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외식 물가에 '라면'만 불티나게 팔리더니…
음식료 업종 내 최선호주 '농심'
"실적 개선 구간 진입"
올해 1분기 대부분의 음식료 기업들은 실적이 좋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먹거리 가격이 연일 치솟으며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경기 침체와 먹거리 물가 상승의 영향으로 라면의 인기가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해외 판매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 음식료품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5.52포인트(0.15%) 하락한 3674.51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들어 음식료품 지수는 2.52%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15.74% 급등한 것과 비교하면 저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식품 전반의 영업실적 모멘텀 부재 및 원가 스프레드 개선 지연 우려가 주가에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장기간 지속됐던 업체들의 가격 인상 행렬 관련 피로감이 일부 소비절벽으로 이어져 영업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경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음식료업종은 펀더멘털 악화로 방어주로서의 역할이 다소 아쉬운 상황"이라며 "점유율 상승세 시현 및 시장호조로 상대적 견고함이 부각되는 업체 중심의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올해 음식료 업체들의 실적을 좌우할 핵심은 견조한 판매량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내수 시장 내 독과점 지위가 강화되는 업체 또는 해외 수출로 판매량이 증가하는 업체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으로 가계의 구매력이 축소되고 소비자들이 제품 가격에 매우 민감해지면서 상대적으로 가격 매력도가 높은 라면의 수요가 견조하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관세청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1분기 라면 수출액은 2억800만달러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기존 최대치였던 지난해 1분기(1억 8193만 달러)보다 14.3% 증가한 수치다.
라면 수출액은 2018년 1분기(1억7만달러)에 처음으로 1억달러를 넘긴 데 이어 올해 2억달러를 돌파했다. 이같은 매출 증가는 코로나19 여파로 각국에서 외부 활동이 제한되면서 간편식 시장이 커진 영향이다.
여기에 한국 드라마, 영화,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 국내 라면 제품이 언급되는 등 K-문화 확산까지 겹쳐지면서 K-라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전문가들은 업종 내 최선호주로 농심을 제시했다. 50%가 넘는 국내 라면 시장 점유율을 바탕으로 수익성 개선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1분기 농심의 연결 기준 매출은 8625억원, 영업이익은 500억원으로 컨센서스(영업이익 443억원)를 상회할 전망이다. 이같은 배경으로는 주요 판매 국가인 한국과 미국에서의 판매 호조 영향으로 풀이된다.
2003년 이후 하락세를 보이던 농심의 국내 라면 시장점유율은 2018년 54%를 저점으로 현재는 57.5% 수준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1분기까지도 원재료 투입 단가는 부담되는 수준이나 경쟁 강도 완화로 수익성 역시 전년 동기 대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농심은 미국을 중심으로 해외 사업이 추세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경쟁사 대비 다각화된 제품 포트폴리오로 국내 라면 시장 점유율 역시 반등 추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북미 지역의 경우 2022년 연중 고성장세를 이어온 데에 따른 기저부담이 상당함에도 채널 및 지역 확대 효과가 주효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신동원 농심 회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59기 정기주주총회에서 "미국 동부에 제3공장 설립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미국에서 신라면 등 라면 판매가 20% 이상 늘어날 정도로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추가 투자로 북미 시장 공략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농심은 미국 동부 제3공장 건설 검토, 수제맥주 제조·판매 법인 설립, 이른 여름 계절면 시장 대응 등 국내외로 과거와 다른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원재료 투입 단가 하락 영향은 올해보다는 내년에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예상돼 장기 실적 개선 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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