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이튼, 클레이 53억개 소각 완료…신뢰 회복은 '요원'

박현영 기자 2023. 4. 18.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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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이튼, 코인 소각 및 펀드 재편성 실행…미유통 물량 73% 소각
2월 말 '소각 결정' 이후 '크래커랩스 논란' 터져…악화된 투자자 여론
클레이튼 트위터 갈무리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이 가상자산 '클레이(KLAY)' 미유통 물량의 73%를 소각했다. 또 클레이를 활용해 조성했던 재단 펀드도 노드(블록체인 네트워크 참여자) 그룹인 '거버넌스카운슬'이 관리할 수 있도록 재편성했다.

이 같은 조치는 지난 2월 말 클레이튼이 카카오 계열사 크러스트로부터 독립하면서 그간 떨어졌던 커뮤니티의 신뢰를 회복하고자 단행한 조치다. 소단 및 펀드 재편성 내용을 남은 재단 측 제안은 거버넌스카운슬 구성원들의 투표를 거쳐 통과됐다. 이후 17일 클레이튼 블록체인 메인넷에 최종 반영됐다.

그럼에도 커뮤니티의 신뢰를 회복할지는 미지수다. 제안 통과 이후 거버넌스카운슬 구성원 중 하나인 크래커랩스가 '믹싱' 기법을 통해 클레이를 매도하려고 했던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믹싱은 가상자산을 여러 개의 지갑으로 흩뿌리며 전송하는 것으로, 블록체인 상 거래기록 추적을 어렵게 하기 위한 수단이다. 크래커랩스는 믹싱이 아닌 '분산 이동'으로 매도를 시도했다는 입장이지만 믹싱의 기술적 정의에는 다양한 해석이 존재한다.

◇클레이튼, 미유통물량 73% 소각 완료…펀드도 재편성

17일 클레이튼 측은 소각과 펀드 개편이 포함된 클레이 토크노믹스(토큰 경제) 제안이 이행됐으며 총 52억9632만4269개 클레이가 소각됐다고 밝혔다. 기존에 소각한다고 밝혔던 52억8100만개에 블록 생성에 따른 보상 일부가 더해진 물량이다.

소각 및 편드 개편은 클레이튼 메인넷 '사이프러스'의 하드포크(블록체인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업그레이드)를 통해 이뤄졌다. 코인 공급량 변화가 가상자산 데이터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반영되기까지는 12시간 정도 걸린다고 클레이튼 측은 밝혔다.

남은 클레이도 새로 편성된 펀드로 이동됐다. 그동안 클레이튼이 생태계 확장을 위해 조성했던 클레이튼성장펀드(KGF), 클레이튼 향상 리저브(KIR) 등은 목표했던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성장펀드를 이용해 투자했던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사업을 중단하거나 투자자 피해를 야기하는 등 크고 작은 문제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이에 클레이튼은 이번 소각 조치와 함께 기존 KGF 및 KIR을 '클레이 가치 제고 펀드(KLAY Value Creation Fund, KVCF)'와 '클레이튼 커뮤니티 펀드(Klaytn Community Fund, KCF)'로 재편성했다. 또 남은 물량은 새로운 생태계 기금인 '클레이튼 재단 펀드(Klaytn Foundation Fund, KFF)'를 만들어 귀속시켰다. KCVR 및 KCF는 클레이튼 생태계 확장을 위해 쓰인다는 점에서 기존 펀드들과 비슷하며 KFF는 재단의 운영 자금으로 쓰인다.

구체적으로는 KCVF에 20억개를, KCF에 2억7000만개를, 그리고 KFF에 1억8000만개를 편성했다. 클레이튼 재단은 앞으로 펀드에 있는 재원을 사용할 시 거버넌스카운슬 구성원과의 논의를 거쳐 투명하게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조치를 통해 클레이튼이 목표하는 것은 커뮤니티 신뢰 회복이다. 그동안 불투명하게 집행돼 논란이 일었던 펀드의 신뢰성을 높이고, 펀드의 재원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거버넌스카운슬은 물론 일반 투자자 커뮤니티의 의견까지 듣겠다는 취지다.

거버넌스카운슬뿐 아니라 커뮤니티도 의견을 낼 수 있다고 밝힌 이유는 재원 활용 등을 위한 투표를 거버넌스 포털 '클레이튼 스퀘어'에서 진행하기 때문이다. 투표는 거버넌스카운슬 구성원들이 하지만, 일반 클레이 투자자들도 클레이튼 스퀘어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소각 결정 이후 '크래커랩스 논란' 발생…투자자 여론 악화

신뢰 회복을 위해 계획한 조치를 이행했으나, 회복 가능성은 오히려 요원해졌다. 토큰 소각 및 펀드 재편성이 결정된 이후 새로운 논란이 터졌기 때문이다. 클레이튼 거버넌스카운슬 구성원 중 하나인 크래커랩스 관련 논란이다.

