탐험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는 자유로 표현되어 왔습니다. 이러한 내러티브는 새로운 땅을 찾아 나선 모험가들의 이야기로 시작하여 우리의 DNA에 깊숙이 잠겨 있습니다. 폭풍, 위험한 탐험, 난파를 겪은 선원들, 난폭한 사냥꾼들로 가득한 바다는 황야와 길들여지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생생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쥘 베른의 <해저 2만 리>가 처음 출판된 이후로, 사람들은 자유를 이용해서 바다 위나 아래에 자신들만의 식민지를 개척하는 것을 꿈꿔왔습니다. 이런 전통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오늘날, 미국 서부 농장들(homestead)의 이름을 따서 자신들을 바다농장주(seasteader)라 부르는 몇몇 자유주의자들은 여전히 자치와 자급자족이 가능한, 바다 위 독립 국가를 꿈꾸고 있습니다.
바다는 감옥입니다.
탈출이나 어디에 의지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해상의 배들은 많은 노동자에게 창살 없는 감옥 같습니다. 매년 수만 명의 성인남성과 소년의 매매가 이뤄지고 때때로 수년 동안 원양어선들에, 심지어 족쇄에 채워져, 갇혀 있을 때도 있습니다. 거의 모든 삶에서 벌어지는 이런 학대에 대응하기 위해 휴대전화가 일종의 경찰 같은 존재가 됐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뭔가 안 좋은 일이 발생하면, 전 세계가 볼 수 있도록 유튜브에 올라갈 겁니다. 그러나 선원들이 종종 노예 계약 상태에서 일하고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없는 바다에서는 그런 일이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연료 가격이 상승하고 근해에 있는 물고기가 줄면서, 해양노동 연구자들은 더 많은 배들이 더 먼바다로 떠나 오랫동안 머물면서 비슷한 유형의 학대가 더 많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바다에서 감금되는 일도 다른 형태로 계속 일어날 것입니다. 매년 수백 명의 노동자들은 물이 가득한 감옥에 버려집니다. 배경이 되는 이야기도 비슷합니다. 자원이 부족해지면서 자금난을 겪고 있는 선주들은 파산을 선언합니다. 결국 그들은 손실을 줄이고, 멀리 떨어져 있거나 닻을 내리고 있는 선원들을 먼바다나 낯선 항구에 놔두고 배를 버립니다. 오래된 전설인 ‘플라잉 더치맨 Flying Dutchman’의 선원들처럼, 이들은 어딘지 모르는 곳에서 헤매거나 앉아서 기다리기만 하는 상태로 남겨집니다. 그들은 육지로 돌아가기 위한 이민 서류, 집에 가기 위해 필요한 자원, 또는 가족에게 소식을 전할 수 있는 수단이 없습니다. 매년 전 세계에서 수천 명이 바다에서 고통을 겪으면서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좌절합니다.
바다는 식료품을 파는 곳과 같습니다.
바다는 전 세계 인류에게 필수 식량을 제공합니다. 개발도상국의 일부에서는 소비하는 동물성 단백질의 절반 이상이 해산물에서 나오며, 해산물은 2020년에 약 1,510억 달러가 거래될 정도로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거래되는 식품입니다. 그러나 어업 전문 역사가 폴 그린버그가 지적했듯이 바다를 다루는 방식과 개념은 우리가 물고기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에 영향을 받습니다. 해양 생물은 일반적으로 하등 생물로 여겨져 왔습니다. 독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그리고 다른 서유럽 언어에서 해산물은 “바다 과일”입니다. 수백만 종의 생물이 존재하는 생태계는 희귀한 생물체가 아니라 우리가 주로 소비하는 것 위주로 구성돼 있습니다. 한편, 우리는 이 식료품점 같은 바다에서 너무 많은 것을 빼앗고 있습니다. 지난 50년간, 전 세계 해산물 소비량은 5배 이상 증가했고, 중국이 주도하는 산업은 냉장, 엔진 효율, 선체 강도, 레이더 등의 기술 발전을 통해 (우리의) 식욕을 충족했습니다. 위성 항법시스템은 어선들의 바다 체류 시간과 이동 거리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수산업은 이제 기술적으로 매우 발전해 과학보다는 예술에, 사냥보다는 수확에 가까워졌습니다. 그 결과는 전 세계 저장량의 3분의 1 이상이 남획된 겁니다.
바다는 쓰레기통입니다.
수 세기 동안, 인류는 모든 것을 흡수하고 소화하는 무한한 능력이 있다고 할 만큼 바다를 매우 광활하게 바라봤습니다. 바다에 아무거나 버릴 수 있도록 허용한 거죠. 석유, 하수, 시체, 화학 에플루움, 쓰레기, 군용 무기, 심지어 석유 굴착기 같은 해상 구조물도 블랙홀에 빨려 들어간 것처럼 바다로 사라지게 됩니다. 하지만, 진정한 범죄는 대부분의 역사에서 해양 투기가 범죄로 여겨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이제 법은 바뀌었지만, 습관은 지속되고 있습니다. 기름 유출은 분노를 일으키는 사건이지만, 이때 유출량은 매년 바다에 버려지는 기름의 양보다는 훨씬 적습니다. 매 3년마다, 선박들은 엑슨발데즈 원유 유출과 딥워터호라이즌 기름 유출 사고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양의 기름과 폐수를 바다에 버립니다. 투기의 또 다른 원인은 바다 위에서도 옵니다: 용존 탄소의 양은 말할 것도 없이, 바다의 용존 산소 수준은 치솟았습니다. 비는 육지를 거쳐 하수, 비료, 세제, 그리고 미세 플라스틱과 혼합되어 곧장 세계의 바다로 흘러 들어가게 됩니다. 이들은 조류와 미생물을 과도하게 성장시켜서 스코틀랜드 크기의 “데드 존”을 만들게 됩니다.
