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불신’에 빠진 尹 정부… ‘진보 지지 2050 對 보수 지지 6070’ 뚜렷[Deep Read]

2023. 4. 18.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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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준의 Deep Read - 국정지지율 다시 20%대로
경제 악화 · 인지 부조화 · 선거동맹 해체로 지지율 낙하… 정책 혼선 · 현안 대응 능력 부재가 부채질
尹, 정치 입문 후 잇단 승리로 오만해져… 절박함 · 정교함 · 따뜻함으로 ‘성공의 역설’ 넘어서야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올해 들어 처음으로 20%대를 기록했다. 한국갤럽 4월 둘째 주(11∼13일)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해 긍정 평가는 27%, 부정 평가는 65%였다. 지난해 11월 3주차 때 29%를 찍은 데 이어 5개월 만에 국정 지지율이 다시 20%대로 떨어졌다(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각종 선거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는 2030·중도층·무당층에서 모두 10%대로 추락했고, 보수의 텃밭으로 통하는 대구·경북에서도 부정(53%)이 긍정(44%)을 앞섰다. 윤 정부가 세대·지역·이념을 뛰어넘어 총체적 불신을 받는 형국이다. 대한민국 유권자 지형은 ‘진보지지 2050 대 보수지지 6070’ 구조로 재편되는 중이다.

◇지지율 추락 ‘기저 요인’

이런 현상이 나타난 이유는 ‘기저 요인’(base factor)과 ‘촉발 요인’(triggering factor)으로 나눠 설명할 수 있다. ‘기저 요인’으로는 경제 악화, 가치·행동 부조화, 보수·중도 동맹 해체 등 3가지가, ‘촉발 요인’으로는 정책 혼선과 민감한 현안에 대한 정부의 미숙한 대처 등이 꼽힌다.

기저 요인의 첫 번째는 경제 악화. 제임스 데이비스의 ‘J-커브’ 가설에 따르면, 경제 불황으로 조성된 기대와 성취의 격차가 좌절감을 심화시키고 정부에 대한 불만과 저항으로 전환되면 민심 폭발로 귀착된다. 경제를 망친 문재인 정부를 교체한 윤석열 정부에서 좋은 일자리 창출 등 경제 살리기를 기대했지만 체감하는 성과가 나오지 않자 실망한 국민이 정부에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패권 전쟁 등 국면에서 한국 경제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유난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민에게 비전을 주는 ‘윤 노믹스’와 같은 경제 철학도 보이질 않는다.

기저 요인의 두 번째는 인지 부조화. 윤 대통령이 지향하는 가치와 실제 행동 간에 부조화가 반복되면서 국민의 실망이 쌓이는 것도 지지율 저하의 원인이 된다. 윤 대통령은 ‘공정과 상식’ ‘자유와 연대’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강조하지만, 막상 국정 운영 과정에서 그런 가치가 종종 부정되는 것이 목격된다. 편중 인사나 대통령실의 여당 전당대회 개입 등이 공정의 가치를 무너트리고, 독단적 국정 운영이 자유와 연대를 훼손하며, 국가의 빈번한 개입이 시장경제를 해치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비호감’이 쌓이고, 이는 지지도 하락으로 연결된다.

해리 크래머의 ‘가치 기반의 리더십’에 따르면 가치에 기반을 두는 리더는 자신의 개인적 영향력이 미치는 범위 내에서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헌신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하지만 인지 부조화가 발생하면 리더십은 크게 손상된다. 지금의 윤 대통령 국정 운영 스타일이 바로 그렇다.

◇2050 vs 6070

지난 대선 때 형성된 보수·중도 동맹이 형해화한 것도 윤 대통령 국정 지지도를 떨어트리는 기저 요인 중 하나다.

한국 정치를 되돌아보면 선거연대로 권력을 획득한 정권이 집권 후 통치동맹을 깰 때 위기가 찾아온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김종필(JP) 세력과 손을 잡고 정권을 창출한 김대중(DJ) 대통령이 집권 후 DJP 연대를 깨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노무현 대통령은 집권 초 여당 내 호남 세력과의 연대를 깨고 열린우리당을 만들면서 추락하기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3월 대선을 앞두고 중도 지향의 안철수 후보와 극적인 단일화를 일궈냄으로써 선거에 승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집권 1년도 지나지 않아 대통령실이 국민의힘 전대에 노골적으로 개입했고, 여당과 대통령실 사이에 일사불란한 당정일치가 형성됐다. 대통령실은 안 후보를 ‘국정 운영의 훼방꾼이자 적’ 등 용어로 배격했고 결국 김기현 대표 체제가 들어섰다. 그 결과 윤·안 연대는 깨졌고 이때부터 중도층 이탈이 본격화했다. 새 당 대표를 뽑은 여당은 출범과 동시에 지지율이 떨어지는 역(逆)컨벤션 효과를 겪어야 했다.