거버넌스카운슬 구성원들의 클레이 매도 의혹은 그간 클레이튼 발전을 저해한 요인 중 하나였다. 전체 가상자산 시장이 하락장임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클레이 가격이 다른 주요 가상자산에 비해 더 크게 하락한 이유로 거버넌스카운슬 구성원들의 클레이 매도가 지목돼왔기 때문이다. 노드로 활동하는 구성원들이 노드 보상으로 받은 클레이를 매도함으로써 가격을 떨어뜨린다는 의혹이다. 거버넌스카운슬의 기본적인 역할은 클레이튼 생태계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지만, 오히려 이들이 발전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커뮤니티에선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그러던 중 의혹이 사실화된 사건이 터졌다. 거버넌스카운슬 구성원인 크래커랩스가 '믹싱' 기법을 통해 클레이 약 1000만개를 매도하려 한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의혹이 제기되자 크래커랩스는 거래소로 이동시켰던 클레이 물량을 전량 바이백(회수)했으나 논란은 지속됐다. 믹싱이 가상자산을 여러 지갑으로 흩뿌려 송금함으로써 거래기록 추적을 어렵게 하는 기법인 만큼, 클레이를 대량으로 매도하면서 이를 숨기려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논란이 터진 지 5주만에 발표한 크래커랩스의 입장문은 투자자들의 분노를 더욱 키웠다. 크래커랩스는 지난 12일 입장문을 내고 클레이 매도를 시도했다고 시인했다. 크래커랩스는 "경상 운영비와 인큐베이팅 자금 등 운영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클레이를 매도했다"며 "클레이튼 생태계에 큰 논란을 야기했다. 거버넌스카운슬로서 논란을 일으킨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클레이튼 생태계에 끼친 피해를 회복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크래커랩스는 자체 스테이킹(예치) 서비스 'Stake.ly 프로토콜'의 수익분을 모두 소각하겠다고 했다. 크래커랩스 측은 "현재 스테이킹 수량 기준으로 매년 약 100만개의 클레이가 소각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재까지 Stake.ly 수익분인 55만개 클레이도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코인을 소각함으로써 클레이 가치 향상에 기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해당 방안은 투자자들의 분노를 키우기에 충분했다. 크래커랩스 측이 소각하겠다는 물량이 크래커랩스가 매도하려던 물량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데다, 이미 논란을 일으킨 업체의 스테이킹 서비스는 아무도 이용하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크래커랩스가 예상한 물량만큼 클레이가 소각되려면 Stake.ly 프로토콜에 코인이 계속 예치되고 수익이 나야 하지만 이 같은 수익은 유지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믹싱' 기법을 사용했다는 점은 부인했다. 크래커랩스는 논란 이후 블록체인 보안업체 티오리의 오딧(보안감사)을 새로 받았다며 "크래커 팀의 클레이 매도는 믹싱이 아닌 분산 이동"이라고 주장했다. 단, "믹싱의 정의가 확실치 않은 바 크래커 팀의 주장에 다른 해석도 있을 수 있다"며 여전히 '믹싱'이라는 투자자 커뮤니티의 지적을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모든 사건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클레이튼 재단이 책임을 완전히 피하기는 어렵다. 거버넌스카운슬 관리에 실패한 데다, 크래커랩스 팀에 기존 크러스트 출신 인력도 포함돼있기 때문이다. 신뢰 회복이 요원해진 배경이다.

클레이튼 재단은 지난 2월 조직 개편을 통해 크러스트 소속 직원들 중 클레이튼 관련 업무를 담당해온 인력들이 대거 이동하면서 규모가 커졌다. 즉, 크래커랩스가 설립됐던 2022년 1월 당시엔 크러스트가 클레이튼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있었다. 크러스트에서 클레이튼 관련 업무를 하던 직원들이 퇴사 후 크래커랩스를 설립했다는 점에서 인적 연관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클레이튼 측은 "크래커랩스는 일부 크러스트 출신 인원도 포함돼있지만 전반적으로 국내외 IT 기업 출신 멤버로 이뤄진 회사"라며 "크러스트 출신 임직원들도 2022년 1월 크러스트에서 퇴사한 후 크래커랩스를 설립했으며 설립 시점부터 크러스트의 사내 벤처가 아닌 독립 법인으로 출범했다. 지분 관계도 없다"고 일축했다.

단, 클레이튼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재단이 클레이튼 노드 그룹인 거버넌스카운슬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점은 인지하고,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엄중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클레이튼 재단 관계자는 "크래커랩스와 관련한 투자자 및 업계 의견을 재단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고, 이 때문에 크래커랩스를 포함한 거버넌스카운슬 멤버들과 소통해왔다. 향후에도 투자자 및 업계 의견을 잘 청취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크래커랩스를 거버넌스카운슬에서 퇴출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텔레그램에선 '크래커랩스 거버넌스카운슬 사퇴 운동 추진 위원회'라는 이름의 커뮤니티까지 만들어진 상태다.

최근 거버넌스카운슬 구성원 선정 및 퇴출 과정에 커뮤니티의 의견을 반영하도록 하는 제안이 통과되기도 했다. 다만 이는 거버넌스 포털 '클레이튼 스퀘어'가 활성화돼야 가능해질 전망이다.

커뮤니티가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클레이튼 스퀘어의 온체인 투표 기능은 이르면 4월 말, 늦어도 5월 초 열릴 예정이다.

hyun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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