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꽃 피울 생각 안 해…" 충북 과수농가 덮친 냉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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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은 만발했는데 우리 집 복숭아는 꽃 피울 생각을 안 하네요올해 농사는 포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달 충북 지역 평균 기온이 50년 만에 최고 기온을 기록하는 등 포근한 날씨로 복사꽃 개화가 2주 정도 빨라졌다.
한씨는 "복숭아는 원래 날씨가 따뜻해지는 4월 초 한꺼번에 꽃망울을 터트린다"며 "올해는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인지 개화 시기가 제각각으로 변해 냉해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도 안 된다"고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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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연합뉴스) 천경환 기자 = "벚꽃은 만발했는데 우리 집 복숭아는 꽃 피울 생각을 안 하네요…올해 농사는 포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에서 복숭아 농사를 짓는 한모(66) 씨가 허탈한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과수원을 둘러봤다.
이맘때쯤이면 화사하게 핀 연분홍색 복사꽃이 나무 전체를 뒤덮고 있어야 하지만 올해는 듬성듬성 피어 휑한 모습이었다.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나뭇가지에 맺힌 꽃봉오리는 거뭇하게 말라 있었고 한씨가 손을 대자 힘없이 부스러졌다.
지난달 충북 지역 평균 기온이 50년 만에 최고 기온을 기록하는 등 포근한 날씨로 복사꽃 개화가 2주 정도 빨라졌다.
하지만 이달 들어 청주 지역 아침 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지는 날이 잦아지면서 꽃이 얼어버렸다.
한씨는 "복숭아는 원래 날씨가 따뜻해지는 4월 초 한꺼번에 꽃망울을 터트린다"며 "올해는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인지 개화 시기가 제각각으로 변해 냉해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도 안 된다"고 한숨을 쉬었다.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힘겹게 꽃을 피운 복숭아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꽃의 단면을 열어보니 열매가 맺혀야 할 씨방은 얼어붙어 속이 텅 비어있거나 알맹이 크기가 작았다.
한씨는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대부분이 쭉정이나 다름없을 것"이라며 "수정에 성공한 복숭아 알맹이도 발육상태가 예년만 못해 품질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한씨 복숭아밭 3천평 중 비닐하우스가 설치된 1천500평에선 복숭아들이 탐스럽게 영글었다.
하지만 지난 겨울 갑절로 오른 난방비로 인해 기쁨보다 걱정이 앞선다.
겨우내 한씨가 비닐하우스 6개 동을 난방하는 데 쓴 등윳값은 한 달 평균 1천600만원으로 전년보다 2배 정도 올랐다고 한다.
한씨는 "날씨가 일찍 풀려 작황이 좋아지면 난방비 폭탄으로 발생한 손실을 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이제 다 틀렸다"며 "비닐하우스 신설 비용을 충당하느라 모아둔 자금도 없는데 정말 막막하다"고 말했다.
18일 충북도는 봄철 저온 현상으로 도내 과수 재배 농가 822곳에서 392㏊의 냉해 피해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지역별로는 보은이 151㏊로 피해 면적이 가장 컸고, 청주 81㏊, 괴산 66㏊ 순이다.
피해는 사과(231㏊)에 집중됐으며 복숭아(61㏊), 배(24㏊)가 뒤를 이었다.
도 관계자는 "구체적인 피해 규모를 파악한 뒤 농약값과 생계비 등을 지원하는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저온 피해를 막으려면 미세 살수장치 이용 살수법, 지표면 온수 살수법 등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또 "냉해를 입은 과수 꽃에는 인공 수분을 실시해 과수 착과량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k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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