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칼럼]중국 닮아가는 미국

여론독자부 2023. 4. 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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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서울경제]

틱톡은 10대 청소년 세 명중 두 명이 사용하는 지극히 중독성이 높은 앱이다. 미국내 전체 사용자 수만 해도 1억 5000만 명을 헤아린다. 두 딸의 아버지 입장에서 틱톡 금지는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하면 할수록 걱정이 앞선다. 정부가 틱톡을 금지할 수 있도록 규정한 법안을 살펴보면 등골이 오싹해진다. 조지 오웰의 소설을 연상시키는 무시무시한 내용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틱톡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는 단순하다. 동영상 공유 플랫폼인 틱톡의 소유권자인 중국 기업이 베이징의 지시에 따라 미국에서 수집한 사용자 개인정보를 자국 정부에 넘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현실화한다는 증거는 전혀 없지만 타당한 우려이긴 하다.그러나 베이징이 정말 원한다면 틱톡이 아니더라도 개인정보를 수집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인기 있는 앱은 거의 대부분 그들이 수집한 사용자 개인정보를 제3자와 공유한다.

이 문제를 해결할 더 좋은 방법은 포괄적인 ‘데이터 프라이버시 법’을 제정해 모든 미국인들의 자료를 보호하고, 기업에게 기업의 개인자료 사용과 판매를 중단하도록 요구할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빅 테크로 통하는 거대 첨단기술업체와 맞서는 것은 중국 때리기보다 훨씬 어렵다.

필자가 이야기를 나눈 대다수 테크놀로지 전문가들은 모든 데이터를 미국내 서버에 저장하고 사용을 모니터링하는 방법으로 불법적인 정보 이전을 어렵지 않게 차단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건 틱톡이 이미 하기로 약속한 일이다. 유럽에서 운영되는 구글 등 미국의 테크 플랫폼들도 유사한 데이터 전송 제한을 받는다.

틱톡을 둘러싼 두 번째 우려는 동영상 공유앱이 반미 정보를 퍼뜨리는 중국 선전공세의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만약 중국 언론사가 반미 메시지를 전달하는 케이블 뉴스 채널을 개설했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이런 뉴스채널 개설은 합법이다. 미국은 중국의 CCTV나 카타르의 알 자지라와 같은 관영 미디어 플랫폼을 금지하지 않았다. 우리가 틱톡을 금지한다면 중국 언론사들이 미국에서 팜플렛이나 책자를 배포하는 행위 또한 막아야 한다. 하지만 열린 사회의 전제는 누구나 원하는 정보를 자유롭게 소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양당의 일부 상원의원들이 초당적으로 상정한 법안은 (중국과 같은) 적대국의 이해가 걸린 기업의 퇴출을 용이하게 만드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미국 행정부는 자의적 판단에 따라 “미국의 국가안보 또는 미국인의 안전에 위협”을 가하는 기술이나 정보 상품을 소유한 기업을 퇴출, 혹은 처벌할 수 있다.

제임스 매디슨은 페더럴리스트에 게재된 논문을 통해 “인간이 천사라면 정부는 필요하지 않다”고 썼다. 정부에 대해 특별히 회의적인 견해를 갖고 있지 않다 하더라도 이처럼 엄청난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도널드 트럼프 같은 대통령에게 이런 권한이 주어진다고 상상해보라.

우리는 주 정부가 수 백권의 책을 금서로 지정하고, 연설이 무기로 간주되며, 정치인들이 위험한 아이디어를 봉쇄해야 한다고 공공연히 주장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공교롭게도 폭스뉴스의 앵커 로라 잉그램은 틱톡에 맹공을 퍼부으면서, 소속 방송사의 모기업이었던 뉴스코프가 외국 기업의 미디어 플랫폼 소유 제한 규정에서 예외를 인정받았던 사실을 떠올렸는지 모른다. 당시 뉴스코프 창업주인 루퍼트 머독은 미국인들이 방송사의 국적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정보 흐름을 지지하기 때문에 이 같은 면제조항은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필자는 국내 투자와 건설, 동맹체제 강화, 최첨단 수준의 테크놀로지에 대한 중국의 접근제한, 군사억제력 증강 등을 통해 미 행정부가 벌이는 중국과의 경쟁을 대체로 지지한다. 그러나 수 십년간 이어진 미국의 성공과 역동성의 핵심은 개방성과 혁신 및 아이디어, 상품과 용역의 경쟁이었다. 이것이야말로 닫힌 사회에 비해 미국의 기술력이 월등한 이유다. 단 하나의 중국산 앱으로 인해 자신감을 잃어선 안된다.

벌써 수년간, 우리는 경제적으로 개방된 중국이 우리와 비슷한 사회가 될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미국의 현주소를 직시하라. 우리는 막대한 산업보조금을 지급하는 중앙집권적 계획경제의 길로 들어섰고,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에 엄격한 제한을 가하려 든다. 중국이 우리를 닮아가는 게 아니라 우리가 중국을 조금씩 닮아가고 있는 듯 보인다.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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