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왕 피해자 극단 선택에 빌라왕 피해자들 공감 “피해자만 마음 졸이는 현실 참담”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대책위원회가 지난 3월 6일 인천 미추홀구 수도권 전철 1호선 주안역 앞에서 이른바 ‘건축왕’으로 불리는 건축업자에게 피해를 입어 극단적 선택을 한 30대 피해자에 대한 추모제를 열고 있다. 뉴시스

최근 인천에서 이른바 ‘건축왕’ 전세사기 피해자 3명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또 다른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피해자의 고통에 적극 공감하며 안타까운 마음을 표하고 있다.

18일 일명 ‘빌라왕’ 김모 씨의 피해자들이 만든 ‘전세사기 피해자 모임’의 대표 배소현 씨는 이번 사건에 대해 “안타깝다”며 무거운 마음을 내비쳤다. 다른 피해자들도 “남 일 같지 않다”며 “손해를 감수할테니 이런 거지같은 상황에서 벗어나게 해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배 대표는 “범죄자는 두 발 뻗고 자고 피해자는 마음을 졸이며 살아가야하는 현실이 참 비참하다”며 “첫 사망자가 나오고 보여줬던 퍼포먼스와 다르게 지금 실질적으로 정부에서 하고 있는게 뭔가 싶다”며 정부 조치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높였다. 그는 “저희가 정부에서 안건을 제시할 때마다 ‘피해자에게 이것들이 얼마나 현실적인 도움이 되는지 생각해달라’고 계속해서 얘기했지만, 반영되고 있는게 없다”고 했다.

그는 “예를 들어 조세채권, 미추홀구 경매 중지와 같은 내용 등은 수도 없이 이야기 했는데 전혀 반영이 안되고 있다”며 “여러 곳에서 관심을 계속 가져주고 움직여주고 계신다는 것은 알지만, 아쉬운 부분이 너무 많다”고 했다.

빌라왕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크게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험가입자들과 보험미가입자들로 나뉜다. 상대적으로 보험미가입 피해자가 상황이 더 안 좋은 건 사실이지만, 보험가입자들도 상황이 좋지 않다. 각 피해자별로 사정은 서로 다르지만, 압류와 경매, 대출 등을 비롯해 이와 관련한 각종 서류 작업 등으로 끝이 보이지 않는 고통 속에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배 대표는 “보험가입자들도 빌라왕 김씨 부모의 상속포기가 끝나고 4순위로 넘어가면서 제동이 걸려있다”며 “해외거주하는 상속인이 생겨 공시송달 기간이나 이런 부분에서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승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