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균 “‘나의 아저씨’ 박동훈이 ‘조나단’을? 연기엔 변주 필요하죠”[SS인터뷰]
[스포츠서울 | 조은별기자] 배우 이선균에게는 두 가지 이미지가 있다.
그의 이름 석 자를 대중에게 알린 드라마 ‘태릉선수촌’(2005)의 수영선수 이동경이나 ‘하얀거탑’(2007)의 양심적인 의사 최도영, ‘커피프린스1호점’(2007)에서 연인의 변심을 참고 견딘 최한성, 그리고 중년 남성들의 격한 공감을 이끌어낸 ‘나의 아저씨’(2018)의 박동훈처럼 부유하는 청춘이자 미생의 상징인 인물들이 첫 번째다.
반면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와 상류 사회인의 모습도 존재한다. 대중적인 인기를 끈 ‘파스타’(2010)의 최현욱이나 오스카 레드카펫을 밟게 한 영화 ‘기생충’(2019)의 동익, 그리고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법쩐’(2023)의 은용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 14일 개봉한 영화 ‘킬링로맨스’를 관람한 관객들은 기존의 데이터에 없던 이선균의 모습에 많이 당황할지 모른다. 이선균은 이 작품에서 콸라섬의 재벌 조나단 나 역을 맡아 데뷔 이래 가장 파격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관객도, 연기한 배우 자신도 익숙지 않은 상황에 당황할 법 하지만 이선균은 “부끄럽긴 해도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촬영할 때는 즐기려고 했다”며 웃었다.
◇‘기생충’ 아카데미 시상식 가는 길 대본 받고 출연 결정, 촬영내내 웃겨서 NG
영화는 발연기로 비판받던 톱스타 여래(이하늬 분)가 휴가 차 떠난 콸라섬에서 재벌 조나단 나를 만나 돌연 결혼과 은퇴를 선언하며 벌어지는 일을 담았다.
여래를 향해 H.O.T의 ‘행복’을 부르며 달콤한 프러포즈를 했던 조나단은 실상 폭행과 가스라이팅을 일삼는 자다. 아내를 소유물처럼 여기는 그는 여래에게 49㎏의 몸매와 미소를 유지하는 바비인형같은 삶을 강요한다. 그 자신도 기름진 장발의 헤어스타일과 칼날같은 콧수염을 자랑하는 지독한 나르시시스트기도 하다.
이선균이 ‘킬링로맨스’의 대본을 처음 받은 건 3년전 영화 ‘기생충’으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하는 길이었다. 제작자인 김성훈 감독조차 “이선균이 이걸 하겠어?”라며 전혀 기대치 않았던 상황에서 그는 출연을 결정했다.
“대본을 재미있게 읽었지만 감독님 미팅만 하고 넘어가려고 했다. 나한테 뭘 원하는지 궁금하기도 했고.(웃음) ‘기생충’ 아카데미 수상 기념 파티에서 만난 이하늬 씨가 출연을 결정했다는 말에 나도 마음을 굳혔다. ‘기생충’의 후광을 업고 고민하는 것 자체가 이상하게 여겨졌다. 대본이 운명처럼 다가온 것 같다.”
이왕 하기로 했으니 과감한 도전을 시도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신은 외모다. 젠틀하고 중후한 기존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조나단의 헤어스타일을 표현하기 위해 붙임머리를 착용했더니 아내 전혜진과 두 아들 모두 부끄러워했다. 이선균은 “조나단 역에 적응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했다”고 웃었다.
영화의 대부분 장면이 파격적인 웃음을 유발하다보니 촬영할 때마다 스태프들이 웃어서 NG가 났다. 극 중 조나단이 끊임없이 외치는 대사 ‘잇츠 굿’(It’s good)은 이선균 자신의 아이디어다. 이선균은 “도수 치료를 받으러 갔다가 물리치료사가 ‘잇츠 굿’하는 모습에서 차용했다”며 만족스러워했다.
모든 신을 적극적으로 촬영했지만 여래에게 프러포즈 하는 장면은 이선균이 고사하기도 했다. 이선균은 “수영복을 입고, 대형 카세트 데크를 어깨에 메고 청국장을 끓이며 프러포즈하는 장면이다. 그 장면만은 도저히 못하겠더라”고 설명했다.
조나단을 상징하는 H.O.T의 히트곡 ‘행복’은 영화 속에서 여래에게 ‘행복’을 강요하는 일종의 가스라이팅 송으로 기능한다. 이선균은 “몇 번을 불렀는지 모를 정도로 수없이 불렀다”며 “이동 중에 차안에서 계속 연습해서 아마 매니저가 가장 괴로웠을 것”이라고 미안함을 전했다.
◇‘나의 아저씨’ 박동훈은 고마운 캐릭터, 조나단은 가면 쓴 것 처럼 자유롭게 연기
‘킬링로맨스’의 스태프 중 ‘나의 아저씨’의 열혈팬이었던 한 스태프는 “박동훈을 망가트렸다”며 화를 내기도 했다고 한다. 이선균은 “‘나의 아저씨’의 박동훈은 내게 황송하고 고마운 역할이다. 하지만 박동훈 이미지를 유지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고 말했다.
“‘태릉선수촌’이나 ‘커피프린스 1호점’ 등에 출연했을 때는 청춘에 가까웠던 시기였다. ‘나의 아저씨’의 박동훈은 나랑 같은 학번이라 그런지 처음으로 고교 동창들에게 연락이 왔다.”
이선균은 타율이 좋은 배우기도 하다. 그가 출연했던 대부분의 작품들이 흥행에 성공했다. 하지만 ‘킬링로맨스’는 ‘모 아니면 도’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사명의식으로 영화에 참여했다기보다 이원석 감독이 독특한 마니아 팬이 있어 함께 하면 시너지가 될 것이라 여겼다. 물론 강한 호불호는 예상했다. ‘나의 아저씨’의 박동훈 같은 인물은 현실에 발을 붙이는 인물이다 보니 인간 이선균과 접점을 만들어 가는데 조나단처럼 만화같은 캐릭터는 가면 쓴 것처럼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었다.”
이선균은 다작을 하는 틈틈이 최근 한국 인기 작품들을 시청하며 최신 경향을 연구한다. 두 아이의 아빠이기도 한 이선균은 “넷플릭스 ‘더 글로리’나 웨이브 ‘약한 영웅’을 재미있게 시청했다. 다만 OTT의 발달로 표현수위가 강해져 드라마 표현수위가 점점 자극적으로 돼 가는 게 우려된다. 아이들도 유튜브 숏폼 콘텐츠를 즐기다 보니 극장에서 영화 보는 매력을 잊을까봐 걱정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선균에게 ‘킬링로맨스’는 더욱 중요한 작품이다. 영화는 이선균과 절친한 장항준 감독의 ‘리바운드’, ‘나의 아저씨’를 함께 촬영한 아이유 주연 ‘드림’과 경쟁해야 한다. 이선균은 “누가 잘 되고 안 되고의 문제가 아니라 관객을 극장으로 돌아오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mulga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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