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그리고 외인선발 공백···두산 앞의 ‘설상가상’과 ‘전화위복’

안승호 기자 2023. 4. 18.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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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최승용(왼쪽)과 김동주. 두산 베어스 제공



지난해 두산은 외국인 에이스 아리엘 미란다의 치명적 어깨 부상으로 시즌 초반부터 고난의 여행을 했다. 미란다는 결국 돌아오지 못했다. 그 사이 미란다를 대체할 마땅한 국내파 선발도 나오지 않았다. 5월초까지만 해도 3위권에서 버티던 두산은 5월 중순 이후로 모래성처럼 무너져 9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올해도 외국인투수 한명이 빠진 상태로 시즌을 시작했다. 두 시즌을 일본에서 보내고 돌아온 라울 알칸라타와 함께 두산 선발진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 딜런 파일이 호주 시드니 캠프에서 머리에 타구를 맞은 여파로 정상 합류를 하지 못했다.

지난해 봄과 올해의 봄은 일면 흡사하지만 달라 보인다. 딜런이 더디지만 너무 늦지 않게 1군 로테이션에 가세할 수 있다면 지금 이 시점이 달리 해석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딜런은 이번주 의사 소견을 확인한 뒤 실전 모드로 들어갈 예정이다.

딜런이 없는 사이, 빈자리를 지킨 투수는 우완 김동주였다. 김동주는 190㎝의 큰 키에서 내리꽂는 패스트볼에 종의 움직임이 큰 슬라이더를 주무기로 던진다. 김동주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슬라이드 그립을 바꾸면서 구종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김동주는 또 아직 고졸 입단 3년차의 호리호리한 체형으로 힘이 더 붙는다면 현재 최고 150㎞ 전후까지 나오는 최고 구속에도 변화가 기대되고 있다.

김동주는 개막 이후 5선발로 뛰며 2경기에서 1승1패를 기록하고 있다. 10이닝을 던졌을 뿐이지만 1실점에 평균자책 0.90을 기록할 만큼 내용이 좋았다. 무엇보다 이승엽 두산 감독이 5선발 후보를 마운드에 올리며 눈여겨보고 있는 ‘기질’이 매력적이다. 제구가 점차 개선되고 있는 김동주 스스로 경기별 볼넷수를 최우선으로 체크하며 정면승부를 화두로 피칭하고 있다.

두산은 당초 알칸타라-딜런-최원준-곽빈-최승용으로 선발 5명을 꾸리려 했다. 딜런의 부상으로 좌완 최승용은 순서상 4선발로 임시 승격한 상태. 그러나 김동주의 전진으로 최승용도 자극받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었다. 최승용은 첫 등판이던 지난 5일 잠실 NC전에서는 1.2이닝 10안타 8실점으로 참담했지만, 이후 2경기에서는 10.2이닝 동안 8안타 5실점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피칭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와인드업 상황에서 잠시 쉼표를 찍고 던지는 폼에 새롭게 적응한 듯 2경기에서 내준 볼넷이 2개뿐이다.

지난해 두산의 외인투수 공백은 ‘설상가상’의 흐름 속에 새드엔딩으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딜런이 건강히 돌아오는 것을 전제로, 올시즌 두산의 외인투수 공백은 ‘전화위복’의 결과를 낳을 지도 모른다. 시즌이 길고, 검증된 선발투수는 많을수록 좋다. 한편으로 두산은 선발의 뎁스를 만들고 있다. 이승엽 감독은 개막 이후 부정적인 장면이 나오면 부정적인 내용을 인정하면서도 다음을 얘기하고 있다. 덧붙여 “우리팀은 점점 더 강해질 것”이라고 얘기를 한다. 선발진에 대한 계산도 그중 하나의 배경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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