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표 그냥 보통영화, ‘드림’[한현정의 직구리뷰]
감독님 체질은 아닌듯
쉽고 착하고 귀엽다. 그런데 이병헌 감독답지 않은 지나친 진부함이다. 웃기고 울리고 할 건 다 하는데 잔상이 남지 않는다. (실화를 바탕으로 해서인지) 이 감독 특유의 아우라는 옅어졌고, 그의 무기는 한참 다운 그레이드됐다. ‘카운트’ ‘리바운드’ 등 앞선 스포츠 영화들의 미덕과 아쉬움을 그대로 답습한다. 기대 이하의 무색무취요, 평범함 그 자체다. 좋지도 나쁘지도, 명작도 망작도 아닌, 그럭저럭 볼만한, ‘드림’이다.
영화는 쏘울 없는 축구선수(박서준), 열정 없는 PD(아이유) 그리고 축알못 홈리스 축구단의 이야기다. ‘극한직업’으로 천만 감독으로 등극한 이 감독이 4년 만에 선보이는 스크린 신작으로 2010년 홈리스 월드컵 실화를 모티브 했다.
‘홈리스 월드컵’은 축구를 통해 홈리스의 자립 의지와 부정적 사회 인식을 개선하는 세계 유일의 국제 축구 대회로, 실제 수많은 홈리스들의 변화를 이끌어냈다. 한국은 2010년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홈리스 월드컵에 첫 출전했으며, ‘드림’은 이 대회를 모티브로 새로운 이야기를 가미했다.
예측 불허 돌발 행동으로 축구 선수 인생 최악의 위기에 직면한 홍대(박서준)는 어쩌다 홈리스 풋볼 월드컵 감독을 맡게 된다. 이미지 쇄신을 위해 까칠한 성격을 눌러가며 영혼 없는 지도에 나선다. 오합지졸의 실력을 지닌 홈리스 선수들의 모습에 그저 기가 막혔지만, 서서히 그들에게 마음을 열며 진짜 감독으로 거듭난다.
열정 페이에 맞춰 최소한의 열정을 보이는 현실파 다큐 PD 소민도 마찬가지다. 감동의 포인트를 정확히 파악하는 기획력과 각본으로 홈리스 축구단의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는 그는 사사건건 부딪히고 비협조적인 홍대와 한순간도 예측할 수 없는 홈리스 축구단 사이에서 능수능란한 밀당을 오간다. 처음엔 가식적인 미소로 일관하지만 이내 진심으로 이들을 응원하며 함께 울고 웃는다.
구구절절한 홈리스 추구단의 사연과 이들이 서로 화합하고 다시 일어서는 과정 역시 마찬가지다. 단 한 명도 예상을 벗어난 서사는 없다.
애초에 제약이 많은 소재인 터라 최선을 다해 경쾌하게 포장한다. 감독과 PD, ‘축알못’ 홈리스 축구단의 성장과 아름다운 해핑 엔딩, 따뜻한 메시지까지 꽉 꽉 채워 담았다. 주저 앉다 다시 일어서는 구간,신파를 신파답지 않게 표현하려는 유머, 눈물겨운 클라이맥스와 감동 포인트까지.
그나마 초반부엔 이병헌 감독표 센스와 장기가 반짝 발휘된다. 자칫 새로울 수 있겠단 기대감도 준다. 역시 ‘이병헌’이란 희망도 생긴다. 하지만 이내 스토리가 본격화 되면서 늘상 접하는 그 드라마다.
박서준은 까칠한듯 알고 보면 따뜻하고 정의로운 역할을 늘 해오던 에너지로 무난하게 연기한다. 아이유 역시 속사포 대사를 능수능란하게 소화하며 역할을 순조롭게 소화하지만, 늘 봐오던 남녀 캐릭터, 케미에 별다른 감흥은 없다. ‘멜로의 체질’와 겹치기 출연한 몇몇 배우도 드라마와 그저 같은 결이다.
영화는 인생의 끝에 선 이들에게 찾아온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를 간절한 기회를 잡기 위한, 부족해도 최선을 다하는 투혼의 이야기를 밝고 희망적인 터치로 그려낸다. 유쾌한 웃음과 따스한 감동을 녹여내 신파 지수를 떨어뜨리기 위해 애쓰는 한편, 포기하지 않고, 저마다의 ‘드림’을 향해 달려가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감동 에너지를 끌어 올린다. 결과보다 과정 그 자체를 소중히 여기는 판타지 같은 메세지를 전하고자 열심히 달린다. 다만, 예상 가능한 경로만 따라서.
(관람을) 강력 추천하지도, 그렇다고 가로 막을 정도는 아니다. 다만 비싸진 ‘티켓 값’은 고려하지 않을 순 없을 것 같다. 이병헌 감독·아이유·박서준의 만남이라는 화려한 이름값을, 기대값을 떠올리면 실망스럽다. 이렇게 평범한 드라마로 완성됐다는 게 가장 놀랍다.(메가폰이 대역인 줄.) 오는 26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25분.
[한현정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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