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망이 바꾸고 공부나 해라", 어른들은 몰라요 [박연준의 시선]
(MHN스포츠 박연준 기자) 알루미늄 방망이 교체와 아마야구 선수들의 학습권. 과연 어른들은 근본적인 문제를 알고 있을까?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탈락과 연이은 국제대회 부진. 그리고 제구를 갖춘 유망 투수들의 부재. 한국 야구 위기 바탕에 항상 등장하는 주제이다.
야구계는 다양한 대책 중 알루미늄 방망이 재도입, 학습권 강화 등 여러 목소리를 내며 한국 야구 부활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내비치고 있다.
매번 거론되는 방망이 이슈, 하지만 깊은 문제는 '이것'
알루미늄 방망이 도입의 경우 한국 야구가 매번 국제대회 부진 때마다 거론되는 방안이다. 고교 야구는 지난 2005년을 끝으로 알루미늄 방망이 대신 나무 방망이를 도입했다. 프로 진출 대비, 국제 경쟁력을 갖추자는 취지다.
여기에 복수 전문가들은 "미국과 일본 등 선진 야구로 불리는 국가에서도 알루미늄 방망이를 사용하는데 한국 야구만이 나무 방망이를 쓴다"라며 "알루미늄 방망이는 반발력이 좋아 비교적 장타가 많이 나온다. 투수들이 이를 조심하기 위해 제구에 신경을 더 쓸 것"이라고 전했다.
알루미늄 방망이 도입과 동시에 타자들의 장타력 증진, 투수의 제구력 보강을 기대한다는 것이다. 특히 WBC 한일전 직후 일본 매체인 풀카운트 역시 "한국 아마야구가 나무 배트를 사용하고 거포가 사라졌고 투수 역시 약해졌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일각에선 알루미늄 방망이 재도입이 제구력 강화와 무관하다는 의견과 함께 오히려 국제 야구에서 알루미늄 강도를 낮추고 있음을 주장하면서 알루미늄 방망이에 대한 의견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아마야구 정통한 한 관계자는 최근 MHN스포츠와 통화에서 "방망이 교체보다 현재 고교야구 입시 제도가 한국 야구를 흔들었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이어 "일명 타율 관리, 이닝 관리 등 대학 진학을 위한 요소들이 문제를 발생시켰다"고 피력했다.
고교야구 10명의 선수 중 10명 모두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한다. 매년 전체 3학년 선수 중 10% 선수만이 프로의 선택을 받고 나머지 90%는 대학 진학으로 등을 돌린다.
현행 대학 야구 입시 요강 상 평균적으로 선수들에게 필요한 것은 팀 성적(전국 대회 8강 이상) 그리고 타율(0.280), 전국대회 10이닝 이상 투구와 3점대 자책점 유지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대부분의 고교 선수가 대학 입시 합격선에 성적을 맞추고 있는 상황이다.
타율과 평균자책점, 팀 성적이 입시 요강에 붙게 된 배경은 '공정함' 때문이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대학 입시는 요강 보다 감독이 직접 선수 선발에 나섰다. 그러면서 일부 학교에서 비리가 터졌고, 성적표를 가지고 선수 선발을 대학 심사 위원이 맡는 방식으로 바뀌게 됐다.
다만 이 때문에 오히려 타율과 평균자책점 등 성적에 눈이 쏠리다 보니 타자의 경우 툭툭 갖다 맞추기만 하는 일명 '똑딱이' 타법의 선수들이 대부분이 된 상황이다.
실제로 일부에선 거포 형태의 선수임에도 방망이를 일부러 짧게 잡고 장타 대신 짧은 안타를 노리는 등 개인 장점보다 대학 진학에 집중된 현상이 일어나게 됐다.
결국 한국 야구 거포의 부재는 이런 현상에서 비롯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대학 야구 지도자는 본 기자를 통해 "공정함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 다만 타율과 자책점 등 일부 성적만 보고 뽑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라며 "라인업에 1번 타자 9명만 있을 수 없지 않나. 4번 타자도 필요하다. 선수 장점을 살려 뽑을 수 있는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고 피력했다.
