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둥이 잘린 돌고래 제주바다서 발견…잔혹한 범인은?

제주 앞바다에서 주둥이가 잘린 채 발견된 남방큰돌고래 [연합]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제주도 앞바다에서 지느러미와 주둥이가 잘린 돌고래가 발견돼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돌고래 관광선의 스크루에 잘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1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께 서귀포시 대정읍 영락리 앞바다에서 주둥이와 지느러미가 잘려 나간 남방큰돌고래가 발견됐다.

남방큰돌고래는 멸종위기종이다. 제주도 연안에서 연중 관찰되며 현재 약 110여 개체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해양수산부는 2012년 남방큰돌고래를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했다.

해당 돌고래는 다른 수십마리의 돌고래와 무리지어 헤엄치고 있었는데, 관광객 10여명을 태운 돌고래 관광선이 돌고래 무리 인근 10여m까지 접근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주둥이와 지느러미가 잘린 채 수면 위로 떠올랐다.

관찰을 마친 관광선은 돌고래 무리가 속도를 내 남쪽으로 향하자 다시 전속력으로 무리를 앞질러 포구로 돌아갔다.

등지느러미가 잘린 돌고래들은 흔히 목격할 수 있을 정도지만 주둥이까지 잘린 돌고래가 목격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해 11월 16일 대정읍 신도리 앞바다에서는 낚시체험배가 돌고래 무리를 가로질러 추월하는 아찔한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당시 배와 돌고래의 간격이 불과 1∼2m밖에 안 될 정도여서 돌고래가 다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현재 제주도 내에는 남방큰돌고래 관광을 광고하는 선박관광업체가 6곳이 있으며, 관광 목적의 유선과 도선 등도 아무런 제약 없이 돌고래 관광 사업을 할 수 있다.

돌고래를 구경하려는 욕심에 애꿎은 돌고래들이 희생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광선박이 돌고래 무리에 접근하면 돌고래들에게는 큰 위협이 되고, 스트레스를 유발해 결국 개체수 감소로 이어진다.

해양수산부의 남방큰돌고래 선박 관찰가이드에 따르면 낚싯배와 요트 등 소형선박은 돌고래와 750∼1.5㎞까지의 거리에선 속력을 10노트까지 줄여야 하고, 300∼750ｍ 이내에서는 속력을 5노트 이하로 줄여야 하며, 300ｍ 이내에서는 선박의 스크루를 정지해야 하며, 절대 50m 이내로 접근해선 안 된다. 대형 선박의 경우 100m 이내로 접근할 수 없다.

돌고래에 접근하는 경우 앞쪽과 뒤쪽을 피하고 옆쪽에서 천천히 다가가야 하며, 동시에 3척 이상의 선박이 돌고래로부터 300m에 접근할 수 없다.

지난해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해양생태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이러한 관찰 가이드를 지키지 않을 경우 최대 2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게 됐다. 법 시행일은 이달 19일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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