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바운드와 닮은 삶’ 이석민, “허훈이 되려고 노력했다”

이재범 2023. 4. 18.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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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이재범 기자] “어떻게 하면 허훈 선수 같을까라고 고민하며 허훈 선수처럼 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영화 ‘리바운드’가 상영 중이다. 리바운드는 2012년 협회장기 전국남녀중고농구대회에서 6명의 선수만으로 준우승을 차지한 부산 중앙고의 실화를 담았다. 영화에서는 2012년을 거의 완벽하게 재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농구 팬이라면 익숙한 상대팀 선수들도 등장한다. 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선수를 꼽는다면 허훈이다.

현재 국군체육부대에서 군 복무 중인 허훈은 2019~2020시즌 정규리그 MVP에 선정되었으며, 형인 허웅과 함께 인기를 양분하던 선수다. 허훈은 당시 부산 중앙고와 두 차례 맞붙는 용산고 선수로 등장한다.

허훈 역을 맡은 이는 이석민이다. 이석민은 제물포고를 졸업한 뒤 중앙대에 입학했으며, 3학년 때 명지대로 편입해 선수로 활약했다. 2021년 KBL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는 지명을 받지 못했다.

이석민은 지난 17일 전화통화에서 영화에 출연한 계기를 묻자 “프로에 가지 못해 갈피를 못 잡고 힘들게 지내고 있었다. 중앙대 동기였던 김택(홍순규 역) 배우가 연락을 줬다. 준비 단계일 때 배우들이 농구 연습을 엄청나게 열심히 했다. 나도 같이 호흡을 맞춰 연습도 하면서 배우 형들과 친하게 지냈다”며 “처음에는 대역을 해줄 수 있냐고 해서 당시 하는 게 없어서 갔다. 촬영장에서 나를 너무 좋게 봐주셔서 허훈 역으로 캐스팅 제안을 해주셨다. 너무 감사하게 ‘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씀 드리고 참여하게 되었다”고 했다.

허훈의 플레이를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을 듯 하다.

이석민은 “농구를 할 때 한국 선수 중에서는 허훈 선수를 롤 모델로 삼았다. 부담이 안 되는 건 아니었다. 허훈 선수는 대스타인데 그 선수의 고교 시절을 맡아서 실존 인물을 재현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 고민도 많이 했다”며 “허훈 선수는 자신감이 넘치고, 쇼맨십이 많은데 나는 그렇지 못했기에 그걸 따라 하고, 실제로 영상도 찾아보면서 연기를 했다”고 촬영 과정을 들려줬다.

이어 “농구의 합이나 이런 걸 따라 하는 건 농구니까 편했다. 그 합을 맞추는 건 편했는데 내가 그냥 농구를 하는 것과 허훈 선수가 농구를 하는 건 다르다”며 “나와는 다른 자세가 나오고, 다른 표정이 나오고, 다른 심정으로 농구를 했을 거라고 생각을 많이 했다. 예를 들면 골을 하나 넣더라도 기분 좋아하거나 다음을 준비하는 선수가 있는 것처럼 선수마다 특성이 다르다. 어떻게 하면 허훈 선수 같을까라고 고민하며 허훈 선수처럼 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영화에서 농구 장면은 실감나게 잘 표현되어 있다.

이석민은 “박진감 넘치는 경기 장면을 연출하는 건 연출부 스태프와 조선대 장우녕 코치님께서 고민을 많이 하신 덕분이다”며 “실제로 있었던 장면들을 오마주해서 경기의 합으로 가져왔다. 내가 그 과정에서 한 건 없다. 스태프께서 잘 짜주셨다. 그걸 바탕으로 내가 연구한 걸로 표현해서 잘 어울리지 않았나라고 생각하고, 다른 배우들도 열정이 넘쳤다”고 했다.

농구 경기 장면을 어떻게 촬영했는지 궁금해하자 이석민은 “용산고 경기만 뛰었다. 다른 경기를 참여하지 않아서 모르지만, 용산고와 부산 중앙고가 경기를 하는 느낌으로 촬영을 했다. 다른 배우들이 인터뷰에서 이야기를 했더니 지정된 합 이후에 끊지 않았다. 그 이후 상황까지 농구를 계속 했다”며 “5대5 농구를 계속 했기에 그 장면 중 마음에 드는 걸 사용하지 않았나 싶다. 영화를 봐도 합을 맞춘 것만 나온 게 아니라 실제 경기처럼 했던 부분들도 많이 나왔다. 확실히 합을 짜놓고 한 게 아니라 진짜 경기처럼 몸을 부딪히고, 파이팅 넘치게 촬영한 게 영화에서 박진감이 느껴지는 요소 같다”고 했다.

이석민은 당시 부산 중앙고 이야기를 알고 있었냐고 하자 “그 때 당시 중학교 1학년으로 기억한다. 결승에서 부산 중앙고와 용산고가 붙는 건 알고 있었다. 어려서 내막은 잘 몰랐다”며 “코치님께서 허훈 형이 얼마나 잘 하는지 챙겨보라고 하셔서 영상을 봤었다”고 했다.

농구선수가 아닌 농구 선수를 연기하는 자신의 모습을 어떻게 봤을까?

이석민은 “내가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찡한 게 있었다. 농구하는 장면이 영화에 나오니까 중고등학교 때 농구하던 시절이 떠올랐다. 감동의 일부분이지 않을까? 농구를 그만 둔 게 후회되는 게 아니라 나도 저랬는데 회상과 그리움, 농구 선수라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있었다”고 했다.

오직 농구에만 몰두했던 이석민은 “연기를 공부하면서 앞으로 배우의 꿈을 가지고 계속 나아가려고 한다. 인생에서 농구 밖에 없었다. 다른 걸 시도하기에는 큰 매력을 느끼는 직업이 없었는데 촬영장에서 소통하는 게 너무 매력적이고, 즐거웠다. 그 때부터 연기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지금도 진행 중이고, 앞으로도 도전해볼 생각이다”며 “내 성격이 마음에 들면 도전한다. 중앙대에서 농구를 그만 뒀을 때도 농구를 계속할 방법을 찾아서 명지대로 편입했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무모한 도전일 수 있고, 큰 결심이 필요하다. 내 마음에 드는 것에 도전하는 건 후회하지 않는다”고 앞으로 배우의 삶을 꿈꿨다.

슛이 들어가지 않았을 때 이를 잡는 게 리바운드다. 리바운드를 잡으면 다시 슛을 던질 기회가 생긴다. 이석민의 인생도 어쩌면 리바운드와 닮았다. 농구 선수로 좌절을 맛봤지만, 농구 선수였기에 또 다른 삶의 기회를 얻었다.

“사실 진짜 잘 맞아떨어지는 게 농구로 프로에 가지 못해서 실패를 한 거다. 이 리바운드라는 작품을 하면서 또 다른 매력과 즐거움을 느끼고, 꿈을 꿨다. 끼어 맞추면 다 끼어 맞출 수 있지만, 프로 선수가 안 된 이후 새로운 길을 열어줬다. 나를 리바운드 할 수 있게 만든 리바운드이기에 감독님과 스태프들, 배우 형들, 선배님들께 다들 감사 드린다.”

#사진_ 점프볼 DB, 리바운드 홍보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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