바다는 묘지입니다.
육지에서는 경찰이 무덤을 파서 살인 사건을 조사할 수 있습니다. 바다에서는, 한 해양 연구자가 말했듯이 “죽은 자는 죽은 채로 머뭅니다.” 바다는 시신 매장지이면서 처벌도 면할 수 있는 곳입니다. 선상의 살인자들은 살인현장의 자신들을 촬영할 수 있고 피 흘리는 순간에 축하 셀카용 포즈를 취하고서도 자신들이 저지른 범죄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해양에서 벌어지는 범죄를 해결하려는 의지나 관할권을 가지고 있는 정부는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증거도, 검시도, 범죄현장도, 기소도 없습니다. 매년 수천 명의 이민자들이 바다로, 예를 들어 상당수가 지중해에서, 사라집니다. 그들은 리비아, 모로코, 튀니지에서 바다 건너 유럽으로 가려고 합니다. 거친 바다나 인신매매범 혹은 리비아 해안경비대가 이민자들이 탄 배를 전복시킬 때, 그들은 바로 익사하지 않습니다. 시신들은 세상이 전혀 알 수 없을 만한 어둠 속으로 사라집니다. 이런 악순환은 계속됩니다.
바다는 뜻밖의 횡재입니다.
약화되고 부패한 감독 기관들의 “감독”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공해에서 원하는 만큼 가지고자 하는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국제 수역에서는 불법 비규제 어업이 일반적입니다. 그리고 바다는 음식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을 제공합니다. 석유 및 가스 시추공, 해저 광부, 보물 사냥꾼, 난파선 도둑, 그리고 생물 의학 탐사자들은 이 모든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바다에는 사람들이 어떠한 대가 없이 편하게 가져가기만 하려고 하는 것들로 가득합니다.
바다는 분쟁의 불씨입니다.
바다는 육지보다 관할권이 덜 명확하고 경계선이 존재하는 제한적인 공간이기 때문에 충돌하는 일이 종종 발생합니다. 한 국가가 다른 국가의 영토를 침입했다는 이유로 어선을 체포하는 대리전은 바다에서 자주 일어납니다. 주권과 권력에 대한 지정학적 테스트는 바다 같은 외곽에서 발생하곤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바다는 화약통 같은 존재입니다. 정치학자들이 다음에 일어날 대규모 군사 폭발의 불씨를 예측하는 곳과 유사한 거죠.
바다는 기관지 같은 역할을 합니다.
지구의 폐 역할을 하는 바다는 우리가 숨 쉬는 산소의 절반을 생산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더 많은 화석 연료를 태우고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면서 지구를 죽이고 있습니다. 바다는 이미 지구 온난화로 인해 발생한 열기의 90%를 추가로 흡수했고, 오늘날 지구는 산업혁명 이전보다 30% 이상 더 산성이 됐습니다.
바다는 교통로입니다.
공해는 세계 무역의 고속도로입니다. 현대 해양 문화의 중심에는 17세기 내정 불간섭의 원칙과 ‘바다의 자유’로 알려진 법적 신조가 있습니다. 즉, 해안포 사정거리를 넘어선 바다에서는 국가나 해적 등으로부터 자유롭게 무역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자유 무역의 전제 조건인 이 원칙은 공해에서 더 엄격한 규칙과 더 많은 강제를 막기 위해 유지되고 있습니다. 오늘날 세계화된 경제에서 우리가 소비하는 생산품의 70% 이상이 배로 이동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공해가 국경과 관료제로 인한 간섭을 확실히 덜 받기 때문입니다.
바다는 무기 창고입니다.
이전보다 많은 배들이 다니면서 바다 또한 더 무장을 갖추게 되고 위험해졌습니다. 2008년부터 해적들이 더 넓은 영역에서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많은 상선들이 사설 경비를 고용했고, 그들은 곧 정부의 경찰력을 뛰어넘었습니다. 오늘날 200억 달러 규모의 사설 경비대가 바다에서 운영되며, 그들이 사망할 때 정부는 거의 대응하지 않습니다. 국제 수역에서 사법권을 가진 국가가 없기 때문입니다. 해상 무장 경쟁은 총과 경비대가 어디에나 있을 정도로 고조되어 어느 순간부터는 수상 무기고 같은 틈새 산업이 나타났습니다. 저장고와 합숙소까지 갖춘 이들 배는, 국제수역의 고위험 지역에 위치하면서 수백의 소총과 소형무기, 탄약을 보관하고 있으며, 다음 배치를 위해 수개월씩 기다리는 경비원들이 있습니다.
바다는 창문입니다.
공해는 인간의 본성을 살짝 보여줍니다. 문명과 비문명 사이의 경계를 보게 해 줍니다. 그 경계선이 얼마나 얇고 그 반대쪽에는 무엇이 있는지 보여줍니다. 정부와 법의 통제가 닿지 않는 곳에서 바다는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을 때 어떤 식으로 행동하는지 보여줍니다.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좋은 일일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법을 벗어난 게 대부분입니다. 공해는 무법 바다입니다.
심영구 기자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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