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는 한 줄인데 각주는 빽빽"…공시 폭풍에 혼란 우려[서정은 기자의 나·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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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대금리차에서부터 카드사 리볼빙수수료, 간편결제 수수료, 사회공헌까지 '공시'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금융 소비자들의 '알 권리'와 '정보 투명성' 확대라는 점에서 공시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하지만, 직접 비교가 어려운 부분까지 일괄적으로 공개하다보니 오히려 부정확한 정보만 양산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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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예대금리차에서부터 카드사 리볼빙수수료, 간편결제 수수료, 사회공헌까지 ‘공시’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금융 소비자들의 ‘알 권리’와 ‘정보 투명성’ 확대라는 점에서 공시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하지만, 직접 비교가 어려운 부분까지 일괄적으로 공개하다보니 오히려 부정확한 정보만 양산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밀어붙이기 공시 폭풍이 혼란만 가중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사들 사이에서도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금융권에서는 금융사들의 영업과 관련된 공시가 확대되거나 신규로 도입된 상태다. 지난해 7월 정부가 가계의 금융부담을 줄이기 위해 은행권 예대금리차 공시를 시행한 것을 시작으로 그 다음달인 8월에는 카드사 리볼빙 수수료율 공시 주기를 분기 단위에서 월 단위로 바꿨다.
올 들어서도 각종 공시가 추가되고 있다. 지난 3월 말부터는 9개 간편결제 업체의 수수료율이 베일을 벗었다. 일반 신용카드사들보다 페이 사업자들이 높은 수수료를 수취,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부담을 키운다는 지적에 따라 추진된 결과다. 오는 5월부터 시작되는 대환대출 인프라에도 업권 및 상품별 수수료율이 구체적으로 나올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공시를 추진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영업수익 등 큰 항목에 숨어있는 부분을 드러내 금융소비자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주고, 이들이 조금 더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별도의 규제가 없어도 공시를 통해 금융사들의 경쟁을 자연스럽게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정확한 정보 제공이라는 본래의 취지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예대금리차만 놓고봐도 중저신용자들을 포용한 곳들이 오히려 예대금리차가 벌어져 이자장사를 한다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이달 초 진행된 은행장 간담회에서도 지방은행장들은 이같은 점을 수정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금업자의 간편결제 수수료율을 두고도 간편결제사 수수료엔 카드사 몫이 들어가있다보니 높게 반영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복수의 금융권 관계자는 “정보 제공 범위를 늘리는건 찬성하지만, 지금처럼 세세한 분야에 각종 공시 압박이 이뤄진 건 처음”이라며 “수치만으로 보여줄 수 없는 배경들을 설명하다보니 정작 숫자는 한줄인데, 각주가 더 많아 고객혼란을 야기할 개연성이 높다”고 말했다.
내년부터는 은행들의 사회공헌 활동도 비교공시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12일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5차 실무작업반’ 회의를 통해 사회공헌 내실화 방안 중 하나로 금액이나 항목별로 사회공헌 활동을 비교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특히 정량적 요소 외에 정성적 부문도 평가해 폭넓게 하겠다는 방침이다.
사별 특수성이 크고, 범위가 넓은 사회공헌까지 비교공시가 추진되다보니 은행권에서는 벌써부터 우려가 나온다. TF에서 은행 관계자들은 “사회공헌을 오히려 너무 많이해서 공시 타깃이 됐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은행권에서는 사회공헌이라는 불분명한 용어 대신 ESG의 S에 해당하는 사회적책임(CSR) 개념을 도입하는 등 논란을 줄일 수 있는 개선안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금융사들의 호소에도 공시 확대 기조는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공시에 대해서는 우선 진행한 뒤 필요한 부분은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며 “제도가 잘 도입될 수 있도록 업계 의견을 지속적으로 듣고 있다”고 말했다.
lu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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