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미쉐린 달고 미국 누비는 현대차"...글로벌 1위 타이어 회사 CEO가 말한 환상 호흡
플로랑 메네고 "기후변화와 환경규제"
미쉐린, 빠른 첨단기술보다 딥테크에 집중
"미쉐린그룹은 현대차그룹과 좋은 협력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는 미국 시장서 제네시스와 같은 고급차와 전기차를 잘 팔기 위해 미쉐린 타이어를 필요로 했고 우리의 기술력은 누구보다 이를 잘 충족시킨다고 자부한다."
글로벌 1위 타이어 기업 미쉐린의 플로랑 메네고 최고경영자(CEO)는 1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피아몬테주 폰타나프레다에서 열린 미디어 간담회에서 18인치 이상 고급 타이어를 필요로 하는 제네시스의 미국 시장 도전에 함께하는 전략으로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며 자신감 넘친 목소리로 말했다. 현대차가 현재 미국으로 수출 중인 제네시스에는 미쉐린의 18인치 이상 타이어가 장착됐다. GV60 BEV, GV70 BEV 등 전기차와 G80, G90, GV70, GV80와 같은 프리미엄 차종들이 대상이다.
'타이어 시장의 진화와 공장의 혁신'을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는 미쉐린이 어떻게 세계 타이어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지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글로벌 1위지만 또 혁신한다"
1889년 설립돼 1895년 세계 최초로 공기주입식 고무 타이어를 선보인 미쉐린은 전 세계 85개 생산 시설에서 연간 2억 개 가까운 타이어를 만들고 있는 글로벌 선두 주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나깨나 혁신을 외쳐왔다. 2019년 6월 공개한 공기 없는 타이어가 대표적이다. 펑크 날 걱정 없는 이 제품은 이르면 내년 시장에 나올 전망이다. 지난해에는 세계 최초로 지속가능한 소재를 최대 58%까지 끌어올린 타이어를 내놨다. 2050년까지 달성해야 하는 탄소중립 목표에 성큼 다가선 것이다. 헬스케어와 3D 프린터 및 장비 등 비(非) 타이어 부문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메네고는 특히 최근 그 어느 때보다 환경친화적 요구 수준이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1974년 1차 석유 파동 당시 좋은 품질을 오래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며 "석유가 희소한 자원이 될 때를 대비해 이동성의 미래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기후위기에 일찍부터 대비한 덕분에 남들보다 탄소중립 목표 달성도 빠를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미쉐린은 첨단 기술(hitech)보다는 심층 기술(Deep tech)을 연마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메네고는 "심층 기술은 시장이 만들어지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그럼에도 우리는 10~15년 안에 시장을 바꿀 혁신을 이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 6,000여 명의 연구원들은 기술 개발에 전념하고 있고 3,700건의 소재 관련 특허를 갖고 있다.
"코로나19·전쟁에도 납품 차질 없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물류 차질이 없었는지 묻는 한국일보의 질문에 메네고는 "아주 힘든 시기였다"고 했다. 이어 그는 "러시아에서 수입하던 카본 블랙(고무의 탄성을 강화하는 소재)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 일주일 만에 끊겼고 다른 나라에서 찾아 대체해야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미쉐린은 경쟁사보다 대체재를 빨리 찾았지만 재료 가격과 물류비, 컨테이너 비용으로 과거보다 비싼 값을 치러야 했다"며 "아시아에서 미국으로 운송하는 컨테이너 비용은 2020년 2,500달러 수준이었는데 코로나19 이후 2만 달러까지 뛰었다"고 설명했다. 빠른 대응 덕분일까. 그는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고객사에 타이어를 제때 공급하지 못한 사고는 단 한 건도 없었다"고 답했다.
프랑스에서 태어난 메네고는 1997년 미쉐린에 입사해 아프리카·중동 사업부문 등 주요 직책을 담당하다 2014년부터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았고, 2019년 미쉐린 CEO에 올랐다.
폰타나프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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