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오염수 방류 안전성’ 설득 총력전… 주변국선 여전히 싸늘 [심층기획]

강구열 2023. 4. 18.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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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류 앞두고 우호 여론 조성 안간힘
6월 이후 방류 현실화 전망
오염수 방류용 터널공사 마무리 단계
내부 안전성 검사 뒤 IAEA 확인 거쳐
도쿄전력 저장된 137여만t 바다로
日, 안팎으로 부정 여론 달래기
기시다, 태평양 도서국 직접 만나 설득
IAEA “日 체계 신뢰” 긍정 평가에도
‘분담금 높은 日 입김 탓’ 의혹의 눈초리
안전성 못 믿는 국제사회
日 국민 절반 넘게 “방류 이해 못 한다”
환경단체 “무해성 과학적 입증자료 없어”
4월 말 그린피스 보고서에 이목 쏠려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일본 정부의 움직임이 긴박해지고 있다. 일본 측은 오염수 방류의 무해성을 강조하며 국제·지역사회의 호응을 얻어내려 분주한 모습이지만 아직 확실한 안전성 증거를 내놓지 못해 주변 국가 등의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오염수 방류와 관련한 일본의 최근 움직임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 우선 원전 부지 내 탱크에 모아둔 오염수를 원전 앞바다로 방류하기 위한 터널 공사의 마무리다.
일본 후쿠시마현에 있는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에 오염수 저장 탱크가 빼곡히 들어서 있다. 후쿠시마=뉴시스
오염수는 1㎞ 정도의 터널을 지나 수심 12m 정도에서 배출되는 데, 현재 860m 정도 뚫린 터널은 공사 막바지 단계다.

운영사인 도쿄전력 관계자는 지난달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봄에 공사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터널 등 방류 시설 공사가 끝나면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가 검사를 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국제기준에 부합하는지 확인한 뒤 방류에 대한 포괄적 평가가 담긴 최종 보고서를 발표한다. 이런 과정에 문제가 없으면 6월 이후 여름에 실제 방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도쿄전력에 따르면 현재 저장 중인 오염수는 130여만t으로 전체 탱크 용량(137만t)을 거의 채운 상태다.

일본은 오염수 방류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을 나라 안팎에 조성하기 위한 움직임에도 열심이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정화한 만큼 인체, 자연에 악영향이 없다고 주장한다. 일본 도시바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 뒤 개발한 ALPS는 세슘만 제거할 수 있는 다른 방사성물질 제거설비와 달리 추가적으로 62핵종의 방사성물질까지 오염수에서 제거할 수 있는 장비라고 한다.

ALPS로 제거되지 않는 삼중수소는 자국 규제 기준의 40분의 1인 1ℓ당 1500베크렐(㏃·1㏃은 1초에 1개의 원자핵이 붕괴하면서 방출하는 방사능 단위) 미만으로 희석해 방류한다는 게 일본 측 계획이다.
하지만 한국, 중국, 태평양 도서국가들의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안전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할 것이라며 IAEA의 조사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IAEA는 지난 6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일본 측의 체계가 신뢰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미국, 중국에 이어 분담금을 세 번째로 많이 내는 일본의 입김이 IAEA 조사 결과 영향을 끼치는 것 아니냐는 등 불신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개별국가와의 협의에도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지난 2월 태평양도서국포럼(PIF) 대표단과 만난 자리에서 “건강과 해양 환경에 영향을 주는 형태의 방출은 인정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규제를 풀어달라고 유럽연합(EU)에 요구하는가 하면 수입을 금지한 한국에 대해 “투명성 높게 정보를 공개해 이해를 얻겠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일본 내 부정적인 여론을 달래려는 노력도 진행 중이다. 지난 2월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일본 경제산업상은 후쿠시마 어업인들과 만나 오염수 방류와 관련한 협의를 진행했다. 이는 일본원자력문화재단이 지난 4일 발표한 여론조사(1200명 대상 지난 9∼10월 방문조사)에서 ‘(방류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얻지 못하고 있다’(51.9%), ‘관계자의 이해를 얻을 때까지 방류를 해서는 안 된다’(42.3%) 등 오염수 방류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사정을 고려한 행보로 풀이됐다.
도쿄전력 관계자들이 지난 2월 외신 기자들에게 저장 탱크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현재 이곳에 저장 중인 오염수는 130여만t으로 전체 탱크 용량(137만t)을 거의 채운 상태라 일본 정부는 이르면 6월쯤부터 해양 방류를 시작할 예정이다. 후쿠시마=연합뉴스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한 방류 반대 쪽에선 IAEA와 도쿄전력 등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객관적 자료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그린피스는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다핵종 배출이 해양 생물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조사하지 않았고, 종합적인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해야 하는 의무도 이행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유엔해양협약을 위반한 오염수 방류를 일본 정부가 추진한다고 비판했다. 그린피스는 이달 말 후쿠시마 오염수 내 방사성 물질이 생태계에 미칠 영향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통상적으로 오염수에 축적된 방사성 핵종은 수십 년에서 수세기에 이르는 반감기를 가지고 있으며 이런 곳에서 채집한 수산물을 먹은 인간의 DNA 손상, 암 위험 증대 등의 위험성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도쿄=강구열 특파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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