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띵동' 잘못 눌렸을 뿐인데 총격…10대 흑인소년, 머리·팔에 총 맞았다

총격 가한 80대 백인 집주인 1급 폭행 및 무장범죄 혐의 받아
검찰 "사건에 인종적 요소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13일(현지시간) 다른 집 초인종을 잘못 눌렀다는 이유로 총격을 당한 16세 소년 랠프 얄. (출처 : 트위터 @jtimberlake)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미국 미주리주(州)에서 한 10대 흑인 소년이 다른 집 초인종을 실수로 잘못 눌렀다는 이유로 총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CNN은 지난 13일(현지시간)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에서 한 80대 백인 남성이 랠프 얄(16)의 머리와 팔에 총을 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두 발의 총탄으로 중상을 입은 얄은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어 퇴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얄은 여전히 트라우마성 스트레스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캔자스시(市) 경찰서장은 13일 가해자가 체포돼 24시간 동안 조사를 받고 석방됐다고 밝혔다. 반면 CNN은 가해자가 13일 밤 12시 직전에 체포돼 두 시간도 채 지나지 않은 14일 오전 1시24분쯤 풀려났다고 보도했다.

얄의 변호인은 얄에 대해 "뛰어난 학생이자 재능 있는 음악가"라며 검찰에 가해자를 10대 살인 미수 혐의로 체포하고 기소하라고 요구했다.

분노한 지역 사회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지난 주말 캔자스시티에서는 얄의 가족과 지역 주민들이 가해자의 집 앞을 행진하며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랠프를 위한 정의를"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 "초인종을 울리는 것은 범죄가 아니다" 등의 구호를 외친 것으로 알려졌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은 이번 총격에 대해 "어떤 아이도 초인종을 잘못 눌렀다는 이유로 총에 맞을까 봐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논평했다.

18일(현지시간)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랠프 얄 총격 사건에 대해 논평한 트위터 갈무리. 그는 "모든 아이들은 안전할 권리가 있다"고 썼다. (출처 : @VP)

경찰 당국에 따르면 해당 사건은 클레이 카운티 검찰에 입건됐다. 검찰은 1급 폭행 및 무장 범죄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

검찰은 17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 사건에 인종적 요소가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며 인종차별로 인한 증오범죄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주리주에서는 미국의 정당방위 법에 해당하는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 법(Stand Your Ground Law)'이 인정된다. 이 법에 따르면 집주인은 침입자로 의심되는 사람들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물리적인 힘을 사용할 수 있다.

단 로이터통신은 이 법이 사망 및 심각한 신체 부상, 중죄가 발생할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한 경우에만 적용된다고 보도했다.

realk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