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히 사라진 연 4%대 정기예금…절반은 기준금리 이하
5대 시중은행 대표상품은 3.5%인 기준금리 이하 그쳐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 주요 시중은행은 물론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지방은행과 인터넷은행에서도 연 4% 이자를 주는 정기예금 상품이 사라졌다.
여전히 소비자물가가 5% 내외 오름세를 보이고 있지만 정기예금 금리는 기준금리(연 3.5%)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많아 금융소비자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18일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전국 19개 은행이 금리를 공시한 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은 모두 39개로, 이중 38개 상품의 최고금리가 연 4% 미만이었다.
공시에 참여한 19개 은행에는 이른바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물론, IBK기업은행과 산업은행과 같은 국책은행, BNK부산은행 등의 지방은행, 케이뱅크를 포함한 인터넷은행이 모두 포함됐다.
이들 은행의 대표 상품 39개 중 가장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예금상품은 Sh수협은행의 '첫만남우대예금'으로, 연 2.95%의 기본금리에 최근 1년 이내 수협은행 예·적금 계좌 미보유, 첫거래 우대, 마케팅 동의 등의 조건을 모두 총족할 경우 연 4.0%의 최고금리를 적용한다.
나머지 38개 정기예금의 경우 모두 최고금리가 연 4.0% 미만이다.
BNK부산은행의 '가을야구정기예금'은 기본금리 연 3.25%에 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의 플레이오프 진출이나 우승시 최고 연 3.95%의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
SC제일은행 'e-그린세이브예금'(연 3.90%), Sh수협 'Sh플러스알파예금(3차)'(연 3.90%), DGB대구은행 'DGB행복파트너예금'(연 3.86%), 광주은행 'KIA타이거즈우승기원예금'(연 3.85%), BNK경남은행 'BNK주거래우대정기예금'(연 3.80%) 등 그나마 금리가 높은 대부분의 상품은 점포 수가 적은 지방은행 상품이거나 까다로운 우대조건을 충족해야만 최고 금리가 가능하다.
5대 시중은행 중에서는 NH농협은행의 'NH고향사랑기부예금'이 최고 연 3.80%의 예금 금리를 제공하지만, 고향사랑기부금 납부 등의 조건이 붙는다.
별다른 조건 없이 누구나 최고 금리를 받을 수 있는 시중은행 대표상품인 '우리 WON플러스 예금'이나 '하나의 정기예금'의 1년 만기 금리는 연 3.50%, KB국민은행의 'KB STAR 정기예금'은 연 3.40%, 신한은행의 '쏠편한 정기예금'은 연 3.37%로 집계됐다.
모두 최고금리가 현재 기준금리(3.5%)와 같거나 오히려 이보다 더 낮은 셈이다.
이를 포함해 총 39개 정기예금 상품 중 절반가량인 19개 상품의 예금 금리(1년 만기)가 기준금리 이하로 나타났다.
최근 예금 금리는 기준금리 추이에 오히려 역행한다,
기준금리가 연 3.0%였던 지난해 11월 초만 해도 5대 은행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 금리는 1년 만기 기준 연 5%를 웃돌아 기준금리 대비 2%포인트(p)가량 높았다.
그러나 기준금리가 연 3.5%로 상승한 지난 1월 20일 5대 은행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 금리는 연 3.67∼3.95%로 기준금리를 소폭 웃도는 데 그쳤고, 이후 기준금리는 변동이 없는 가운데 정기예금 금리만 하락세를 지속했다.
예금 금리가 내린 것은 금융당국이 지난해 말부터 수신 경쟁 자제를 요청한 데다, 기준금리 인상 랠리가 종료에 가까워지면서 시장 금리마저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12개월 만기 은행채(AAA) 금리는 지난해 11월 14일 연 5.025%에서 올해 1월 13일 연 3.922%, 지난 14일에는 연 3.517%까지 떨어졌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종료로 당분간 연 4∼5%대 이자를 주는 고금리 예금상품을 찾아보기 힘들어진 만큼 연금소득자나 퇴직자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재테크 인터넷 카페 이용자는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시중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연 5%대였는데 지난주 연 3.4% 금리 상품에 다시 예치했다"면서 "금리가 내려가는 추세라 이자 생활자들은 다시 부동산으로 눈을 돌릴 것 같다"고 밝혔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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