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래 걸렸는데…꽁꽁 얼어붙은 벤처투자, 장관까지 팔걷었다

1분기 벤처투자 60% 급감
ICT·바이오·유통업종 심각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사진출처 = 연합뉴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을 비롯한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여파로 올해 1분기 벤처투자 규모가 작년 1분기 대비 60% 넘게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중소벤처기업부는 1분기 벤처투자액이 881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0.3% 줄었다고 밝혔다. 중기부는 “지난해 이후 지속돼온 실물경기 둔화, 고금리에 따른 자금조달 비용 증가,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와 회수시장 부진 등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나마 한국은 상대적으로 상황이 나은 편이다. 같은 기간 글로벌 벤처투자 실적은 미국이 55.1%, 이스라엘이 73.6% 급감했다. 미국의 경우 챗GPT 서비스를 개발한 오픈AI에 대한 13조원 규모 메가딜을 비롯한 초대형 투자 2건을 제외하면 75.1%나 줄었다.

업종별로 1분기 벤처투자액을 보면 정보통신기술(ICT)서비스가 198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4.2% 줄었고, 바이오·의료는 1520억원으로 63.3%, 유통·서비스는 1028억원으로 77.5% 각각 감소했다.

영상·공연·음반 업종(1102억원)만 유일하게 전년 동기 대비 8.5% 늘었다. K-콘텐츠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투자심리가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업력에 따른 투자 현황도 차이도 두드러졌다. 업력이 3년 초과~7년 이하인 ‘중기 기업’에 대한 투자가 가장 많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기 기업의 1분기 투자 유치금액은 2948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205억원 대비 71.7% 줄었다. 후속투자 유치가 어렵고 회수시장도 부진한 상황에서, 기업가치가 저평가 된 초기 기업이나 단기간 내 투자회수 가능성이 높은 후기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투자 선호도가 낮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올해 1분기 벤처펀드 결성금액은 569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8.6% 감소했다. 같은 기간 미국의 벤처펀드 결성금액은 84.1% 줄었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비록 1분기 투자가 많이 줄었지만 민간 벤처모펀드 결성과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의 전략적 투자 등으로 향후 민간자금이 더 원활하게 벤처투자 시장에 유입될 것”이라며 “벤처·스타트업 자금지원 및 경쟁력 강화 방안 등 관련 생태계 전반을 두텁게 지원하기 위한 대책을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