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상엽 "K-벤처 성장하려면 스케일업 우선…복수의결권 국회 통과해야"

대담=장도민 차장 김예원 기자 2023. 4. 18.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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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기보 보증한도 증액 등 지원 필요, 선순환 돼야"
"허용 범위 넓히되 부작용 좁혀가는 방향으로 정책 펼쳐야"
성상엽 벤처기업협회 회장이 11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아이디스타워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4.11/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서울=뉴스1) 대담=장도민 차장 김예원 기자 = "선순환하는 벤처 생태계를 구축하려면 글로벌화를 통한 스케일업이 필수죠."

경기 성남시 인텔리안테크놀로지스 판교사옥에서 만난 성상엽 벤처기업협회 회장은 인터뷰 내내 한국 벤처 스타트업엔 '글로벌화를 통한 스케일업', 정부당국엔 '혁신을 뒷받침하는 규제 완화'를 강조했다.

성 회장은 취임식 임기목표 중 하나였던 '완결형 벤처생태계 구축'을 위해선 '글로벌화를 통한 스케일업'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예비 창업부터 글로벌 유니콘에 이르는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하려면 창업 단계부터 글로벌 비즈니스를 염두에 두고 스케일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봤다.

성 회장은 "벤처캐피탈 등의 활발한 활동으로 최근 한국 벤처 스타트업 생태계의 초기 투자 환경은 과거보다 양호해졌다. 하지만 스케일업 및 재도전 단계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2022년 기준 한국 유니콘 기업(1조원 이상 기업가치를 가진 비상장기업)은 22개사다. 매해 꾸준한 증가세로 양적 성장은 이뤘지만 대부분 내수 플랫폼에 기반해 몸집을 키웠다는 한계가 있다.

국내 벤처투자 규모는 2021년 기준 약 10조원으로 미국(379조원), 중국(330조원) 등 주요국과 비교조차 어렵다. 성 회장은 "기업이 안정적으로 고용을 늘리고 재무 실적을 개선하려면 스케일업은 필수"라며 "글로벌화를 위해서는 스케일업이 피할 수 없는 선택지지만, 국내 벤처스타트업들은 인수·합병(M&A) 및 신주 투자 등 몸집 불리기 시도에 소극적이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특히 데카콘(10조원 이상 기업가치를 지닌 비상장 기업) 기업 탄생을 위해선 펀드의 대형화 및 해외자본이 유입돼야 한다"라면서 "최근 해외 시장에서 'K-콘텐츠' 등에 대한 호응도 좋고 관심도 많이 가진다. 이같은 기회를 활용해 처음부터 글로벌 비즈니스를 염두에 둔 창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성 회장은 벤처 스타트업의 스케일업을 중시해야 투자 시장이 커져 선순환 생태계 구축이 수월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창업부터 엑시트(EXIT)까지의 과정이 자유로워야 과감한 투자 등 자금 유입도 원활해지고 벤처기업 성장도 쉬워진다"며 "벤처기업의 재정적 여건이 안정되면 상호 부조로 재기를 지원하는 벤처 재창업 공제제도도 추진하기 쉬워진다. 결국 선순환 사이클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상엽 벤처기업협회 회장이 11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아이디스타워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4.11/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성 회장은 이같은 혁신이 이뤄지기 위해선 투자 여건을 개선하고 기술 개발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최근 '로톡' 등 혁신과 기존 규제가 충돌하는 상황에 대한 견해를 묻자 "제도를 완벽하게 마련하고 그 이후 갈등조정을 시도하기보다는 사전 확인제처럼 허용 범위를 넓히되 부작용을 좁혀나가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간담회 및 토론회 등에 꾸준히 참여하면서 기업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게 협회의 역할"이라며 "신산업이 무너지기 전에 정부 중재가 필요하지만 잘 되지 않고 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비대면 진료 플랫폼과 관련해서도 업계 의견을 꾸준히 전달 중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3월 또다시 법사위 문턱을 넘는 데 실패한 복수의결권 법안도 아쉬움을 남기긴 마찬가지다. 성 회장은 "복수의결권이 낳을 부작용을 염려하는 의원들의 의견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한국 벤처 스타트업 대표들은 자기 지분을 지키면서도 해외 투자자들의 자금을 유치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법안이 국회의 오랜 논의를 거치면서 성숙해진만큼 빠른 시일 내에 통과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일명 '주 69시간제'로 불리는 근로시간 개편안과 관련해 반대 여론이 높은 점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표했다. 벤처 스타트업계는 고질적 인력난과 불규칙적 초과근로를 이유로 노사합의에 따른 근로시간 유연화와 선택근로제 확대 등을 요구해왔다.

성 회장은 "미국만 봐도 일정 연봉 이상이 되거나 특정 직종에 해당하면 근로시간 규제에서 제외한다"며 "벤처 스타트업계는 연구·개발(R&D) 및 소프트웨어(SW) 개발자 등 전문 인력이 많다. 노사합의를 전제로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개편한다면 우리 벤처스타트업계가 글로벌 시장과 경쟁하기도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얼어붙고 있는 벤처 투자 시장에 대해선 정부 지원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성 회장은 "불확실성이 크면 투자가 보수적으로 이뤄져 벤처 스타트업들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바로 이럴 때가 정책 금융이 빛을 발할 때"라며 "기술보증기금 등에서 보증 한도를 늘려주는 등 적극적 지원책을 마련하되, 무분별한 지원이 되지 않도록 모태펀드 지원 등에서 옥석을 가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투자 혹한기, 기술 탈취 등 어려움에 맞서고 있는 벤처 스타트업계에 "혹한기를 잘 버티고 살아남아서 성장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성 회장은 "회사를 20년 가까이 운영하면서 여러 사이클을 겪었다. 지금 이 시기 초기 창업이나 스타트업의 어려움이 큰 점은 이해하지만 생존을 꿈꾸며 버텨내면 결국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상엽 벤처기업협회 회장이 11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아이디스타워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열린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4.11/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한편 성 회장은 지난 2월 제11대 벤처기업협회장에 취임했다. 2004년 위성통신장비 제조업체인 인텔리안테크놀로지스를 창업해 지금까지 대표를 역임하고 있다. 인텔리안테크놀로지스는 매출의 약 95%가 수출에서 발생하는 글로벌 혁신 벤처기업이다.

kimye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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