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영상’ 서 K-팝 중심문화로… ‘자컨’, 많이 컸네
시초는 보아·빅뱅 다큐멘터리
TV외 동영상 플랫폼 생겨나자
자체 PD·작가와 콘텐츠 제작
‘달려라방탄’ ‘고잉세븐틴’ 등
팬 니즈 살려 다양한 모습 담아
아티스트가 토크쇼 진행하는
‘3세대 자컨 포맷’ 까지 등장
“팬 아닌 사람들도 보게하려면
대중성 놓칠 수 없어 다양화”
‘자컨’. ‘자체제작 컨텐츠’의 준말로, K-팝 기획사들이 자사 소속 아이돌의 일상을 담은 리얼리티나 예능 등 영상을 직접 제작해 내놓는 콘텐츠를 말한다. 아티스트로선 무대 밖에서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마음껏 보여줄 수 있는 장(場)이자,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의 모든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팬들에겐 커다란 선물이다. 팬들의 전유물이었던 ‘자컨’이 최근, 대중의 눈까지 사로잡고 있다. 아이돌 ‘덕질’의 수단 정도로만 여겨졌던 ‘자컨’이 이제 대중문화의 주요한 콘텐츠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다큐로 시작…‘달려라 방탄’으로 꽃 피워
‘자컨’은 어떻게 시작됐을까. 지금과 같은 K-팝의 팬덤 문화가 태동하던 1990년대부터 기획사들은 소속 아이돌을 활용한 콘텐츠 제작에 관심을 보였다. 콘서트 실황이 담긴 DVD를 제작해 판매하기도 했고 SM엔터테인먼트(SM)는 H.O.T. 멤버들이 출연하는 영화를 제작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때는 기획사가 영상을 제작하더라도 이를 공개할 수 있는 플랫폼이 마땅치 않았다. 이에 기획사들은 엠넷 등 케이블 채널과 함께 제작하는 콘텐츠들을 선보였는데 YG엔터테인먼트가 엠넷과 함께 만든 ‘리얼다큐 빅뱅’(그룹 빅뱅의 데뷔 전 훈련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등이 그 예다.
SM은 보아의 일본 데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보아 점핑 인투 더 월드’(‘BoA JUMPING INTO THE WORLD’)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이때를 ‘자컨 1세대-태동기’라 본다면 유튜브나 네이버 브이 라이브(V LIVE) 등 동영상 플랫폼이 활성화된 후를 ‘자컨 2세대-폭발기’라 볼 수 있다. 기획사들은 자체 제작한 콘텐츠를 공개할 수 있는 플랫폼이 등장하자 PD, 작가 등 제작진을 고용하며 본격적으로 자컨 제작에 나섰다.
유튜브가 활성화되기 전엔 가수들이 TV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앨범을 홍보하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지만, TV의 특성상 제약도 많고 특정 가수에게만 집중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유튜브나 네이버 브이 라이브를 통해서는 큰 제약 없이, 가수 본인이 보여주고 싶은 매력적인 모습만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 기획사들에 큰 장점으로 다가왔다. 방탄소년단(BTS)의 콘텐츠 등을 담당한 김수린 하이브 레이블스 재팬 VP(부사장)는 위버스 매거진을 통해 BTS의 콘텐츠 기획에 관해 “레거시 미디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했다.
자컨 폭발기를 대표하는 콘텐츠로는 BTS의 ‘달려라 방탄’과 세븐틴의 ‘고잉 세븐틴’을 꼽을 수 있다. 2015년부터 네이버 브이 라이브를 통해 공개된 웹예능 ‘달려라 방탄’은 BTS 인기의 숨은 공신 중 하나다. 각종 퀴즈와 게임(운동회, 오락실 올림픽, 보물찾기 등)을 하는 내용으로 멤버들끼리의 케미를 부각하며 BTS 멤버들의 매력을 한층 더 돋보이게 했다. ‘고잉 세븐틴’ 역시 다양한 게임들을 하며 유쾌한 멤버들의 모습을 보여줘, 일명 ‘자컨계의 무한도전’이라 불린다.
