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리뷰]'드림', 소소한 티키타카에 드리운 1600만의 그림자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소소하고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는 스포츠 영화의 탄생이다. 또랑또랑 구슬처럼 각기 잘 빚어진 캐릭터들이 한 주머니 안에서 짤랑거리는, 듣기 좋은 '티키타카' 케미스트리다. 문제는 소소함에서 그친다는 점인데, 딱히 단점이 보이지 않지만 장점도 도드라지지 않는다.
영화 '드림'(감독 이병헌)은 개념 없는 전직 축구선수 홍대(박서준)와 열정 없는 PD 소민(아이유)이 집 없는 오합지졸 국대 선수들과 함께 불가능한 꿈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1626만 관객을 모은 '극한직업' 이병헌 감독의 신작이자, 박서준 아이유 조합으로도 국내외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기대 속 16일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드림'은 이병헌 감독 특유의 속도감 있는 '티키타카'로 기선제압을 하고 '말맛' 느껴지는 스포츠 드라마로 감동을 더했다.
먼저 열정 없는 PD 소민(아이유)과 소울 없는 축구선수 홍대(박서준)라는 두 캐릭터가 맞부딪힌다. 각자의 목표를 위해 홈리스 월드컵 여정을 마무리 해야만 하는 두 사람은 사연 많은 멤버들을 차례로 영입한다. 이혼 후 이민가는 딸과 긴 이별을 앞둔 홈리스, 사랑하는 연인을 잃은 홈리스, 가족에게 외면당하고 짐이 되지 않겠다는 홈리스, 사랑하는 지적장애 여성을 지키기 위해 사는 홈리스 등이다.
영화는 월드컵 준비 과정과 함께 선수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따라가고, 갈등과 위기 극복 끝에 이들의 팀워크와 투혼으로 만들어내는 값진 성취의 쾌감까지 보여준다. 관객들이 스포츠 물에서 기대하는 전형적인 서사 구조를 군더더기 없이 따랐다. 경기 흐름과 함께 선수들의 사연을 풀어나가는데 넘어지고 깨져도 다시 일어서서 해내면서 지난 과오도 함께 극복하고 털어내버리는, 경기와 내 인생의 물아일체다. 신파라기보다는 스포츠 장르에서만 가능한 가슴 일렁이는 감성의 맛이다.
다만 이들의 염원을 골 하나로 소화시키기엔 지나치게 무겁게 담겼다. 해소할 감정은 한가득인데, 사이다는 한 잔 뿐이다. 관객들이 기대한 만큼의 짜릿함을 느낄 수 있을지 염려된다.
심지어 이런 스포츠 서사는 올 상반기에만 '카운트', '슬램덩크', '리바운드'에서도 충분히 더 벅차오르게 볼 수 있었다. 경기 내용으로 이들과 감동을 경쟁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드림'으로서는 이들보다 앞서는 장점으로 캐릭터 플레이와 '대사빨'에 감탄하는 '티키타카' 케미스트리가 있다. 특히 극 초반부에 몰아치는 소민과 홍대의 '티키타카' 신들이 매력적이다. 이병헌 표 대사 소화력 100%다. 아주 빠르고 현란하게 지나가는 말장난을 귀에 쏙쏙 박히게 읊는 아이유와 박서준의 딕션까지 상당히 만족스럽다. 이런 모습을 담은 장면들이 부족하다는 것만 빼면.
홍대와 소민이 극의 중심을 잡는 두 인물인 만큼 캐릭터 설정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소울은 없지만 정의는 있는 홍대는 우직하고, 천성이 선하고, 유쾌한 매력이 돋보인다. 특히 실제 축구 선수 대역을 의심케 할 만큼 현란한 플레이를 선보인 박서준의 놀라운 축구 실력과 탄탄한 보디라인이 인상적이다. 미묘한 개그 코드를 서글서글한 미소로 살려내는 그의 장점을 기반으로 매력 확장판 캐릭터로 완성했다.
반면 '이 다큐 망하면 내가 홈리스가 될 판이고, 집에 비누마저 똑 떨어졌다'는 소민의 사연은 홍대 엄마만큼도 드러나지 않아 궁금증을 자극한다. '사람을 미치게 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첫 번째는 말을 하다가 마는 것이고, 두 번째는…'에서 끊기는 글처럼,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어 놓고 홈리스 개개인의 사연을 다 털어놓을 때까지도 소민의 이야기는 전혀 보여주지 않는다.
소민은 앞서 아이유가 주목받은 '나의 아저씨'나 '브로커' 등의 '생활고에 지쳐 생기를 잃은 젊은 여자 연기'와는 전혀 다른 결의 캐릭터이기도 하다. 싹 바뀐 대사 톤은 물론, 타성에 젖은 직장인 모드 아이유가 만드는 유쾌함이 썩 잘어울렸던 만큼 후반으로 갈수록 줄어드는 소민의 역할과 분량이 아쉬움을 남긴다.
전반적으로 흠잡을 곳 없는 소소한 재미가 가득하고 감동적이기까지 한 스포츠 드라마다. 다만 비교 대상이 동시기 개봉작이 아닌 감독의 전작 '극한직업'(1600만 동원)이 된다는 점은 흥행 왕관이 주는 무거운 짐이자 숙제다. 관객 입장에선 '극한직업'에 비해 '드림'의 유머가 다소 부족하게 느껴질 수 있다.
기대치가 큰 만큼 더욱 혹독한 평가를 받게 되겠지만, 그래도 웃음, 연기, 감동, 쾌감, 캐릭터 등 종합선물세트처럼 남녀노소 관객을 가리지 않고 소소한 즐거움을 안겨줄 작품이 될 전망이다.
오는 26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25분.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스포티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