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vs 김기현, 그들이 서로에게 폭발한 3가지 이유

안채원 기자 2023. 4. 18.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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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디브리핑]
(구미=뉴스1) 정우용 기자 = 27일 오후 경북 구미 선산시장에서 열린 국민의힘 김장호 구미시장 후보 선거유세에서 홍준표 대구시장 후보가 김기현 공동선대위원장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홍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께서 약속하신 대로 통합신공항을 국비공항으로 만들고 활주로 3.8km 이상 관문공항으로 만들 수 있도록 여러분들이 압도적인 표로 김장호 구미시장 후보를 밀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2022.5.27/뉴스1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를 둘러싼 국민의힘의 내홍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당초 김재원 최고위원의 단순 일탈로 보이던 사태가 김기현 대표의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한 상임고문 해촉으로 오히려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모양새다. 당 안팎에선 이번 사태에서 김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 간 갈등이 격화된 배경을 △홍준표 시장과 김재원 최고위원의 구원(舊怨) △'대권 주자' 홍준표 시장의 차별화 전략 △김기현 대표의 당 장악력 확보 욕구 등 3가지로 분석하고 있다.

① 대구 둘러싼 김재원 vs 홍준표의 악연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가 14일 대구 중구 김광석 거리를 찾아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지역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당선된 김재원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2017.4.14/뉴스1
이번 논란의 발단은 김 최고위원의 사랑제일교회 예배 참석이었다. 김 최고위원은 최고위원 선출 직후인 지난달 12일 서울 성북구 장위동 사랑제일교회에서 열린 주일예배 무대에 올라 헌법 전문에 5·18 정신을 수록하는 것에 대해 "그건 불가능하다. 저도 반대다"라고 말했다. 또 전 목사가 '내가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을) 200석 만들어 주면 당에서 나한테 뭘 해 줄 거냐'고 하자 "최고위에 가서 목사님이 원하는 걸 관철시키도록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최고위원은 해당 발언들로 논란을 빚은 뒤에도 지난달 25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한인 보수단체 강연회에서 "전광훈 목사가 우파 진영을 천하통일했다"고 말해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그러자 홍 시장은 지난달 28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맨날 실언만 하는 사람은 그냥 제명하라"며 "한두 번 하는 실언도 아니고 실언이 일상화된 사람인데 그냥 제명하자"고 김 최고위원을 직격했다.

이처럼 홍 시장이 '전광훈 논란'에 적극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배경에는 보수의 성지인 대구광역시를 둘러싼 김 최고위원과 홍 시장 간의 오래된 '악연'이 있다는 해석이다.

홍 시장과 김 최고위원은 둘 다 대구를 정치적 기반으로 삼고 있다. 이들은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 출마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었다.

당시 '이준석 지도부'의 최고위원이던 김 최고위원은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겠다며 최고위원직을 사퇴했지만, 홍 시장이 레이스에 참전하며 결국 패배의 쓴맛을 봤다. 당시 홍 시장은 출마하며 '이준석 지도부'가 의결한 '현직 의원 출마 시 25% 페널티' 조항을 문제 삼았고, 이를 10% 페널티로 조정하는 데 성공했다. 해당 페널티 조항은 김 최고위원이 자신의 대구시장 출마를 고려해 적극적으로 주장했던 조항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 내부에서는 '전광훈 논란' 초기부터 김 최고위원의 발언들을 두고 "대구 출마를 염두에 둔, 강성 지지자들을 향한 철저히 계산된 발언"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를 알아챈 '정치 9단' 홍 시장이 김 최고위원 견제를 위해 해당 사안에 대한 메시지를 적극 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② '차기 대권주자' 홍준표, 여당 지도부와의 차별화 전략?

