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산책] 제14회 광주비엔날레, 물처럼 여리지만 강한 예술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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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최대의 현대미술 축제 중 하나인 광주비엔날레가 올해 열네 번째 생일을 맞았다.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이숙경 예술감독의 지휘 아래 79명의 국내외 작가들이 참여해 본전시를 비롯 광주 전역의 5개 공간에서 4월 7일부터 7월 9일까지 94일간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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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최대의 현대미술 축제 중 하나인 광주비엔날레가 올해 열네 번째 생일을 맞았다.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이숙경 예술감독의 지휘 아래 79명의 국내외 작가들이 참여해 본전시를 비롯 광주 전역의 5개 공간에서 4월 7일부터 7월 9일까지 94일간 펼쳐진다. 전시 제목은 도덕경에 나오는 유약어수(柔弱於水)에서 차용한 것으로, "세상에서 물이 가장 유약하지만, 공력이 아무리 굳세고 강한 것이라도 그것을 이겨내지 못한다"는 의미다. 필자는 몇 가지 작품들을 리뷰하면서 이번 전시를 소개하고자 한다.
전시는 크게 4개의 소주제로 즉 '은은한 광륜,' '조상의 목소리,' '일시적 주권,' '행성의 시간들'로 펼쳐진다. 이 소제목의 전시들이 시작되기 전 맨 첫 번째 전시장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작가 블레베즈웨 시와니의 작품 '영혼강림'이라는 영상 설치작업이 세 개의 채널로 양쪽 벽과 전시장 바닥(물로 채워진 거대한 튜브 안에 영상을 투사)을 가득 채운다. 작가 스스로가 영적 치유자로서 물, 동굴, 평야, 산, 숲에 깃든 영들을 상상하고 체험하는 모습을 담았다. 이 작업은 비엔날레 전시가 전체적으로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지 복선을 깔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이 작품을 지나서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전시의 첫 번째 이야기 '은은한 광륜'에서 마주친 작업들은 대개 광주의 민주화 운동을 새롭게 재해석하는 작업들이 보인다. 팡록 술랍의 '광주 꽃 피우다'는 걸개그림 형식으로 과거 광주항쟁 당시의 어머니들이 주먹밥을 나누어주는 모습의 판화이다. 작품은 주먹밥 대신 장미꽃은 참으로 멋진 아이디어다. 광주시민들의 투쟁을 아름답고 유약하지만 가장 강렬한 항거로 묘사하기 때문이다.
20세기 동안 자행된 식민주의 폭력의 역사를 과거 우리 조상들의 시선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두 번째 전시는 '조상의 목소리'이다. 멕시코 작가인 노에 마르티네스는 스페인 식민주의자들에게 노예로 팔려 간 조상들의 몸을 상징하는 열 한 개의 도자기를 가져다 놓고 조상의 혼령을 불러 그들의 트라우마를 위로하고 치유하는 퍼포먼스를 하였다. 같은 맥락에서 이승애의 작품은 씻김굿에서 착안한 드로잉과 애니메이션으로 광주를 위무한다.
'일시적 주권'에서는 과거의 식민주의가 21세기에도 다양한 모습으로 재등장하는 점에 대한 비판적 작업들이 주를 이룬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우리나라 작가 그룹인 아끼바위쿠르트는 일본과 인도네시아, 태평양의 작은 섬들의 번성하는 자연과 그 뒤에 놓인 과거 전쟁의 흔적을 영상으로 동시에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행성의 시간들'은 거시적으로 지구에 사는 인간과 비인간을 연결해 하나의 행성인들로 세계를 바라보고자 하는 작업이다. 앨런 마이클슨의 작품 '패총'은 뉴욕의 허드슨강과 바다가 접하는 곳에서 잡히던 굴이 도시 개발 이후 해양오염이 심각해지자 더 이상 잡히지 않는 것을 모티브로 한 작업인데 실제 굴껍질을 통영에서 가져와 설치했다.
'행성의 시간들'이 전시되는 동안 부근에 있는 광주시립미술관의 네덜란드 파빌리온에서 동지, 연대라는 말이 흘러나온다. 그곳의 전시는 '세대 간 기후범죄 재판소: 멸종 전쟁'의 제목으로 정부와 기업의 기후 범죄를 다루는 법정을 만들어 본전시의 '행성의 시간들'과 공명한다. 예술은 이처럼 우리가 해야 하지만 하지 않는 것 혹은 할 수 없는 것들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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