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10대 투신… “디씨 우울증갤러리가 배경…폐쇄해야”
사고 전 "우울증 커뮤니티 접어라" 말하기도
서울 강남의 고층 빌딩에서 투신한 10대가 온라인 커뮤니티인 디시인사이드 우울증갤러리에 ‘동반 투신할 사람을 구한다’는 게시물을 올린 남성에게 연락해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극단적 선택을 조장한 우울증갤러리를 폐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8일 온라인 커뮤니티와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10대 A양이 지난 16일 강남의 고층 빌딩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배경엔 디시인사이드 우울증갤러리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A양이 이 갤러리에서 활동하며 정서적, 신체적인 학대를 당했으며 극단적 선택 역시 이 갤러리에서 알게 된 남성과 모의했다는 것이다.
이날 국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A양은 사고 당일 갤러리에 ‘동반 투신할 사람을 구한다’는 글을 올린 남성 B(28)씨에게 연락해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A양과 강남역에 있는 PC방에는 함께 갔지만 마음을 바꿔 헤어졌다고 주장한다고 한다. 그는 A양과 헤어진 후 우울증갤러리에 “나는 준비도 안 된 상태라 무서워서 도망쳤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 후 A양은 홀로 19층짜리 건물 옥상에 올라갔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라이브방송을 켜고 투신 직전 “인생 허비하지 말고 우울증 커뮤니티 접어라”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국민일보 보도). 이에 이 사고가 처음 보도됐을 때부터 우울증갤러리 이용자들은 “성인 남성이 심신이 미약한 어린 여성에게 접근해 일어난 사고”라고 비판했다. 이날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우울증갤러리와 관련된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우울증갤러리 문제가 불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일부 남성 이용자가 정서적으로 취약한 상태에 있는 여성들에게 접근해 정서적, 신체적 폭력을 가한다는 문제제기가 지속돼 왔다. A양 이전에도 이 같은 폭력으로 인해 극단적 선택에 이른 피해자들이 여러 명 있었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이에 범죄 온상이 되고 있는 우울증갤러리를 폐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이 갤러리는 이미 2018년부터 여성에 대한 모욕과 폭력 등을 이유로 폐쇄 요구가 일었다. 당시 폐쇄를 주장한 한 이용자는 “많은 익명의 이용자들이 성희롱 및 모욕적인 피해를 입는 등 이미 갤러리 내 많은 사건 사고가 있었다”며 조속한 폐쇄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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