(남원=뉴스1) 공정식 기자 = 홍준표 대구시장이 17일 오후 전북 남원시 광주대구고속도로 지리산휴게소(광주방향)에서 열린 '대구-광주 공항특별법 동시 통과 기념행사'에서 축사하고 있다. 2023.4.1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논란이 커지자 김 최고위원은 4일 김 대표에게 '한 달간 자숙하겠다'는 뜻을 전했고, 김 대표는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자 홍 시장이 김 대표를 향한 비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김 최고위원을 징계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는 것에 대한 지적이었다. 홍 시장은 11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셀프 자숙이 징계냐"며 "(김 대표는) 말 몇 마디로 흐지부지하지 마시고 단호한 조치를 취하시라. 그래야 당대표로서 영이 살아난다"고 썼다.

김 대표와 홍 시장의 갈등은 '말싸움'으로 번지며 서로의 감정을 자극했다. 김 대표는 차기 대권을 노리는 홍 시장을 향해 "지방자치 행정에 전념해달라"고 경고장을 날렸고, 홍 시장은 "(지도부가 전 목사의) 눈치나 보고 있다"며 맞받았다. 홍 시장은 "당 지도부가 소신과 철학 없이 무기력하게 줏대 없는 행동을 계속한다면 또다시 총선을 앞두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가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냐"며 출범 한 달도 안 된 지도부를 향해 비상대책위원회를 언급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차기 대권주자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홍 시장이 의도적으로 여당 지도부와의 차별화를 꾀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결국 김 대표는 지난 13일 홍 시장을 당 상임고문직에서 해촉하는 초강수를 뒀다. 최고위 비공개 회의 때 갑자기 결정 난 것으로, 해당 사안은 최고위원들 간 미리 공유하는 회의 안건에도 올라있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일에 갑작스레 김 대표가 직접 홍 시장에 대한 해촉 안건을 들고 들어왔다는 얘기다.

김 대표가 해촉 결정을 내린 이후 당 내부에서는 "당황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김 대표의 갑작스러운 대응에 당 일각에선 '용산의 뜻이 전달된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친윤(친윤석열)계의 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 대표의 이번 결정은 용산과 상의 된 일이 전혀 아니다"라며 "의원들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 당황스러워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김 대표와 가까운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홍 시장이 새로운 지도부를 흔들고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 선 넘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는 점을 4선 의원인 김 대표가 몰랐겠나"라며 "이를 제지하기 위해 상임고문직에서 해촉하면서 빠르게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③당 장악력 확보 위한 김기현의 선택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2023.4.1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을 업고 선출된 김 대표가 하루빨리 당을 장악해야 한다는 조급함에 악수를 둔 것 같다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온다. 홍 시장에 대한 단호한 조치를 통해 대표로서의 장악력을 확실히 가져가겠다는 김 대표의 판단이 깔렸지만, 정치적 소득이 있었는지는 놓고는 의견이 갈린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정치적으로 이번 결정을 통해 김 대표가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일지 아무리 생각해 봐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며 "오히려 '전광훈 논란'이 커졌고, 홍 시장의 목소리에 집중하는 언론들은 더 많아졌다. 김 대표가 감정을 제어하지 못 한 게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의원도 "홍 시장에 대한 처분을 내리려고 했다면 적어도 명분 쌓기용으로라도 김재원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를 먼저하고 했어야 한다"며 "김 대표의 입장을 아예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지만 순서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당초 김 대표는 김 최고위원을 징계하게 되면 논란이 더 길어질 것을 우려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 대표 입장에서는 징계를 하며 논란을 키우기보다 빠르게 안정된 지도부의 모습을 보이는 게 낫다고 판단하고 조용히 넘기려 했다는 해석이다.

결국 홍 시장이 이슈의 중심에 서며 '전광훈 논란'은 새로운 양상으로 흐르게 됐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우선 맞대응을 자제하면서도 김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김재원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는 기정사실화된 분위기"라며 "윤리위원회 구성만 마치면 최대한 빠르게 징계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안채원 기자 chae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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