‘달려라 방탄’과 ‘고잉 세븐틴’의 성공 요인으로는 솔직함과 자연스러움이 꼽힌다. 무대 위에선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는 아이돌이지만, 무대 밖에선 친근하고 유쾌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팬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팬들과 아이돌 멤버들 사이는 더욱 각별해지는 것이다.
◇팬 만족과 대중성의 딜레마 속 더욱 다양해지는 자컨
자컨의 1차 목표는 팬 만족이다. 아이돌의 다양한 모습을 담은 영상을 제공하고, 아이돌과 팬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것. 이 때문에 팬들의 니즈를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 전 SM C&C 소속으로 소녀시대 태연과 함께 한 ‘펫셔니스타 탱구’, 슈퍼주니어의‘슈퍼트립’, 엔시티의 ‘엔시티 라이프 인 오사카’(NCT Life in OSAKA) 등 다수의 콘텐츠를 연출한 김헌주 PD는 최근 문화일보와 만나 “아티스트와 팬에 대한 파악이 제작에 앞서 이뤄져야 한다. 각 멤버를 부르는 팬들만의 애칭이 어떤 게 있고 어떤 역사가 있는지를 모두 파악해 팬들을 충족시키는 게 첫 번째”라고 전했다.
하지만 대중성도 놓칠 순 없다고 그는 이야기했다. 김 PD는 “팬들을 위한 영상이지만 팬들만을 위한 영상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게 목표다. 잘못 만들면 팬들만 보는 영상이 된다. 팬이 아닌 다른 사람들도 더 많이 볼 수 있도록 하는 게 제작하는 PD의 입장에선 큰 숙제”라고 이야기했다.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쉬운 방법은 게스트의 참여다. 이에 최근 자컨 중에서는 토크쇼의 형식을 가진 콘텐츠들이 눈에 띄는데, ‘아이유의 팔레트’, BTS 슈가의 ‘슈취타’(슈가와 취하는 타임), 지코의 ‘5분만:기브 미 어 미닛’(GIVE ME A MINUTE), 크러쉬의 ‘블랙복스’(BLACKVOX) 등이다.
아이돌이 호스트가 되어 다른 아티스트들을 초대해 이야기하는 이 포맷은 자컨의 새로운 흐름이다. 어떤 게스트도 없이 오로지 하나의 아이돌 그룹이 주인공으로 게임을 하고 여행을 하며 친근한 매력을 뽐냈던 2세대 자컨과 차별화되는 ‘3세대 자컨’인 셈이다. 이는 한 그룹의 역사와 배경을 알아야 콘텐츠를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2세대 자컨과 차별화된다.
이러한 콘텐츠들의 최대 장점은 대중성이다. 다양한 인물을 섭외하기에 새롭게 유입되는 시청자가 많다는 게 강점인데, 지난해 12월 시작한 슈취타는 약 4개월 만에 총 누적 조회수가 3769만 회에 달할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게스트를 초대하지만 호스트인 아티스트 자체가 부각되기도 한다. 아이유는 팔레트에서 게스트를 배려하는 진행으로 호평받고 있으며 슈가 역시 편안한 진행과 진솔한 모습으로 주목받고 있다. 톱스타들의 만남이 주는 폭발력도 강력하다.
BTS 제이홉이 출연한 아이유의 팔레트는 조회수가 883만 회에 달하고 BTS 알엠(RM)과 함께 한 ‘슈취타’의 조회수는 721만 회에 이른다. 또한 최근 자컨의 성공 여부는 유튜브 쇼츠가 가른다고 할 정도로 쇼트폼으로 재가공돼 널리 확산되느냐가 중요한데 토크쇼의 특성상 쇼트폼으로 만들어졌을 때 재미있는 순간이 다수 발생한다는 것도 장점이다.
아이돌 자컨은 앞으로 더욱 다양한 형태로 변주되면서 이어질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자컨은 팬덤의 저변을 넓히기 위한 것으로, 팬들에겐 서비스가, 기획사엔 아이돌 그룹의 부각하고 싶은 부분을 집중해 보여줄 수 있는 메리트를 지닌 콘텐츠다. 앞으로도 자컨은 다양한 형식으로 계속 만들어지고 향유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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