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中 관영매체가 만든 미국 패러디 영상…얼마나 급했으면?

이랑 2023. 4. 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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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색한 가발에 파랑 렌즈, 여기에 영어로 대화를 합니다. 배우들은 모두 잘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입니다.

동영상 '하우스 오브 컷츠(扯牌屋)', 직역하면 '카드를 찢는 집'이라는 패러디 영상입니다. 중국 관영 뉴스통신사 신화사가 만들었습니다. 지난해 이어 벌써 두 편째 영상입니다.

■대체 뭘 패러디?…작정하고 만든 '영상'

패러디, 사전적으로는 특정 작품의 소재나 작가의 문체를 흉내 내 익살스럽게 표현하는 수법이나 작품을 말합니다. 그렇다면 신화사의 '하우스 오브 컷츠'도 흉내를 낸 원작이 있다는 뜻이겠죠.

바로 이 작품입니다.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시리즈로 방송된 미국 정치 풍자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 (출처: 넷플릭스)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s)'라는 미국 정치 드라마입니다.

카드로 쌓은 집이라는 뜻으로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엉성한 계획 등을 뜻하는데요. 하우스(House)가 미국 하원을 의미하기도 하고 카드(Cards)가 도박이라는 뜻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더러운 음모가 판을 쳐 늘 흔들리는 하원, 더 나아가서는 불안정한 미국 정치판을 빗대는 중의적 의미가 있습니다.

중국 관영 신화사가 제작한 ‘하우스 오브 컷츠’ 후속편. 미국이 최근 문제 삼고 있는 ‘정찰 풍선’ 등을 풍자하며 배경에 흰색 풍선을 배치했다. (출처: 신화사)


신화사도 이 점을 노렸습니다. 扯牌屋에서 扯는 찢는다는 뜻도 갖고 있지만 터무니없는 말이나 행동을 말할 때도 쓰입니다. 원작 '하우스 오브 카드'라는 미국 드라마처럼 '터무니없는 말을 하는 미국'이라는 중의적 의미를 담으려고 한 것입니다.

또 미국 드라마의 독특한 형식도 그대로 따왔습니다. 케빈 스페이시가 맡았던 주연 '프랭크 언더우드(Underwood)'가 카메라를 바라보며 시청자를 향해 말을 거는 것 같은 줄거리 진행 방식 등입니다. 중국 영상의 주인공 이름은 언더우드 대신 '어퍼우드(Upperwood)'로 바꿨습니다.

■지난해 첫 영상 배포…무엇을 풍자했을까?

영상 속 보좌관이 “사람들이 차이나 타운을 중국의 해외 군사 기지라고 믿도록 만들자”고 제안하고 있다. 중국인 배우가 금색 가발을 쓰고 파랑 렌즈를 꼈다. (출처: 신화사)


지난해 12월 발표한 첫 편에서 주인공 프랭크 어퍼우드는 올해 미국 외교 정책을 세워야 한다며 어떤 보좌관이 최적의 해법을 내놓는지 미국의 사우디 아라비아와 우크라이나, 중국 등을 거론하며 의견을 묻습니다.

보좌관들은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는데 하나같이 미국의 외교 정책을 비꼬는 말입니다.

어퍼우드: 중국에 대해서는 어떤 카드를 쓸 수 있을까?
보좌관: 타이완 방문에 내기를 걸지는 않으시겠죠? 기술적으로 진행하지 않으면 하원에서 자리를 지키기 어렵습니다.
어퍼우드: (카메라를 바라보며) 이것이 바로 우리의 기본 전략이다. 우리가 첫 행동에 나서고 중국이 반응하면 도발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다음 행동에 나설 수 있도록.

보좌관은 이어 해외 있는 차이나타운이 모두 중국의 해외 군사 기지라는 말을 사람들이 믿게 하자는 등 다양한 제안을 합니다.

어퍼우드는 이렇게 결론 내립니다. "이것이 우리(미국의) 외교 정책이다. 우리와 함께하거나 사라지거나( Walk our way or fade away)"

첫 영상의 부제는 "미국 외교 '속내'를 드러내다(扯破美国外交 '内心戏')"였습니다.

■최근 후속 영상 또 공개…프랑스·아랍어 등 자막도

그리고 최근 후속 영상이 나왔는데요. 부제는 "게임을 할 때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만드는 조작 프로그램('游戏 "开挂")입니다. 제목만 봐도 미국이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무엇인가를 조작한다는 내용이 담겼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합니다.

이번 영상에서는 어퍼우드와 참모들이 함께 '중국 게임' 훈련을 시작하면서 여러 기술을 향상시킬 방법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는데요.

보좌관은 중국 게임에서 이기기 위한 기술로 ‘이야기 꾸미기’를 가르쳐야 한다면서 대표적 사례로 코로나 19 연구실 발원설을 거론한다. (출처: 신화사)


한 보좌관은 "이야기 꾸미기(스토리텔링)부터 가르쳐야 한다"면서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실험실에서 새어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는 최근 사례"가 대표적이라고 말합니다. 이어 신장위구르자치구의 강제노동·제노사이드(종족 멸절) 의혹 등도 '꾸며낸 이야기'라는 것을 상기시킵니다.

이어 공포를 조장하는 기술에 대해서도 말하는데요. 보좌관은 미국인들이 중국의 정찰 풍선이 자신의 머리 바로 위를 감시한다고 믿게 되면 "누가 폭격기를 보내는 것에 반대할 수 있겠냐"고 주장합니다.

신화통신은 자사 홈페이지인 신화넷에 영문판 등을 먼저 공개한 뒤 프랑스어, 러시아어, 아랍어 등 자막판도 제작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대체 왜 관영매체가 패러디를?

보좌관이 중국의 정찰 풍선으로 보이는 하얀색 풍선을 바라보고 있다. (출처: 신화사)


사람들의 관심은 영상의 내용보다 중국을 대표하는 관영 매체 신화사가 '대체 왜 이런 패러디 영상을 만들었을까' 하는데 있습니다. 언론사가 코미디 콘텐츠를 만들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입니다.

어찌 보면 관영 매체가 패러디 영상을 만들어야만 하는 상황 자체가 미국의 전방위적인 대중국 압박 공세에 중국이 물불 가릴 상황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주목할 것은 영상의 효과입니다. 풍자는 현실을 비틀어 진실을 보여줄 때 웃으면서도 무릎을 '탁' 치게 되는 묘미를 담고 있습니다.

중국 '하우스 오브 컷츠'에는 미국의 외교 정책을 비웃는 내용으로 가득하지만, 중국이 하고 싶은 말이 아닌, 누가 봐도 객관적인 사실을 보여주는지는 의문입니다. 재미보다는 노력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이 점이 신화사의 오락성 패러디 영상이 쿨(cool)하지 못하고 애쓰고 있다는, 그래서 되려 중국이 얼마나 다급한지를 보여주는 '역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이랑 기자 (herb@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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