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광장] '불행'이 아닌 '불편'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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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주민센터 앞에서 휠체어를 탄 60대 장애인 한 분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을 접했다.
그들은 '불행한' 사람들이 아니라 '불편한' 사람들이다.
나머지 94.7%의 비장애인들이 그들의 불편함을 인정하고 서로 존중과 협업의 관계를 지향한다면 휠씬 건강한 사회를 이룰 것이다.
즉, 비장애인도 언제든 장애인이 될 수 있으니 그들의 불편함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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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주민센터 앞에서 휠체어를 탄 60대 장애인 한 분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을 접했다.
그 분을 돕기 위해 발걸음을 떼는 순간 마침 지나가던 학생 두 명이 먼저 나섰다.
학생들은 휠체어 손잡이를 잡고 들어서 그분의 이동을 도왔다. 그러고는 '좋은 일을 했으니 칭찬을 들을 수 있겠구나'라는 표정으로 서 있었다.
하지만 그분의 표정은 썩 밝지 않았다. 이어 귓결에 그 분의 나지막한 말씀이 들렸다. "고맙기는 한데…"
왜 그러셨을까? 곰곰이 그분의 입장을 생각해 보았다.
먼저 도와달라고 하지 않았는데 학생들이 그분의 의사를 묻지 않고 마음대로 휠체어를 들었구나….
우리는 보통 선의로 한 행동이니 상대방이 감사의 표시를 할 것이라 예상한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 자의적이고 이기적인 생각이다. 특히 신체적으로 불편한 사람들이 동정을 받았다고 생각한다면 이것은 더욱 위험한 생각이다.
흔히 우리들은 장애인분들이 사회적 약자로서 '불행하다'라고 단정 짓는 경향이 있다. 틀린 말이다. 행복이나 불행은 단순한 신체적 결함으로 좌우되지 않는다.
그들은 '불행한' 사람들이 아니라 '불편한' 사람들이다. 걷지 못해, 듣지 못해, 말하지 못해 이 사회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이지 이른바 '싸구려 동정' 속에서 불행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아니다.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고전 중에 '심청전'이 있다,
흔히들 심청이를 효의 상징으로 추켜세우지만 아버지 심봉사의 입장에서는 눈이 보이지 않아 딸을 잘 키우지 못하는 아빠라는 낙인을 심청이가 찍었을 수도 있다.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인당수의 제물이 되는 이 철없는 딸은 심봉사의 마음을 얼마나 아프게 했을까?
또 맹인이라는 장애가 아이를 잘 키우지 못할 것이라는 사회적 편견과 앞을 보지 못해 얼마나 불행할까라는 선입견이 심봉사의 가슴을 얼마나 무너지게 했을까?
우리 사회에는 이렇게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하지 못하고 무조건 장애인을 동정과 연민의 대상으로만 치부해 버리는 시선이 존재하고 있다. 이 사회는 키 큰 사람과 키 작은 사람이 있다. 뚱뚱한 사람도 마른 사람도 있다. 키가 작고 뚱뚱해서 우리가 불행하던가? 불편하긴 하지만 불행한 건 아니다.
같은 관점에서 소리가 들리는 사람과 안 들리는 사람, 걸을 수 있는 사람과 걷기 힘든 사람이 있다는 생각을 한다면 장애인들과의 조화로운 사회적 유대관계를 만들기가 훨씬 쉬울 것이다.
한국의 장애인 수는 보건 복지부 통계에 의하면 265만 명으로, 한국의 인구수를 5000만 명으로 가정한다면 5.3% 정도 차지한다. 나머지 94.7%의 비장애인들이 그들의 불편함을 인정하고 서로 존중과 협업의 관계를 지향한다면 휠씬 건강한 사회를 이룰 것이다.
다시 주민센터 앞 장애인 분을 본 날로 돌아가 보자. 학생들은 그분의 휠체어를 들어야 할 것이 아니라 그분이 임시 계단을 본인의 힘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합판 같은 것으로 길을 만드는 것이 옳았다. 그래서 그분이 임시로 된 계단 위 합판을 땀을 흘리며 올라가도록 하는 것이 훨씬 나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런 다음 그분은 그 길을 만들어 준 학생들에게 진심이 담긴 감사의 말을 했을 것이다.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행사로만 끝나고 지나가는 날이 아닌 그 분들의 진정한 축제의 날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불행한 삶'이 아닌 단지 '불편할 뿐'이라고.
아울러 한국의 장애인 중 질환이나 사고로 인한 장애인 비중이 무려 88.1% 라는 보건 복지부 자료도 있다. 즉, 비장애인도 언제든 장애인이 될 수 있으니 그들의 불편함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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