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려도 함께 가요'…장애인과 함께 사는 법 고민하는 리젠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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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턱 대신 설치된 비스듬한 경사로.
그 위를 부드럽게 걸어 자동문을 열고 들어가면 푹신한 회색 소파가 반기는 리젠카페가 보인다.
김현준 이사장은 "대학교에서 동아리 활동을 하며 청년 장애인들을 만났는데, 이들은 졸업하면 기회가 없기 때문에 '어디에 취업해야 할까'는 고민 자체를 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며 "남성 장애인보다 체력이 달려 특히 일자리가 부족한 여성 중증장애인에게 취업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카페 문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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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연합뉴스) 나보배 기자 = 문턱 대신 설치된 비스듬한 경사로.
그 위를 부드럽게 걸어 자동문을 열고 들어가면 푹신한 회색 소파가 반기는 리젠카페가 보인다.
장애인의 날을 이틀 앞둔 18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서노송동 사회혁신센터 1층에 위치한 리젠카페의 직원들은 음료를 제조하고 청소를 하느라 바쁜 모습이었다.
여느 카페와 비슷한 풍경이지만 이 공간에는 몇 가지 특별한 것들이 있다.
쌍방향 키오스크로 주문받는 4명의 중증장애인 바리스타 그리고 주문대 오른쪽에 놓인 점자 메뉴판과 그림을 활용한 AAC(보완대체의사소통) 메뉴판이다.
리젠카페는 김현준 씨가 동료들과 함께 만든 '해시담 협동조합'에 의해 탄생했다. 협동조합은 장애인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중증장애인 4명을 바리스타로 고용하며 자립을 돕고 있다.
김현준 이사장은 "대학교에서 동아리 활동을 하며 청년 장애인들을 만났는데, 이들은 졸업하면 기회가 없기 때문에 '어디에 취업해야 할까'는 고민 자체를 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며 "남성 장애인보다 체력이 달려 특히 일자리가 부족한 여성 중증장애인에게 취업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카페 문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채용된 바리스타들은 매일 오전 2명, 오후 2명씩 카페에 출근해 손님의 기호에 맞는 커피를 내놓는다.
물론 중증 장애를 갖고 있다 보니 손님을 빠르게 응대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럴 때면 곧장 김 이사를 비롯한 직무지도원 등이 와서 돕는다.
바리스타 박초희씨는 "연한 커피를 요청하거나 테이크아웃(포장) 잔에 달라는 둥 각자의 주문을 이해하고 빠르게 대응하는 게 조금은 힘들다. 민망해서 '맛있게 드세요'라는 말도 잘 못하겠다"면서도 "하지만 바리스타로서 카페에서 일을 하는 게 너무 재밌다"며 미소 지었다.
리젠카페는 고용뿐 아니라 장애인의 '카페 접근성'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 이동권은 조금씩 개선되고 있지만 장애인이 비장애인 도움 없이 카페를 자유롭게 이용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리젠카페가 점자 메뉴판에 더해 AAC 메뉴판을 제작하게 된 이유다.
비장애인에게는 조금 생소할 수 있는 AAC 메뉴판은 '아이스아메리카노'에는 커피 원두와 얼음을, '캐러멜 마키아또'엔 커피 원두와 캐러멜 그림을 함께 그려 넣는 식으로 만들어졌다.
그림을 조합하면 외래어로 쓰인 메뉴를 좀 더 직관적으로 이해할 할 수 있기 때문에 원활한 주문이 가능하다.
해시담 협동조합 정아현 직무지도원은 "ACC 메뉴판은 장애인뿐 아니라 한글이 어려운 외국인·노인들도 유용하게 쓸 수 있다"며 "장애인이 카페에 와서 어려움 없이 이용할 수 있는지, 이 카페가 사업적으로도 잘 운영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장애인들도 편하게 살 수 있도록 물리적인 장벽을 제도하자는 '배리어 프리'에서 시작한 리젠카페는 이젠 남녀노소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유니버셜디자인(공용화 설계)'을 고민하는 카페로 나아가고 있다.
김 이사장은 "장애인이 커피를 만든다는 이유만으로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들이 있다"며 "정량을, 깨끗하고, 정직하게 만들어서 대접하고 손님을 응대하고 있으니 리젠카페를 이용하면서 장애인과 함께 살아가는 게 어떤 것인지 느껴보고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war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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