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홈리스 월드컵 실화 다룬 '드림', 인생이란 경기에 응원을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아무리 노력해도 타고난 실력을 가진 라이벌의 등 뒤를 쫓을뿐인, 축구 선수 홍대(박서준)가 있다. 선수 생활 중 위기를 맞은 그는 계획도 의지도 없던 홈리스 풋볼 월드컵 감독으로 재능기부에 나서게 된다. 여기에 현실파 PD 소민(아이유)이 다큐 제작을 위해 함께 하게 되면서 운동이라고는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선수들이 국가대표로 선발된다. 택견인지 축구인지 헷갈릴 만큼 우당탕탕 그 자체인 팀워크 속, 월드컵 출전일은 점점 가까워진다.

'드림'(감독 이병헌)은 2010년 홈리스 월드컵 실화를 모티브로 한 영화다. 당시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홈리스 월드컵에 첫 출전한 한국팀의 도전기라는 뼈대 위에 이병헌 감독의 창작이 더해졌다. 영화는 스포츠 영화의 단골 주제인 청춘들의 꿈과 재기, 희망, 승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축구가 주요 소재인 만큼 박진감 넘치는 경기 장면을 보는 재미가 크다. 홍대와 함께 푸른 그라운드 위를 직접 뛰는 듯한 현장감은 물론 선수들의 가쁜 호흡과 땀 냄새가 바로 옆에서 느껴지는 듯 생동감이 넘친다. 다만 우승보다 1승, 1승보다 1골이 목표였던 약팀이 주인공인 만큼 '승리'로 선사하는 쾌감의 크기는 작다. 대신 캐릭터와 이야기에 듬뿍 녹아있는 인간미가 '드림'의 진짜 매력이다.

등장인물들의 사연엔 우리 보통의 삶이 모두 들어있다. 반강제로 홈리스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지만 어느새 진심이 돼버린 홍대를 비롯해 자신의 열정을 최저시급에 맞춘 PD 소민, 최고령이지만 몸을 사리지 않는 환동(김종수), 딸바보 효봉(고창석),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축구단에 합류한 범수(정승길), 소심하지만 순수한 인선(이현우), 파이팅 넘치면서도 착하고 여린 문수(양현민), 조용히 제 몫을 해내는 영진(홍완표) 등은 각자 애환을 딛고 나름의 방식대로 현실을 뚫고 나가는 우리 그 자체다.

'드림'이 이토록 다양한 사연을 다루면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는 건 희망과 용기라는 명확한 메시지를 향해 힘 있게 밀어붙이기 때문이다. '경기 결과를 바꿀 수 없는데도 최선을 다하는 건 경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대사에는 중심부에서 조금은 밀려난, 변두리 삶에 전하는 따뜻한 응원이 들어있다. 영화는 끝나지 않는 경기처럼 삶은 계속되고, 끝까지 달리는 선수들처럼 우리의 인생도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고 말한다.

물론 축구 경기든 인생이든 열심히 한다고 항상 이기는 건 아니다. 하지만 '드림'은 거창한 반전이나 역전이 아니더라도 괜찮다고, 일상이라는 경기를 매일 버텨내느라 지친 모든 이들을 다독인다. 영화는 오는 4월26일 개봉한다.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eun@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