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징징대던 금융사…작년 이자 수입만 수조원 늘어
지난해 서민들이 높아진 금리로 고통받는 사이에도 은행들은 불어난 이자 이익을 가지고 '돈 잔치'를 벌였다는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은행 이외에 제도권 금융기관들 또한 고금리 '역마진' 때문이라며 고객을 상대로 손쉬운 이자 수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저리로 빌려 고객에게는 최고 10%대 고리 대출을 했다. 조달금리와 대출금리 마진이 '금리 장사'로 비판의 대상이 된 은행보다도 훨씬 높았다.
17일 디지털타임스가 기업분석업체 리더스인덱스에 의뢰해 은행 외 52개 국내 금융사(증권·보험·여신)의 지난해 이자수익을 조사한 결과, 세 업권 모두에서 이자수익은 전년 대비 조(兆) 단위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에셋·한국투자·삼성증권 등 18개 주요 증권사의 지난해 이자수익은 13조9453억원으로, 전년보다 4조724억원 늘어났다. 삼성생명·한화생명·삼성화재·현대해상 등 보험사 23곳의 지난해 이자수익은 27조원이 훌쩍 넘는다. 전년 대비 2조6813억원이나 증가해 27조1970억원이 넘는다. 또한 같은 기간 카드·캐피탈 업체 10곳의 이자수익도 1조7000억원 이상 급증해 지난해 10조원을 넘었다.
업체별로 살펴보면 현대차그룹 현대캐피탈의 지난해 이자수익이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이자수익은 397억9100만원으로 전년인 2021년(113억1200만원)보다 259% 급증했다.
현대캐피탈에 이어 비씨카드(137.9%)와 한국증권금융(114.3%)의 이자 수익도 전년보다 2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업권별로 살펴보면 여신금융사는 하나카드(-6.3%)를 제외하고는 모두 전년보다 늘어났다. 삼성카드, 롯데카드, 에스비아이저축은행 등은 두 자릿 수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보험업계에서는 신한라이프생명보험의 이자수익이 32.5%로 가장 크게 늘어났다. 보험사의 이자수익은 주식과 대출채권에 투자된 자산으로부터 들어오는 돈이다. 지난해 예·적금 금리 상승으로 해약 사례가 늘면서 롯데손해보험, 엠지손해보험, 그리고 운용자산 대비 이자수익 비율이 낮은 생명보험사들(DB생명보험·미래에셋생명)은 전년보다도 이자수익이 줄어들었다.
증권업계에는 메리츠증권이 이자수익 증가율이 79.9%로 가장 컸다.1조9964억원으로 1조가 조금 넘는 1조1098억원이었던 전년보다 크게 늘어났다.
이어 하이투자증권이 58.3%로 크게 늘었다. 그밖에 키움증권이 51.6%, 미래에셋증권이 51.4% 순으로 증가율이 컸다.
이자수익이 늘어난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지만, 고객의 돈에 대한 이자는 적게 지급하며 돈을 빌려줄 땐 고금리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큰 마진을 남긴 것이 문제가 된다.
증권사의 경우, 개인 투자자에게 돈을 빌려준 뒤 받는 신용공여 이자율은 최고 대출 기간에 따라 5%대 안팎부터 최고 10%에 육박했지만, 투자자 예탁금이용료율은 지난해 말 평균 0.37% 수준이다. 고객에게서 거의 무이자로 빌린 돈으로 한국증권금융으로부터 연 2% 이자를 받고, 또 고객에게 빌려줄 때는 10%의 이자를 물린 셈이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이자수익이 급증한 메리츠증권의 경우에도 지난해 신용공여 이자수익으로 529억원을 벌어들였지만 투자자예탁금 이용료는 48억4500만원으로 10분의 1 수준에도 못미친다.
이 차이가 가장 큰 곳은 업계 1위 증권사 미래에셋증권이었다. 미래에셋증권의 신용공여 이자는 4078억원이었고 투자자예탁금 이용료로 지출한 금액은 435억원에 불과했다. 고객 자금의이용료로 지출한 돈을 제하면 3643억원의 막대한 이익을 남겼다.
금융당국은 은행뿐 아니라 증권사 등의 과도한 이자 부과 행태에 제동을 걸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올해 초 국회에 출석해 "증권사 예탁금 이용료율, 주식대여 수수료율, 신용융자 이자율 산정체계를 합리화하기 위한 세부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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