이 같은 기저 요인 위에 정책 혼선 같은 촉발 요인이 더해지면서 윤 대통령 국정 지지도 추락에 일조했다. 정부가 입법 예고했던 ‘주 69시간’ 근로시간 개편안은 대표적인 정책 혼선의 사례를 보여줬다. 대통령실과 부처 간, 혹은 여권 내부의 황당한 정책 혼선은 정부의 무능과 불신을 고조시켰다.

민감한 정치 현안에 대처하는 정부의 미숙함도 국정 지지도를 떨어트리는 촉발 요인이다. 강제징용에 대한 배상 문제, 미국 정보기관의 대통령실 도·감청 논란 대응, “전광훈 목사가 우파를 천하통일했다” 등 당 지도부의 조율되지 않은 메시지 등이 그런 경우다.

◇尹, 스타일 바꿔야

윤석열 대통령이 지지율 추락의 수렁에서 빠져나와 국정 운영의 동력을 회복하기 위해선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알렉산더 조지와 에릭 스턴은 정책 결정자의 리더십 스타일을 규정하는 세 가지 요소로 ①인지(認知)스타일 ②효능감 ③정치 갈등에 대한 정향을 꼽았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통령이 상황을 인식하는 태도다.

현재 윤 대통령에게 필요한 건 세 가지다. 첫째, 절박함. 윤 대통령은 약 2년 전 정치 입문 이후 5번의 정치적 승부에서 모두 승리했다. 보수정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승리했고, 대선에서는 이재명 야당 후보를 꺾었으며, 이준석 당 대표를 축출했고, 여당 전대 국면에선 안철수 의원을 좌절시켰고, ‘윤심’ 세례를 받은 김기현 당 대표를 만들었다. 하지만 그 후과(後果)는 ‘성공의 역설’이다. 자신을 과신하고 정치를 우습게 보는 순간 절박함은 사라지고 오만함이 넘쳐나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한다.

둘째, 정교함. 목표만 좋으면 방식은 상관없다는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어떤 이슈에 대한 국정 운영 방향이 맞더라도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정교한 ‘전략 지도’를 만들지 못한다면 패착이 될 수 있다. ‘강제징용 제3자 변제’는 옳은 방향이긴 하나 정교한 전략이 뒷받침되지 않아 야당의 공세와 ‘굴욕 외교’ 프레임이 먹혔다.

셋째, 따뜻함. 따뜻한 국정의 비밀은 국민과의 소통에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재임 중 매달 1.7회씩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윤 대통령은 나름 소통의 통로였던 도어 스테핑마저 중단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를 복원해 민감한 정치 현안에 대해 국민에 직접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소통의 리더십을 펼쳐나갈 필요가 있다. 만약 대통령이 국무회의 등 국정 운영 현장에서 자주 화를 내거나 혼자만 말을 많이 한다면 따뜻함과 소통은 사라진다. 야당과의 대화를 시작하고, 참모들과 격의 없이 토론을 하는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배재대 석좌교수, 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 용어설명

‘해리 크래머’ 주니어는 미국 노스웨스턴대 경영대학원 교수. 그는 저서 ‘From Values to Action’에서 가치 기반 리더십의 원칙으로 자기성찰, 균형, 진정한 자신감, 진정한 겸손함을 제시.

‘J-커브’ 가설 혹은 이론은 시간이 흐를수록 민심의 기대 수준과 성취 수준 간의 인내할 수 없는 격차가 ‘J-커브’ 행태를 띠게 된다는 것. 미국의 사회학자 제임스 데이비스가 1962년에 주장.

■ 세줄요약

지지율 추락 ‘기저 요인’
: 尹 국정 지지율 저하를 가져오는 ‘기저 요인’은 경제 악화, 가치·행동 부조화, 보수·중도 동맹 해체. 특히 가치와 행동 간 불일치가 반복되는 인지 부조화가 커다란 부정적 요인이 되고 있음.

2050 vs 6070 : 여권 내 정책 혼선, 민감한 정치 현안에 대처하는 정부의 미숙함도 국정 지지율을 떨어트리는 ‘촉발 요인’으로 작용. 현재 유권자 지형은 ‘진보지지 2050 대 보수지지 6070’ 구조로 재편되는 형국.

尹, 스타일 바꿔야 : 대통령이 지지율 추락의 수렁에서 벗어나 국정 운영의 동력을 회복하기 위해선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 특히 오만함은 위기 대응을 못 하게 해. 절박함·정교함·따뜻함으로 ‘성공의 역설’ 넘어서야.

‘J-커브’ 가설 혹은 이론은 시간이 흐를수록 민심의 기대 수준과 성취 수준 간의 인내할 수 없는 격차가 ‘J-커브’ 행태를 띠게 된다는 것. 미국의 사회학자 제임스 데이비스가 1962년에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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