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RA 시름 던 韓 배터리·태양광… 다음 스텝은

김동욱 기자 2023. 4. 18.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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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기로에 선 배터리·태양광업계] ① 생산능력 확대, 기술 개발로 中과 한판 승부

[편집자주]국내 친환경 산업 핵심으로 꼽히는 배터리와 태양광업계의 미래가 주목받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국내 업체들에 유리하게 설정되면서 중국과의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에 오르게 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두 업계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배터리업계는 정부 정책에 힘입어 성장 속도가 가속될 전망이지만 태양광업계는 국가 지원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탄소중립 기조에 따라 배터리·태양광업계가 확장될 것으로 예상되는 지금, 주요 이슈를 점검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봤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부규정이 한국 업체들에 유리하게 설정됐다. 사진은 인터배터리 2023에 참가한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사진=김동욱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美 IRA 시름 던 韓 배터리·태양광… 다음 스텝은
②배터리에 집중된 친환경 정책… 찬밥 태양광 '울상'
③"친환경 산업이 곧 미래" 업계 경쟁력 키우려면
미국 정부가 한국 업체들에 유리하도록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부규정을 세웠다. 배터리업계는 기존 공정을 유지하고 핵심광물 조달 부담을 덜게 됐다. 태양광업계는 미국 공장 덕분에 매년 1조원에 이르는 생산세액공제(AMPC) 혜택이 예상된다. 두 업계는 IRA를 바탕으로 시장 점유율이 높은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韓 배터리, 현 체제 유지해도 IRA 수혜… 태양광도 대규모 혜택


미국 재무부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 규모의 세제 혜택을 주는 IRA 세부 지침을 최근 공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8월16일(현지시각) IRA에 서명한 지 약 8개월 만이다. 이번에 공개된 IRA 세부규정은 전기차 배터리 제작 시 북미에서 제조·조립한 부품을 50%(2029년까지 100%로 단계적 상승) 이상 사용해야 최대 3750달러(약 500만원)의 세금을 감면해 주는 게 골자다. 나머지 3750달러는 리튬·니켈·망간·코발트 등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광물의 40%(2027년까지 80%로 단계적 상승) 이상을 미국이나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서 채굴 및 가공해야 받을 수 있다.

배터리업계는 IRA 세부규정이 한국 업체들에 유리하게 설정됐다고 입을 모은다. IRA 세부규정을 보면 양극판·음극판·분리막·전해질·셀·모듈 등은 배터리 부품으로 포함됐으나 양극 활물질 등 구성 재료는 부품으로 규정되지 않았다. 구성 재료를 북미에서 제조·조립하지 않아도 IRA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국내 업체들은 주로 한국에서 구성 재료를 생산하고 이를 활용해 미국에서 양극판·음극판을 만드는 현 생산 공정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핵심광물 조달 우려도 덜었다. 핵심광물 추출 또는 가공 중 한 과정에서 50% 이상의 부가가치를 미국이나 미국과의 FTA 체결국에서 창출하면 세금 혜택을 주기 때문이다. 국내 업체들의 의존도가 높은 중국·아르헨티나·인도네시아 등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서 추출한 광물도 국내에서 가공 처리를 거치면 IRA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구성 소재를 제조하는 과정이 핵심광물 가공과정으로 인정된다는 조항도 있어 한국 업체들은 부가가치 50% 이상 창출 조건을 무리 없이 이행할 수 있을 전망이다.

태양광업계도 IRA 혜택을 문제없이 받을 것으로 보인다. IRA는 미국에서 생산된 잉곳·웨이퍼에 와트당 4.69센트, 셀과 모듈은 와트당 각각 4센트와 7센트의 세금을 공제해 준다. 이에 따라 미국에 태양광 공장을 짓고 있는 한화솔루션 큐셀 부문(한화큐셀)은 최대 연간 1조원가량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전망이다. 한화큐셀은 내년 말 상업생산을 목표로 미국 조지아주 카터스빌에 각 3.3기가와트(GW) 규모 잉곳·웨이퍼·셀·모듈 통합 생산단지를 구축하고 올해에는 기존 조지아주 달튼 공장 생산능력을 5.1GW로 확대할 예정이다.


생산능력 확대에 기술개발까지… 韓 배터리·태양광, 中 추격 본격화


한화솔루션 큐셀 부문(한화큐셀) 진천 공장. /사진=한화큐셀 제공
배터리업계는 IRA 수혜를 바탕으로 글로벌 1위 배터리 업체인 중국 CATL을 추격하는데 힘 쏟을 방침이다. 북미 생산능력을 빠르게 늘려 IRA 혜택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애리조나주에 총 43기가와트시(GWh) 규모 신규 원통형 및 에너지저장장치(ESS)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공장을 짓는다. 글로벌 배터리 독자 생산공장 중 사상 최대 규모다. 삼성SDI는 다국적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와 함께 인디애나주에 23GWh(최대 33GWh) 규모 공장을, SK온은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와 합작해 켄터키주에 총 86GWh 규모 배터리 공장 2곳, 테네시주에 43GWh 규모 공장 1곳을 건설한다.

한국 업체들이 생산능력 확대에 열을 올리면서 북미 시장 주도권을 확보할 가능성이 커졌으나 CATL의 IRA 우회 꼼수를 경계해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CATL은 포드와 미시간주에 LFP 배터리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포드가 합작공장 지분 100%를 소유하는 방식으로 생산된 배터리는 CATL 제품과 동일하지만 겉으로는 포드가 북미에서 만든 것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CATL은 배터리 기술 등을 제공해 로열티를 얻는 방식으로 수익을 챙긴다. 테슬라도 비슷한 방식으로 CATL과 텍사스주에 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태양광업계는 기술개발을 통해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고자 한다. 저가 공세를 바탕으로 세계 점유율을 높여 온 중국 업체들을 따돌리기 위해선 고부가가치 제품에 집중해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자료를 보면 2021년 중국의 태양광 밸류체인별 점유율은 ▲폴리실리콘 76% ▲웨이퍼 97% ▲셀 84% ▲모듈 77% 등에 달한다. 한국 업체들의 점유율은 밸류체인별로 각각 한 자릿수 이하로 집계됐다.

한화큐셀은 차세대 태양광 기술인 '페로브스카이트-결정질 실리콘 탠덤 셀'(탠덤 셀)을 개발해 글로벌 영향력을 높이겠다는 목표다. 상용화 시기는 오는 2026년으로 예정됐다. 탠덤 셀은 상부 셀과 하부 셀을 연결, 상부 셀은 자외선 등 단파장의 빛을 흡수하고 하부셀은 적외선 등 장파장의 빛을 흡수하는 구조다. 세계 태양광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실리콘 셀보다 넓은 범위의 빛을 흡수해 발전효율이 1.5배 정도 높다. 태양광 시장 판도를 바꿀 가능성이 커 일명 '게임 체인저' 기술로도 불린다.

김동욱 기자 ase84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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