공정함을 위해 성적을 가지고 선수 선발을 하되, 장타율과 출루율 그리고 득점권 타율 등 세부 지표를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타율이 낮더라도 홈런을 칠 수 있는 타자와 장타가 나오지 않더라도 타율이 높은 선수 등 야구는 1번 타자부터 9번 타자까지 필요한 능력이 다르기 때문에 오직 타율만이 아닌 여러 지표를 가지고 해당 스타일의 선수가 본인의 자리를 찾을 수 있는 입시 요강이 생겨야 한다.
방망이 재질 문제가 아니다. 환경의 문제다. 이런 환경 변화가 선수들에게 주어진다면 곧 한국야구의 장타 부재와 선수 잠재력을 터뜨릴 기회를 제공을 만들어 줄 것이다.
하교 후 야구할 곳 없는데 왜 학습권에만 의견 집중되나요?
고교야구를 비롯한 아마 스포츠계는 공부하는 학생 선수 즉 학습권 문제로 꾸준히 논쟁이 되고 있다.
공부하는 시간이 늘어 야구할 시간이 없다는 의견이 나오는 한편, 야구 하나만 보고 달리다 보니 선수들에게 차선책이 없어 장래가 밝지 못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다수 학교 야구부의 선수들은 교실 수업 대신 야구장에서 대부분의 일과를 보냈다.
정규 수업 과정을 거치지 않다 보니 프로 지명과 대학 입시에 실패한 선수가 은퇴 후 갈 수 있는 길 역시 야구 말고는 정해져 있지 않았다.
이를 토대로 교육부의 스포츠 혁신 위원회는 운동선수 학습권을 만들었고 선수들의 수업 참여와 출석 일수 비중을 늘렸다. 여기에 평일 학업 열중, 주말 경기를 치르는 주말리그가 탄생했다.
학생 선수의 학습권은 매우 필요한 부분이다. 선수들이 운동만 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지식 습득하는 것 역시 필요하다.
다만 이 과정에서 선수들의 야구하는 시간이 줄었고 일주일 내내 휴식 없이 지내야 하다 보니 부상 등 부작용이 일어나면서 학습권을 두고 논쟁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선수들의 공부 여부 보다 이는 운동 환경의 문제가 깊다. 국내 고교야구 명문 팀을 제외한 일부 학교는 교내 야구장을 갖추지 못했다. 그 뿐만 아니라 야구장 라이트 시설 여부로 범위를 확대하면 열악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선수들이 대개 수업을 마치는 시간은 3시에서 4시 사이. 학교 외부에 있는 야구장으로 나가다 보면 운동을 오후 5시가 돼서야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라이트 시설이 없다 보니 결국 선수들이 훈련할 수 있는 시간은 축소되었고, 아쉬운 마음에 조그마한 실내 연습장에서 한정된 훈련을 치르게 된 것이 현실이다.
고교야구 한 지도자는 본 기자를 통해 "결국 악순환이다. 아이들이 공부하는 것을 막고 싶은 생각이 없다. 다만 하교 후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지 않는가"라고 호소했다.
결국 선수들이 운동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넓게 되어야 학업과 운동을 병행할 수 있다.
허구연 총재가 KBO에 입성한 이후 가장 먼저 외친 것은 야구 인프라 확대다. 물론 한국 야구에 여러 문제가 남아 있지만, 지자체와 야구장 시설 확대 논의를 펼치는 것에 아마야구 관계자 역시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 그만큼 한국 야구 인프라 확대가 더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방망이를 바꾸고 공부해라" 의 대책은 너무나도 근시안적인 대책이다. 실질적으로 어떤 것이 논쟁의 근본적인 원인이 되었는지와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해 여러 전문가, 어른들이 다시 한번 깊이 고민해줘야 한국 야구의 문제 해결과 함께 국제대회 경쟁력 증진도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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