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스쿨존 내 만취운전이 남긴 것

김지은 기자 2023. 4. 18.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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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도 못 가누며 잡은 운전대로 무고한 어린 생명을 앗아갔다.

주말 대낮 스쿨존 내 과속에 음주운전까지 참 많은 게 포함된 사고였다.

사고 장소에 안전펜스만 설치됐었더라면, 둔산동까지 가는 길에 음주운전 단속을 했었더라면 이 참변을 막을 수 있었을까 후회였을지도 모른다.

참변 이후 사고 장소에는 음주운전 없는 세상을 만들고, 꼭 처벌해주겠다는 약속이 담긴 쪽지가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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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 기자

몸도 못 가누며 잡은 운전대로 무고한 어린 생명을 앗아갔다. 주말 대낮 스쿨존 내 과속에 음주운전까지… 참 많은 게 포함된 사고였다.

대전 중구 태평동 한 식당에서 나온 60대 남성은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차에 올라탔다. 서구 둔산동까지 5.3㎞를 운전했다. 탄방중학교 인근에서 급하게 좌회전을 하다 도로 연석을 들이받고 중앙선을 넘어 맞은편 인도로 돌진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밝힌 그의 운전속도는 스쿨존 내 법정 제한 속도(30㎞)를 넘어섰다. 인도를 걷던 배승아(9)양에게로 향했다. 배양은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사고 당시 현장에 있던 9-12세 어린이 3명도 다쳤다.

현행범으로 체포된 남성의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이었다.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대전 둔산경찰서를 나서던 60대 남성을 향해 한 시민은 "살인죄로 처벌 받아야 해"라고 소리쳤다. 단 한명의 외침이 아니었다. 많은 이들에게 큰 충격과 슬픔을 안겨줬기 때문이었을까 전국적으로 처벌 강화 여론이 들끓었다. 지난 13일 밤부터 시작된 가해자 엄벌 촉구 진정서는 물밀듯 모여들었으며 지난 10일부터 진행 중인 '음주운전 살인죄 적용 촉구 범시민 온라인 서명운동'에도 많은 이들이 참여하고 있다.

지자체와 경찰, 정치권 등 사회 전반에서도 재발 방지를 위해 제도 마련에 나서고 있다. 사고 장소에 안전펜스만 설치됐었더라면, 둔산동까지 가는 길에 음주운전 단속을 했었더라면 이 참변을 막을 수 있었을까 후회였을지도 모른다. 경찰은 대낮 음주운전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정치권은 음주살인운전자 신상 공개, 안전펜스 설치 의무화 등 제도 마련을, 여론은 민식이법, 윤창호법 등의 실효성 제고를 주문하고 있다.

참변 이후 사고 장소에는 음주운전 없는 세상을 만들고, 꼭 처벌해주겠다는 약속이 담긴 쪽지가 놓였다. 우리의 다짐이 현실이 부디 현실이 되어 더 이상의 생명이 희생되는 일이 나오지 않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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