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근·시위·춤·광장…MZ작가가 본 마로니에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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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니에 공원으로 불리는 아르코미술관 앞 광장은 100년 전엔 경성제국대가 있었고, 이어 약 80년 전엔 서울대 문리대가 자리했던 공간이다.
사료를 바탕으로 기술하는 것이 아닌 공간을 매개로 형성된 개인적·사회적 기억을 감각적 매체로 다루기에 '동시대 작가들의 필터로 걸러진' 마로니에 공원과 아르코미술관의 면면을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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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마로니에 공원으로 불리는 아르코미술관 앞 광장은 100년 전엔 경성제국대가 있었고, 이어 약 80년 전엔 서울대 문리대가 자리했던 공간이다. 뿐만이랴, 1960년대엔 4.19혁명이 시작했던 곳이기도 하다.
서울대가 관악으로 이전하고 나서는 공원이 조성됐고, 그 안에 한국 모더니즘 건축의 대명사로 불리는 김수근의 설계로 아르코미술관이 1979년 완공됐다. 붉은 벽돌 건물은 바로 옆 아르코극장과 함께 지금까지도 대학로의 상징으로 꼽힌다.
아르코미술관과 마로니에 공원의 역사적 맥락과 사회적 함의를 살펴보는 전시가 열린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미술관은 ‘기억·공간’전을 개최한다. 동시대 작가 9인 작품 23점을 통해 미술관의 안팎 공간을 연결하고 활성화 함으로써, 미술관의 기능과 역할을 재조명한다. 사료를 바탕으로 기술하는 것이 아닌 공간을 매개로 형성된 개인적·사회적 기억을 감각적 매체로 다루기에 ‘동시대 작가들의 필터로 걸러진’ 마로니에 공원과 아르코미술관의 면면을 살펴볼 수 있다.
양승빈은 건축가 김수근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많은 건축가들이 가구 제작에 심취한데 비해 김수근은 단 하나의 의자도 디자인하지 않았다. 이같은 사실에 흥미를 느낀 작가는 리서치 중 김수근이 제작하려던 의자에 관한 단서를 발견한다. 인터뷰어를 찾아가 이야기를 듣던 중, 김수근이 제작한 테라코타 재질의 의자는 모종의 이유로 파기됐고, 그 일부를 인터뷰어가 소장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작가는 파편을 조사하다 나머지 두 조각이 공간 사옥과 아르코미술관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김수근의 미발표 의자 원작을 복원한다. 그러나 이 모든 이야기는 허구다. 양승빈은 페이크 다큐멘터리를 통해 ‘일어난 일에 대한 기록으로 역사’가 아닌 ‘새로운 세계로 문을 열게 하는 열쇠로 역사와 기억의 관계’를 환기시킨다.
이처럼 젊은 작가들은 자신만의 필터로 마로니에 공원을 이야기한다. 김보경은 미술관 주변에 대한 기억을 파노라마로 연결하고, 박민하는 생성과 소멸을 반복한 문화적 에너지를 1990년대 사이버문화 이미지로 표현했다. 윤향로는 미술관에 대한 기억과 장소의 서사를 텍스트 기반 이미지로 재구성하고, 안경수는 마로니에 공원을 정치적 시위와 거리 문화의 열기가 교차하는 광장으로 바라본다.
황원해는 유기적 이미지를 중첩시켜 모더니즘 건축물의 견고함에 균열을 내고, 이현종은 사운드 작업을 통해 예술과 일상의 에너지를 교차시킨다. 문승현은 건물의 물리적 한계를 신체를 통해 매개하는 퍼포먼스 영상을, 다이아거날써츠는 균형이 불안정한 의자를 통해 앉는다는 행위로 신체와 장소성을 탐색하는 설치작업을 선보인다.
전시를 기획한 아르코미술관 측은 “아르코미술관이라는 제도 공간, 미술관이 자리한 공원의 장소성을 다양한 기억과 결부시켜보고 오늘날 예술과 사회의 관계성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를 마련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전시는 7월 23일까지.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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